심리상담 이야기
긍정적으로 살라는 말은 너무도 흔해서 이제는 진부한 구호처럼 들린다. 위로의 자리에선 어김없이 등장하고, 자기계발서의 제목을 장식하며, 때로는 지쳐 있는 사람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드는 말이 되기도 한다. 특히 그 말이 어떤 고통을 단순화하거나 무시하는 방식으로 쓰일 때 우리는 그 말에 저항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 뻔한 문장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는 그것이 삶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데 필요한 심리적 원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말이 너무 가볍게 사용되었다는 데 있지 그 본질 자체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긍정성이 필요한 이유는 삶에서 언제나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사건들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솔직히 말해보자. 우리는 불행과 시련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그것을 대하는 태도이며, 그것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긍정성은 단순히 ‘좋게 생각하자’는 주문이 아니라 불확실한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채택할 수 있는 하나의 관점이다. 절망 속에서도 작은 가능성을 붙잡고, 상실 속에서도 남은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견딜 수 있도록 재구성한다. 결국 긍정은 현실을 부정하는 환상이 아니라 현실과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지혜의 한 형태다.
물론 억지로 강요할 때는 독이 된다. “긍정적으로만 생각해야 해”라는 명령은 고통을 무시하라는 압박으로 변질되어 부정적인 감정을 억압하게 만든다. 하지만 진정한 긍정성은 부정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아니, 그 반대다. 부정적인 감정을 충분히 인정하고 받아들인 뒤에도 여전히 삶을 지속할 힘을 찾는 태도가 바로 긍정이다. 눈을 감고 괜찮다고 앵무새처럼 되뇌는 것이 아니라, 울고 절망한 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신뢰하는 것이다. 그래서 긍정성은 언제나 고통을 전제하고, 그 고통을 직시한 이후에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긍정의 힘은 사소한 일상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출근길의 작은 친절, 힘겨운 하루 끝에 느끼는 안도감, 실패 속에서도 배우는 조그만 교훈 같은 것들. 이런 순간들을 발견하고 그것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이 긍정의 본질이다. 삶은 거대한 성취나 드라마틱한 반전을 통해서만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작은 의미들을 모아내는 과정 속에서 삶은 조금씩 단단해지고, 무너질 듯 흔들리면서도 다시 균형을 찾는다. 긍정은 바로 그 작은 의미를 놓치지 않으려는 사려 깊은 태도다.
그러므로 긍정적으로 살라는 말은 무지성의 낙관주의가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중 하나이다. 그것은 역경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활로를 찾는 선택이다. 긍정은 때로 뻔하고 진부한 말처럼 들리지만 뻔하기 때문에 더욱 오래 살아남았고, 진부하기 때문에 본질적인 진리를 담고 있다. 긍정은 삶을 가볍게 만들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삶을 끝까지 살아내기 위한 깊고 단단한 태도다.
따라서 “긍정적으로 살라”는 말은 고통을 덮으려는 위선이 아니라 고통을 안고서도 살아가려는 인간의지의 다른 표현이 된다. 그것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삶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작은 다짐이다. 진부하지만 그 안에는 마지막까지 움켜쥐어야 할 삶의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긍정성은 우리에게 주어진 최선의 선택지이며, 동시에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줄 수 있는 소박하지만 가장 진솔한 위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