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이야기
비혼주의는 고독사에 더 취약할까요? 참 많은 비혼주의자분들께서 토로하시는 두려움입니다.
사람들은 누군가 비혼으로 살면 나이 들어서 외로워질 거라고 말합니다. 젊을 때야 친구도 많고, 사회적으로도 활발하게 지낼 수 있지만, 결국 나이가 들면 가족이 없다는 게 큰 약점이 될 거라고들 하죠.
늙고 병들었을 때 옆을 지켜줄 사람이 없으면 결국 고독사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나이 들면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결국 혼자 남게될 테니까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꼭 그렇지는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이 그래요. 결혼이 고독사를 막는 확실한 보험은 아니거든요.
물론 비혼주의자들보다는 혼인한 사람들이 고독사에 처할 확률이 조금은 더 높다고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만, 그게 절대적인 사실은 아닙니다.
결혼했다고 해서 반드시 외롭지 않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배우자가 있더라도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틀어지면 더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주위에서 많이들 보시지 않나요?
게다가 오랜 세월을 함께한 배우자가 떠나고 난 뒤, 깊은 상실감과 외로움을 겪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다는 것은 더 깊은 고독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자녀가 곁을 지켜주길 바라지만, 아이들은 부모를 부담스럽게 느끼기도 합니다. 자녀들도 결국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니까요. 가까운 곳에 살아도 서로 바빠 얼굴을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멀리 떠나버리면 더욱 관계가 희미해지죠.
결혼을 했어도, 가족이 있어도, 결국 혼자가 되어야 하는 시간이 찾아옵니다.
비혼이든 기혼이든, 평온한 죽음(고독사 뿐만 아니라, 고독 그 자체)을 맞는 방법은 살아 있는 동안 진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겁니다. 혼자서도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우리 자신과 친밀해지고, 주변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우리가 속한 공동체와 계속 연결되어 있는 것. 이를 통해 우리는 이 세상에 홀로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는 정서적 유대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결정하는 것은 결혼 반지의 유무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느냐입니다. 고독을 두려워하는 당신, 지금부터 어떻게 살아갈지를 숙고하세요. 그것이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