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대로 사는 삶

심리상담 이야기

우리는 늘 뭔가에 맞춰 살아왔다. 어릴 땐 부모의 기대에 맞춰야 했고, 자라서는 사회의 눈치를 봐야 했다. 직장에서는 상사의 기분을 살피고, 연인에게는 적당히 다정하면서도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SNS에서는 잘 살고 있다는 걸 (은근히) 증명해야 한다는 압력까지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원하는 대로 산다’는 건 거의 죄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해야 하는 것’의 목록을 늘리고, ‘하고 싶은 것’은 것들은 어두운 심연 속으로 가라앉힌다.


그런데 진짜 삶은 하고 싶은 걸 했을 때 생긴다. 어떤 날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고, 어떤 날엔 무언가에 미쳐서 밤을 새워도 좋은 것이다. 누군가는 묻는다. 그게 책임 없는 것 아니냐고. 맞다. 때로는 사회적 책임을 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자기가 한 선택의 결과를 남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원하는 대로 산다는 건 결과를 모른 채 선택하는 게 아니라, 결과를 알면서도 내 감정과 욕망에 충실하겠다는 선언이다. 그것은 존재의 방식에 대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에서 항상 정답을 찾으려 한다. 학교는 정답을 요구했고, 회사는 매뉴얼을 원했고, 연애는 공식처럼 흘러가야만 했다. 그러나 인생은 시험이 아니다. 매번 바람직한 길을 고를 필요가 없다. 오히려 틀린 줄 알았던 선택이 삶을 바꾼다. 그래서 원하는 대로 산다는 건 ‘틀려도 되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다. 그 용기는 ‘잘 사는 법’을 아는 사람들에겐 두려운 것이다. 그 틀 안에 갇혀 있던 사람일수록 틀 밖에 있는 사람을 보면 분노를 느낀다. “쟤는 왜 저렇게 살아?” 그 말은 곧 “나는 왜 저렇게 못 살지?”라는 내면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기 뜻대로 사는 사람은 종종 비난받고, 외면당하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자유롭다. 누구도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을 테니 그 역시 누구의 시선을 위해 살 필요가 없다.


물론 그런 삶에는 대가가 따른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멀어질 수 있고, 안정적인 삶은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다. 잃어도 괜찮은 것과, 절대로 잃어선 안 되는 것이 다르다는 걸. 그는 타인의 평가를 잃을 수는 있지만, 자기 자신을 잃는 일만큼은 참지 못한다. 적어도 그는 누구를 위한 삶인지 혼동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을 잃고 타인을 사랑하는 건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원하는 대로 사는 사람은 오히려 진심으로 사랑하고, 제대로 공감하고, 깊이 책임진다. 그 사랑과 책임은 강요된 게 아니라, 자발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대로’라는 말은 굉장히 오역되고 있다. 대개 무책임하거나 방종한 태도로 사용된다. 하지만 그 말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 자신을 신뢰한다는 뜻이다. ‘이 감정은 진짜야.’ ‘이 선택은 내 거야.’ ‘이 삶은 내 식대로 의미가 있어.’ 그런 믿음 없이 어떻게 하루를 버틸 수 있겠는가?


삶은 언제나 통제 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질병, 이별, 죽음, 실직, 사고. 그 모든 혼돈 속에서 유일하게 내 것이 있다면 바로 내가 선택한 삶의 태도다. 원하는 대로 산다는 건 그 태도에 대한 의지이자 고백이다. 세상이 뭐라 하든, 나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루를 채워가겠다는 선언. 그건 때때로 쓴 커피 한잔에 담겨 있고, 새벽의 정적 속에 있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침묵에 있다.


물론 쉽지 않다. 그런 삶은 고독하고, 피곤하고, 불안하다. 아무도 방향을 알려주지 않고, 실패했을 때 탓할 사람도 없다. 하지만 그게 바로 자유이다. 성공 뿐만 아니라 실패 마저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능력. 이 삶은 내가 선택했고, 이 고통은 내 것이며, 이 외로움조차도 내가 감당한다고 받아들이는 태도. 그런 사람은 비틀거리면서도 자기 길을 간다. 멍청하고 고집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진짜 자신으로 산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따라서 이 한 번뿐인 생에서 진짜 무서운 건, 욕망을 억누르며 사는 게 아니라 욕망이 뭔지도 모른 채 사는 것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인생이 아니라, 누군가가 짜놓은 시나리오에 출연한 엑스트라가 된다. 원하는 대로 산다는 건 그 시나리오를 찢는 일이다.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밖에서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원하는 대로 살아라. 망가질지라도, 불안할지라도, 외로울지라도. 그것은 최소한 당신의 삶이다. 당신이 고른 음악이고, 당신이 마신 술이고, 당신이 떠난 여행이다. 그 삶을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박수는 언젠가 끝나고 평판은 금세 잊히지만 스스로에게 내리는 평가는 오래 남는다. 마음대로 산다는 건 타인의 평가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이래도 괜찮아. 이게 나야." 이 한마디로 충분하다. 그렇게 한 걸음씩, 당신은 당신의 길을 걸어간다. 이 더럽고, 아름답고, 우울하고, 찬란한 세계에서.


그곳이야말로 진짜 삶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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