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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을 가이드하게 되어 영광이야

이집트의 지중해 바다, 메르사마트루

by 소심천
색이 너무 아름다운 아프리카의 지중해 바다

메르사마트루는 이집트 북서부에 위치한 지중해 연안의 도시로,

카이로에서 약 500km, 리비아 국경에서는 약 240km 떨어져 있다.

카이로에서는 고버스(이집트 고속버스)로 5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는 아직 덜 알려진 여행지로 도시 자체가 관광 상업화가 덜 된 상태이다.

가보면 알겠지만 종교적으로도 굉장히 보수적이어서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본 적이 없고,

타지인이 낯선 지 지나갈 때마다 모든 사람들이 정말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나중에 모하메드(시와에서 만난 메르사마트루 가이드)한테 듣기로,

이런 보수적인 문화의 하나로 메르사마트루 여성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돈이 목적이 아니면 선생님, 의사 등 간혹 일을 하는 여성들도 있지만

90% 이상은 직업을 갖거나 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지낸다고 하였다.

메르사마트루 가는 법

이집트에 오기 전 원래의 계획은 시와에서 나이트버스로 메르사마트루에 가고,

낮 동안 바다 구경과 수영을 즐긴 후 근처 호스텔에서 간단히 샤워만 한 뒤 카이로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집트 고버스 어플에서 시와로 가거나 시와에서 출발하는 버스 편은 확인이 불가하기 때문에 무조건 현지매표소에서 티켓을 구매하여야 했다.

게다가 몇 없는 메르사마트루 후기에서도 카이로 > 메르사 > 시와 경로로 여행을 다녀온 후기는 있어도 반대로 시와 > 메르사 > 카이로 후기는 없어서 시와에서 메르사마트루로 가는 버스가 있긴 한 건지, 있다면 시간대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고, 그래서 그냥 메르사마트루 여행 계획은 시와에 도착해서 생각하기로 하였다.

나이트버스를 타는 건 카이로에서 시와로 가는 12시간으로 족하다는 생각에 오전 7시에 메르사마트루로 출발하는 고버스를 말리의 도움으로 시와 둘째 날에 미리 예매해 놓았다.


또 다시 방문한 사막의 휴게소

이른 아침이라 과연 인드라이브가 잡힐까 걱정했지만 말리가 메르사마트루 가는 날 아침까지 우리를 버스 터미널에 데려다준 덕분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착한 말리.

말리와 함께 한 시와에서의 투어는 총 2명이서 첫째 날 800파운드(24,000원), 둘째 날 900파운드(27,000원)이었고, 둘째 날 투어비에는 아침에 버스터미널에 데려다준 금액도 포함이었다.

인당 3만 원 미만으로 시와에서의 2일을 풀로 즐길 수 있다니, 천장 없는 툭툭이의 승차감은 잊게 하는 가격이었다.


메르사마트루로 가는 고버스에서의 5시간 동안은 잠을 별로 자지 못하였다.

아무리 이른 아침이더라도 이미 꿀잠을 자고 출발해서 그런지, 친구는 옆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잤는데 나는 노래를 듣다가 바깥을 보다가 멍을 때리다가 몇 분 정도 졸다가 그렇게 갔던 것 같다.

사막을 달리는 버스다 보니 이심이 자주 그리고 오래 끊기곤 해서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다운로드하여간 오프라인 음악 목록으로 최근 빠진 최유리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며 무료함을 달랬다.

이른 아침 버스 타기 전 풍경과 버스안에서 마주친 아기


출발한 지 1시간 정도 지나서부터 슬슬 배가 아팠는데, 버스 안에 있는 화장실은 사용이 불가한 건지 내가 여는 방법을 못 찾은 건지 이용할 수 없는 상태였고, 주변 사람들은 전부 숙면 중이라 그나마 깨어 있던 아이에게 도움의 눈빛을 보내는 게 내가 할 수 있던 최선이었으나 그 아이는 어깨를 까딱하고 말 뿐이었다.

이러다 괜찮아질 수도 있으니 참아보자 라는 생각으로 심호흡을 하며 다시 평온한 척 최유리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1시간이 더 지났을까. 슬슬 한계가 올 무렵 시와에 가는 길에 들렀던 곳과 동일한 휴게소에 버스가 정차하였다.

휴게소에 들리지 않을 경우, 목적지까지 3시간은 더 버텨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낙담해 버리면 장이 더 요동칠까 무서워 애써 그 사실을 외면하던 나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음에 기뻐하며 휴지와 50파운드를 챙겨 밖으로 뛰쳐나갔다.

시와에 갈 때는 화장실 이용에 돈을 받더니 이번에는 돈 받는 친구가 없었다.

이런 줏대 없는 수익 창출 시스템이라니 라는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가다가 장이 보내는 다급한 신호에 얼른 화장실로 들어가 평화를 얻은 채 다시 나왔다.


휴게소에서
향수 과소비를 하다

몇 시간 만에 얻은 평화에 기분이 좋아 휴게소 안을 둘러보다가 15ml 용량의 개당 50파운드(1,500원) 정도로 저렴한 가격의 롤온 향수를 10개나 구매해 버렸다.

처음엔 다 똑같은 향인가 싶어 근처 직원에게 전부 동일한 향인지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해서 아무거나 사려는데, 알고 보니까 잘못 알아들은 것이었고, 향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까 알고 꺼내는 건지 아무거나 집는 건지 하나씩 뚜껑을 열고 나에게 주었다.

향이 괜찮은 게 많아서 사고 싶은 걸 하나씩 매대에 올려놓다가 점점 쌓이니까 캐셔 직원이 이 상황이 웃기는지 4개를 넘어서부터는 올려놓을 때마다 엄청 웃었다.

아무래도 내가 캐셔의 웃음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

정확한 판매 목적은 모르겠지만 뭔가 급할 때, 혹은 기분전환으로 한두 개씩 사는 걸 내가 폭주하며 10개씩 사가는 게 웃겼던 걸까.

캐셔가 자꾸 웃어서 휴게소 분위기가 좋아졌고, 캐셔, 나, 향수 골라주는 아저씨 셋이서 하하 호호 제대로 통하는지 모를 대화를 나누며 이런저런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근처에 있던 다른 아저씨는 본인이 드라이버라고 하며 버스가 떠날 걱정은 내려놓고 편하게 쇼핑을 즐기라고 하였다.

이집트에서 만난 사람들은 같이 사진 찍는 걸 좋아했는데, AI 도용 등의 이유로 웬만하면 같이 찍지 않았지만 이 때는 기분이 좋아서 향수 골라주는 아저씨의 제안으로 그 자리에 있던 각 3명과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슬슬 기가 빨려서 그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기사님에게는 먼저 들어가 있겠다는 인사까지 건네며 갑작스러운 친밀감을 보여준 채 버스에 탑승하였고, 마침 깨어난 친구에게 방금 산 향수를 자랑하자 본인도 사고 싶다고 해서 결국 다시 그 휴게소로 들어갔다.

친구도 아저씨의 추천으로 몇 번의 시향 끝에 5개를 구매한 뒤에야 드디어 버스에 앉을 수 있었다.

휴게소 내부 사진

총 5시간 정도 걸려서 메르사마트루에 도착하였고, 모하메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카이로로 돌아가는 버스 티켓을 미리 예매해 놓아야 했기에 모하메드에게 버스 시간을 물어봤더니

저녁 5시가 막차라 당일에 돌아가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다. (카이로에서 묵을 숙소가 없었다.)

고버스 어플로 보았을 때는 더 늦은 시간도 있었는데, 뭐 현지인 말이 정확하겠거니 싶어서 여기에 숙소를 잡고 하루 잔 뒤 다음날 일찍 카이로에 돌아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다음날에는 카이로에서 아스완으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야 했는데, 호스텔에 짐을 맡겨놓고 왔기 때문에 짐도 찾고 공항에 가려면 시간이 빠듯했고, 달리 선택지가 없어서 오전 7시 반 정도의 버스표를 예매했다.

나이트버스를 타고 카이로로 돌아갈 생각이었기에 당연히 메르사마트루에서의 숙소도 예약해 놓은 게 없었고, 모하메드에게 버스터미널 근처에 오늘 지낼 만한 호스텔이 있는지 물어봤다.

하지만 모하메드가 이곳은 시와와 달라서 그런 숙소가 많이 없고 가격도 비쌀 거라고 했다.

하지만 본인이 아는 곳이 있다며 전화로 예약을 한 뒤 데려가 주겠다고 하였고, 가격이 걱정되긴 했지만 역시나 달리 선택지가 없어서 알겠다고 했다.

도착해 보니 수영장도 딸린 엄청 큰 리조트 같은 곳이었고, 방 2개에 거실, 주방도 있는 이집트에 와서 처음 보는 크기와 컨디션의 숙소였다.

이로써 가격에 대한 걱정은 더욱 커졌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1일 숙박에 1,300파운드(39,000원)였고, 모하메드의 경고가 머쓱할 만큼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메르사마트루 숙소 사진


그렇게 숙소에 짐을 놓은 후 조식도 먹지 못한 상태여서 배가 고팠기에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하였는데, 이집트는 보통 아침을 11~12시쯤 늦게 먹고, 점심도 오후 2시는 넘어야 먹는 문화이기 때문에 식당들이 아직 준비 중이라 밥을 먹을 수 있기까지 시간이 조금 비었다.


망고 주스를 사서 근처 바다를 짧게 둘러본 후, 우리가 이따 수영할 거라고 하니까 본인도 집에 가서 수영복을 가져와도 괜찮겠냐고 해서 모하메드 집으로 갔다. (우리는 차 안에서 기다렸다.)

거기서 모하메드의 사촌 동생 2명을 보았는데, 타지인인 우리에 대한 어떤 거부감이나 두려움도 없이 달려와 인사하는 그 순수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메르사마트루에서의 점심식사, 해산물 파티

돌아다니다 보니 식당 오픈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갔다. 모하메드의 지휘 아래 생선, 새우, 오징어, 게, 해산물 수프 등 바다 도시다운 음식들을 주문했다.

이집트는 모든 식당에서 메뉴가 천천히 나오는 일이 다반사이지만 정말 40분은 기다린 이후에야 음식을 받을 수 있었다.

오픈 시간이 되었다고는 해도 요리를 위한 모든 준비가 된 건 아니라서 그렇다고 모하메드가 설명해 줬다.


생선은 양념을 발라서 구운 듯했고, 오징어는 튀겼으며, 새우는 삶은 건지 익힌 건지 모르게 요리되어 있었다. 게도 양념에 발라서 구운 것 같았는데, 특히 하얀 국물의 해산물 수프가 정말 맛있었다.

나머지는 특별할 게 없고, 원재료와 조리방식으로 하여금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맛이었다.

메르사마트루에서 점심으로 먹은 해산물 요리


드디어 시작된 바다 투어, 사진에 진심인 모하메드

식사를 마치고 첫 번째 스팟인 '씨아이(sea eye)'에 갔다.

메르사마트루에서는 해변마다 입장료를 받는 곳이 많았으나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다.

가운데 구멍이 뚫린 바위 사이로 바다가 훤히 보이는 포토 스팟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바다의 색깔이 정말 듣던 대로 에메랄드 빛의 영롱한 푸른색이었다.

하지만 해변 쪽이라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었고, 모하메드의 지도 아래 10군데 이상의 포토 스팟에서 사진을 찍다 보니 좀 지쳐서 바다에 대한 감흥이 살짝 줄어들었다.

사진을 그만 찍고 싶었는데, 모하메드는 정말 열정적이었다..

Sea eye라는 이름의 메르사마트루 해변


그렇게 첫 번째 장소 투어를 마치고, 해안가 도로와 절벽 쪽 바닷가를 방문한 뒤 수영할 해변으로 이동하였다.

메르사마트루의 아름다운 해변들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고, 수영을 하기엔 조금 추워서 30분에서 1시간 정도 바다에 있다가 도로 나왔다.

모하메드는 여기서도 잠수를 많이 했다.

나와서 물기를 적당히 닦은 뒤 셋이 몸도 말릴 겸 바닷가를 걸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모하메드의 인생사, 메르사마트루의 역사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한국의 문화도 궁금하다고 알려달라 해놓고서는 내가 보기엔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자녀와 사촌들이 K드라마나 K팝을 좋아해서 그나마 한국에 관심이 있는 것 같고, 그럼에도 본인은 크게 흥미가 없어 보였다.

모하메드, 친구와 나란히 걸은 바닷가


잊지 못할 몽환적인 분위기의 선셋 장소

산책을 마치고는 선셋 장소로 갔다.

금방 갈 줄 알았는데 한 3~40분 이상 달리느라 이미 지쳐있던 우리는 차에서 잠에 들었다.

정신을 못 차리고 졸다가 잠시 깼을 때 생각보다 오래 달린다는 생각을 하였고, 타지에서 낯선 사람과 함께하고 있음이 불현듯 떠올라 다시금 의심과 경계 태세로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며 모하메드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각성은 좋았지만 모하메드는 좋은 사람이었고, 누구나 아는 그런 선셋 장소가 아닌 숨겨진 보석 같은 곳에 우리를 데려가 주었다.

모하메드가 데려가 준 메르사마트루의 숨겨진 선셋 명소


인생에서 본 노을 중 손에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고,

핑크빛 선셋과 풀문, 에메랄드 빛의 지중해 바다, 언덕 건너편엔 중동 그리고 사막의 부지와 양 떼를 몰고 가는 청년까지 자다 일어나서 그런지 더욱 꿈같은 곳이었다.

인적도 드물어 친구와 마음껏 뛰놀며 다 같이 사진도 찍었다.


멀미도 봉인하는 메르사마트루의 양고기

아름다운 선셋으로 해변 투어와 수영을 하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한 뒤 저녁을 먹으러 다시 메르사마트루 시내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는 해도 저물어 주위가 어두웠기에 다시 졸면서 가고 있었는데, 히잡을 쓴 여성 2명과 아이 1명이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었다. 모하메드가 그들이 곤란해 보인다며 태워도 괜찮겠냐고 물어봤고, 우리는 오브콜스를 외치며 옆으로 비켜났다.

모하메드가 정말 착한 사람임을 다시 한번 느낀 게 조수석에 탄 여자가 플래시를 킨 채 모하메드 쪽으로 전화기를 들고 통화를 하였음에도 그는 눈을 조금 찡그리긴 했지만 화를 내거나 그러지 않았다.

운전이 어려울 수 있었을 것 같긴 하지만 모하메드가 안전상 위험하지 않은 범위에서 나름 판단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뒷자리, 그러니까 우리 옆자리에 앉은 여자는 히잡을 써서 몰랐는데 할머니였고 우리가 코리안이라고 하니까 손주와 전화통화를 하더니 우리를 바꿔주었다.

아마 이제 막 영어 공부를 시작한 아이 같았고, K문화를 좋아해서 전화연결을 시켜준 것 같다.

하지만 '웨얼 알 유 프롬?', '하우 알 유?' 같은 기본적인 문장들만 말을 할 줄 알고 추가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고 같은 말만 반복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가 대화를 나누진 못했던 것 같다.

결국 다시 할머니를 바꿔주고 할머니와도 대화가 잘 되지 않아 웃음으로 어떤 유대감을 나눈 뒤 시내 근처에 도착하게 되어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떠나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친구가 양고기를 먹고 싶다고 해서 모하메드가 노래방 같이 생긴 식당에 데려갔는데,

포도잎으로 싼 밥, 무슨 수프, 가지야채볶음, 그린샐러드, 양고기를 시켰다.

사실 이때 하루 종일 땡볕에서 돌아다니고 수영까지 한 데다가 원래 멀미가 심한데 차도 꽤 오래 타고 다녀서

속이 너무 안 좋은 상태였고, 저녁을 먹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친구도 굶길 수는 없어서 따라왔다.

그래서 밥은 아예 안 먹거나 샐러드나 한두 입 먹으려고 했는데, 양고기를 한 입 먹고 너무 맛있어서 그대로 2~3 조각은 먹었던 것 같다.

그런 속 상태에서도 눈이 번쩍 떠질 정도로 맛있었던 양고기였고, 친구도 살면서 먹어본 양고기 중 가장 맛있다면서 접시에 있는 고기는 물론 내가 먹다 남긴 것까지 다 먹었다.

메르사마트루에서 먹은 양고기


저녁을 먹은 뒤 숙소로 바로 돌아가려다가 향수 가게에 들렀고, 여러 번의 시향 끝에 친구와 나는 향수를 하나씩 구매하였다.

향을 고르면 직원이 앞에서 직접 향수를 제조해 준다.

향수가게 사진


드디어 숙소에 도착하였고, 점점 안 좋아지는 컨디션에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하는 상황까지 더해져 당장 방에 들어가 씻고 자고 싶었지만 모하메드가 드디어 아이스크림 타임이 왔다며 숙소 안에 있는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데려갔다.

시간도 11시쯤이었고 정말 힘들었지만 하루 종일 데리고 다녀준 것에 고마워 간신히 참고 수영장 근처 벤치에 앉아서 대화를 하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숙소 내부 수영장과 아이스크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와 모하메드, 둘이 번갈아 피우는 담배 냄새에 간신히 참고 있던 울렁거림이 솟구쳐 머리까지 깨질 듯이 아파와 자리에서 일어나서 들어가고 싶은 티를 내며 모하메드에게 오늘의 투어 비용을 물어봤다.

시와에서 투어 제안을 할 때부터 ‘가격은 신경 쓰지 마라‘라고 말해서 과연 진심인지, 아니면 이집트식 삥 뜯기의 연막인지 의심을 했었는데, 그는 자신이 좋아서 가이드를 한 거라며 투어비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메르사마트루에서는 중국인들만 가이드를 했고, 한국인들은 거의 보기 어려웠는데 한국인인 당신들을 가이드해서 좋았고, 본인도 오늘의 여행을 즐겼다고 하였다.

상당히 감동스러운 말이었지만 오늘 고생해 준 것에 미안하고 진심으로 고마워서 쉽게 알겠다고 하지는 못하며 몇 번이나 다시 물어봤으나 그는 강경했고 결국 고맙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조금 더 모하메드의 말동무를 하다가 들어가고 싶어 하는 티가 난 건지, 시간이 늦은걸 갑작스럽게 인지한 건지 11시 반쯤 우리를 들여보내 줬다.


내가 많이 힘들어해서 친구가 먼저 씻으라고 양보해 준 덕분에 얼른 씻고 짐을 싸놓은 뒤 깨질 것 같은 머리와 울렁거림을 누르고자 타이레놀과 소화제를 먹은 뒤 바로 잠에 들었다.


이 날은 몸이 안 좋았어서 그에게 감동과 고마움을 충분히 느낄 여유가 없었는데,

이후의 여행에서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도 모하메드가 사람과 여행, 인생에 대해 보여준 진심은

나의 이집트 여행을 차곡차곡 포장한 뒤 마무리로 묶은 예쁘고 정갈한 리본과 같이 느껴진다.

지난 여행을 돌아보았을 때 무엇과 섞여도 탁하게 가라앉지 않고

가장 먼저 건져 올려지는 순도 높은 최상단의 무엇.

모하메드는 이집트에서 만난 좋은 인연이었고, 인생에 늘 진심인 그의 태도는

앞으로도 살면서 종종 떠올라 나에게 크고 작은 용기를 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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