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강 과제 사진 보고 자세히 쓰기 연습
집 앞 청소년 문화공원을 몇 걸음 걸어가면, 숲 속에 자리 잡은 토피어리 정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이즈까 향나무로 만들어진 공룡, 강아지, 곰, 말, 악어, 양 같은 형태의 동물이 있다. 이들은 한낯의 햇빛을 받아 살아있는 듯 광택이 난다. 사계절 푸른 모습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의 마음까지도 동심이 되살아나게 한다. 자연이 조형물이 되는 이곳은 매번 걸을 때마다 상쾌한 기분이다.
토피어리 정원을 끼고 언덕 위쪽으로 숲길을 걸어 들어가면 소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등이 빽빽한 오솔길이 나타난다. 숲길을 조금만 오르면, 동네 주민들이 손수 닦고 물을 뿌려 단정하게 가꾼 황토마당이 있다. 이곳은 종일 햇볕이 드는 곳으로 주민들이 모여 맨발 걷기와 기체조를 하는 ‘운동 본부’ 같은 곳이다.
여름이면 해뜨기 전부터 모여 맨손체조로 하루를 연다. 맨 앞에서 동작을 이끄는 분은 올해 여든셋. 30년 넘게 기체조를 하셨고, 요양원을 운영하며 삶을 부지런하게 일군 어르신이다. 산책길을 걷다 보면 접시 돌리기, 배치기를 하면서 숫자를 헤아리는 기합소리가 이쪽까지 울려 퍼질 때면, 나도 모르게 힘이 난다.
입동이 지나 날씨가 쌀쌀해지자 모임 시간은 오전 10시로 바뀌었고, 텀블러에 담아 온 차 한 잔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운동이 이어진다. 황토마당에는 각자 가져다 놓은 모양이 제각각인 의자가 있다. 지나가다 얼굴을 내밀었더니 와서 차 한잔 하라고 권한다. 산책길 오며 가며 눈인사를 나눈 사이라 처음으로 황토마당에 합류하여 차도 마시고 담소를 나누었다.
등받이가 있는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강릉에 사시는 어르신은 고동색 벙거지를 눌러쓰고, 목에는 꽃무늬가 있는 사각형 스카프를 둘둘 말아 목에 둘렀다. 윗도리 안에는 분홍색 스웨터를 입고 겉에는 양모로 된 자주색 잠바를 입었으며 손에는 종이컵을 들고 커피를 홀짝인다. 바지는 바람막이용 겨울바지로 발목으로 내려 갈수록 통이 좁은 검은색 누비바지를 입었다. 운동화는 흑갈색 스케쳐스를 신었다. 병원 다니느라 딸 집에 와 지내는 분이다. 여러 겹 따뜻한 옷차림 속에 들려오는 허리 치료 이야기와 강릉 얘기는 들을수록 정이 묻어난다.
그 옆에 등받이가 있는 빤질빤질한 빨간색 의자에 앉아 있는 분은 연한 보라색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꽃분홍 목도리를 둘렀다. 목도리 끝부분에는 흰색 실로 마무리를 했다. 윗도리는 앞면과 뒤면은 진한 남색이고 팔 부분은 하늘색으로 뜨개옷 조직의 스웨터를 입고 빨간 장갑을 착용했다. 진한 남색의 기모바지를 입고 맨발이다.
등받이가 없는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분은 뽀글 머리고 뿔테안경을 썼으며 화장을 곱게 했다. 체크무늬 작은 실크스카프로 목을 보호하고 있다. 연한 핑크 패딩 재킷을 입고 있다. 통이 넓은 검은색 바지는 바지 끝부분 단을 주황색으로 덧대어 주름을 잡아 일바지 모양이지만 세련되어 보인다. 회색 바탕에 나이키 상표만 검은색으로 표시된 운동화를 신었다. 이분은 커피 한잔하고 먼저 일어난다고 한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다고 하며 중학교 급식 보조 일을 하신다는 분이다.
매일 영양사가 다른 반찬에 갓 지은 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일하는 덕분에 건강해졌다고 한다. 공익활동사업에 참여하면서 용돈도 벌고 건강도 챙기고 일석이조라고 한다. 그 옆으로 꺼끌꺼끌한 흰색의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은 분은 고동색의 겨울모자를 눌러쓰고 흰색 후드티를 입고 패딩 조끼를 겹쳐 입고 있다. 검은색 기모바지를 입고 맨발이다.
이분은 수영장을 다니다 요즘 리모델링으로 인해 개장하기 전까지 이곳에서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며, 3개월째인데 소화가 잘 되고 잠도 깊게 잔다고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앉아 있는 앞쪽으로는 아까시나무와 목련, 상수리나무 등 크고 작은 나무들로 숲이 우거져 있고 물을 담아서 흙마당을 다지는 파란색 물 조리개도 한쪽에 있다. 뒤편 산수유나무는 갈색과 붉은빛이 섞인 잎을 달고 있고, 가지에는 하얀 옷걸이 두 개와 검정 에코백 하나가 걸려 있다. 익어가는 붉은 산수유 열매는 나뭇잎 사이로 반사되는 햇빛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며 윤기를 낸다. 저마다 삶의 사정과 경험을 담아 조곤조곤 나누는 대화는 황토마당을 따뜻한 사랑방으로 바꾸어 놓는다.
숲길을 조금 더 걸어가면 또 다른 회원들이 걸음을 맞추며 맨발 걷기를 즐기고 있다. 맨 앞에는 분홍 티셔츠에 단발머리를 했으며 청바지를 입고 손을 허리춤에 올리고 맨발로 흙을 밟으며 건강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옆에는 채양이 있는 흰색 방울이 달린 모자를 쓰고 흰색 마스크를 썼다. 목에는 알록달록 무늬가 있는 목도리로 바람을 막고 흰색후드티를 껴입고 찐한 철쭉 색의 등산복 셔츠로 엉덩이를 덮었다.
겉옷은 누런 겨자색 가죽 잠바를 입었다. 바지는 진밤색 누비바지로 옆으로 세로줄이 있다. 세로줄로 디자인되어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주고 있으며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그 앞에는 다갈색의 나무로 된 네모난 표면이 다소 거친 평상이 놓여있다.
그 위에는 보드라운 살구색 장갑 한 쌍이 보이고 작은 종이 쇼핑백이 있다. 쇼핑백 끈은 남보라색으로 둥글게 늘어져 있고 그 안에는 텀블러와 푹신한 등산용 초록색 방석이 들어있다. 평상 뒤에는 대나무로 만든 큰 빗자루가 세워져 있고, 스테인리스 손잡이에 남색 테이프를 감은 걸레도 정갈하게 걸려 있다. 옆에는 노란 플라스틱 물통이 놓여있다. 평상 앞쪽에는 등받이가 낮은 나무 의자에 비닐 장판을 씌우고 스테이플러로 박아 고정을 했고 그 옆에는 등받이가 긴 흰색의자를 앞으로 기울여 놓여 있다.
옆으로는 나무 벤치가 있고 뒤에는 몸통이 굵은 느티나무가 자리를 지킨다. 그 앞쪽으로 세 명의 여자가 걸어간다. 알록달록한 붉은 잠바와 자줏빛 바지를 입고, 흰색 운동화를 신고 걸으며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그 앞에는 상아색 패딩 잠바와 빨간 바지를 입고 역시 전화 통화를 하며 걷는다. 단발 파마머리에 검정 잠바와 보라색 바지를 입고 산책을 하는 세분은 매일 같은 시간에 운동을 같이하는 친구분이다.
문화공원 옆 숲길은 동네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운동코스이자 마음의 쉼터다. 봄이면 푸릇한 새순과 분홍산벚꽃, 무더기로 피어나는 노란 개나리가 희망을 주고, 여름엔 솔향과 푸르름이 더위를 식혀준다. 가을에는 단풍이 황금빛과 붉은빛을 펼쳐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충분한 가을을 느끼게 한다.
마음이 복잡해 머리가 안개 낀 듯 흐릴 때, 이 숲길을 두세 바퀴 걸으면 두통이 없어지고 정신이 맑아지며 생각이 자리 잡는다. 사람들의 온기가 스며 있고 자연의 숨결이 살아 있는 아담한 동산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나만의 힐링공간이며, 성찰하는 사유의 장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