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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기초 글쓰기

제1강 나는 누구인가

by 수련

브런치에 들어오기 전의 나

50세 초반까지 오롯이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내이자 엄마로 바쁘게 살았다. 아이들 학교 행사며 남편 뒷바라지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분주했다. 그 와중에도 나만의 일상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학부모회 회원들과 함께 매달 한 번, 20년째 자원봉사활동을 이어왔다.


집안일을 끝내고 오전엔 동네 수영장에서 오 년째 물살을 가르며 건강을 챙겼고, 남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함께 골프 연습장을 다니며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았다. 골프가 제법 익숙해지자 지역 숙녀회에도 가입해 2주에 한 번씩 필드에 나가 운동을 즐겼다. 그렇게 내 일상은 규칙적이면서도 활기찼다.


막내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복지관 봉사활동 중에 “고령화 시대에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거예요”라며 공부하기를 추천해 주었다. 그 말이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늦은 나이였지만 용기를 내어 사이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고, 자격증을 취득해 복지관 상담실장으로 다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경력단절을 극복하고 늦둥이 사회인이 된 나는 일하는 즐거움에 푹 빠져, 하루하루가 감사했다. 그러나 5년이 흐르고 정년 60세를 맞았다. 퇴직 후에도 일을 놓기 싫어 시청의 계약직 근로자를 지원해 상담사로 2년간 근무했지만, 결국 완전한 은퇴를 맞이했다.


그 후의 삶은, 예상보다 허전했다. 시간은 많았지만 마음이 공허했고, 의미 없이 흘러가는 하루가 아쉬웠다. 동네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동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읽지 못했던 책을 실컷 읽으며 3개월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이제는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을 뒤지다 우연히 평생학습관의 줌으로 하는 글쓰기 수업을 발견했다. 주 1회 밴드에 글을 올리고, 김글리 작가님께서 첨삭을 해주는 방식이었다. 첫 주, 작가님께서 내 글을 읽고 “직접 첨삭해도 괜찮으시냐”라고 연락을 주셨다. 처음이라 조금은 두려웠지만,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네” 하고 답했다.


함께한 학습자는 24명. 나는 완전한 초보였고, 다른 분들은 이미 출판사 에디터경력이 있고, 책을 출간한 경험이 있는 작가로 활동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들의 글솜씨는 놀라웠고, 감상평은 직설적이었다. 하지만 작가님의 한마디가 내게 용기를 주었다.


“쉽게 읽히고 진솔한 글이에요. 다듬으면 좋은 글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힘을 얻어 7주간의 수업을 빠짐없이 참여했다. 수업이 끝난 뒤 혼자 글을 이어가는 건 쉽지 않았지만, 그때의 경험은 내 인생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브런치에 들어온 후의 나

그동안 ‘브런치’라는 단어는 내게 아침과 점심을 겸한 카페 식사 정도의 의미였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글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라고 말해주었다. 처음엔 의아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브런치 스토리 알아?” 하고 물으니, 모두 “식당 이름 아니야?” 하고 웃었다. 호기심이 생겨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 바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며칠 뒤 도착한 작가 승인 메일을 받는 순간, 마치 새 직장을 얻은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 기쁜 마음에 아들과 딸에게 자랑했더니 “축하해요” 하며 시큰둥한 반응. 그래도 좋았다. 2024년 12월 16일, 공식적으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날부터 주 1회 글쓰기를 시작했고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글을 발행할 때마다, 낯선 작가님들의 ‘좋아요’와 따뜻한 응원 댓글이 큰 힘이 되었다. 나도 그들의 글을 찾아 읽으며 배우고, 글 너머의 마음을 느끼며 동지애를 품게 되었다.


시청에서 퇴직자를 위한 문화해설사 교육을 이수하고, 때로는 해설사로, 주 3회는 시니어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정은 바쁘지만, 나와의 약속인 주 1회 글 발행만큼은 꼭 지킨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다. 때로는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만, 그 부담감으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서 글쓰기는 나를 치유하는 시간이고, 내 인생의 두 번째 봄을 여는 문이다.


앞으로의 나

이제 글을 쓰며 노년을 살아가고 싶다. 꾸준히 집필하여 세편의 에세이집과 소설을 출간하는 꿈을 갖고 있다. 읽고, 쓰고, 나누며 인생의 후반전을 따뜻하게 살아내고 싶다.

내 삶의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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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