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사람에게 있지 않다

구조가 행동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면

by 별이온

어느 회사에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됐다.
경영진은 담당자를 교체했다. 새로운 사람이 왔다.
몇 달 후, 또 비슷한 사고가 났다.


이번에도 담당자를 바꿨다. 그리고 또 반복됐다.
세 번째가 됐을 때, 경영진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


“세 명이 모두 나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그 자리 자체에 문제가 있었을까.”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자리가 가진 구조의 문제였다.


구조가 행동을 만든다

데밍이라는 경영학자가 있다.
일본 제조업의 품질 혁신을 이끈 사람으로, 평생 조직과 시스템을 연구했다.

그가 남긴 말 중 이런 문장이 있다.


“나쁜 시스템은 항상 좋은 사람을 이긴다.”


그는 이것을 현장에서 직접 증명했다.
같은 공장에서 직원이 바뀌어도 불량률은 비슷했다.
품질 담당자가 아무리 엄격해져도, 공정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불량품은 계속 나왔다.


결국, 시스템이 행동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 삶도 다르지 않다.
자꾸 짜증을 내는 사람은, 성격이 나쁜 게 아닐 수 있다.
충분히 쉬지 못하는 환경, 반복되는 갈등 구조,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
이런 것들이 사람을 자꾸 그 방향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좋은 사람도, 나쁜 구조 안에 오래 있으면 달라진다.
시스템이 행동을 만든다.
좋은 사람도 나쁜 구조 안에서는 나쁜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계단 앞 신발장 이야기

비슷한 경험이 내 일상에도 있었다.


3층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마주치는 곳에 신발장이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신발을 신발장에 넣지 않고, 계단 끝에 벗어둔 채 방으로 들어가곤 했다.


신발은 늘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그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처음엔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왜 한 번만 더 손을 움직여 신발장에 넣지 않을까.


직접 정리도 하고, 말도 했다.
교육 때도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그런데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정말 정리를 안 하려는 걸까,
아니면 이 행동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구조가 만들어져 있지 않은 걸까.”


가만히 보니 동선은 늘 같았다.
계단을 올라오면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신발장은 거기 있었지만,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신발을 벗는 자리와 신발장 사이에, 아주 작은 끊김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더 설득하거나 교육하는 대신,
계단 끝, 누구나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에 이렇게 크게 붙였다.

신발은 신발장에.

변화는 의외로 빨랐다.
그 뒤로 신발은 눈에 띄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때 알게 됐다.
문제는 사람에게만 있지 않다.
사람은 구조 안에서 움직인다.
구조를 바꾸면 행동이 바뀐다.


시스템 사고의 시작

시스템 사고는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딱 한 가지, 질문의 전환이다.


기존의 질문은 이렇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했을까.”


시스템 사고의 질문은 이렇게 묻는다.

“어떤 구조 안에서 이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게 됐을까.”


이 전환 하나가 대화를 바꾼다.
비난이 줄고, 원인이 보이 시작하고,
실제로 바꿀 수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동료가 자꾸 실수를 한다면,
그 실수를 만든 정보 흐름을 먼저 본다.


아이가 같은 문제를 반복한다면,
혼내기 전에 아이가 놓인 환경을 먼저 본다.


내가 계속 같은 패턴으로 관계를 망친다면,
나를 탓하기 전에 나를 둘러싼 구조를 먼저 본다.


이 시선이 생기면, 화가 줄어든다.
그 자리에 이해가 들어온다.



내 삶을 구조로 보기

처음에 이 시각을 갖게 되면 조금 불편할 수 있다.
‘그럼 나는 구조의 피해자인가’ 싶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다.
구조를 보게 되면 오히려 자유로워진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대신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이런 구조 안에서, 이런 패턴으로 살아왔다.”


구조는 바꿀 수 있다.
즉, 나는 ‘원래 이런 사람’으로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자신을 탓하는 데 쓰던 에너지를,
구조를 바꾸는 데 쓰기 시작할 때 삶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이것이 이 책 전체의 출발점이다.


문제는 사람에게 있지 않다.
같은 결과를 반복시키는 구조에 있다.


규격이 아니라 구조를 본다 · RISA™ 별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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