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과 개인은 같은 방식으로 무너진다

시스템이 없는 곳의 공통된 풍경

by 별이온

나는 오랜 시간 조직을 운영하거나, 조직 안에서 일했다.


그 시간 동안 이상한 장면을 반복해서 봤다.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모였는데 조직이 흔들렸다.
열심히 하는데 1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문제였다.
새 사람이 오면 잠깐 나아지는 것 같다가 결국 제자리였다.


처음에는 리더십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다음엔 사람 문제라고 생각했다.
저 사람만 바뀌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사람이 바뀌어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다.


그제야 알게 됐다.
문제는 시스템이었다.


시스템 없는 조직의 풍경

시스템이 없는 조직에는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공통된 풍경이 있다.


첫째, 모두가 바쁜데 중요한 일은 잘 안 된다.
회의가 많고, 메시지가 많고, 할 일이 많다.
그런데 정작 핵심적인 결과물은 늦어지거나 흐지부지된다.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이 뒤섞여, 뭘 먼저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가 이어진다.


둘째,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지난달에 해결됐다고 했던 문제가 이달에 또 나온다.
회의에서 결론이 났는데, 다음 회의에서 또 같은 주제가 올라온다.
근본 원인은 그대로이고, 표면만 바꾸는 해결책이 반복된다.


셋째, 담당자가 바뀌면 모든 게 리셋된다.
그 사람이 알아서 하던 일들이 공중에 뜬다.
인수인계를 해도 실제로 연결이 안 된다.
일이 사람에게 묶여 있고, 구조에 묶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조직은 특정 사람에게 과도하게 의존한다.
그 사람이 있는 동안만 굴러간다.
그 사람이 빠지는 순간, 함께 흔들린다.


개인도 다르지 않다

읽으면서 ‘이거 우리 회사 이야기 같은데’라고 생각했는가.
그런데 사실 이건 개인의 삶 이야기이기도 하다.


매일 열심히 하는데 나아지는 게 없는 느낌.
결심은 하는데 또 흐지부지되는 사이클.
새로운 직장에 가도, 새로운 관계를 시작해도 비슷한 문제가 따라오는 경험.


이건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삶에도 시스템이 없을 때 나타나는 패턴이다.


“왜 나는 매번 이러는 걸까” 하는 자책 앞에서, 먼저 물어봐야 할 건 이것이다.
나는 어떤 구조로 살고 있는가.


이 질문 하나가 자책을 분석으로 바꿔준다.


반복되는 패턴

한 관계에서 상처받았다.
시간이 지나 새로운 사람을 만났는데, 놀랍도록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직장을 옮겼는데 새 직장에서도 이전과 비슷한 갈등이 생겼다.


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세 번째가 되면 슬슬 다른 생각이 든다.


‘혹시 나에게 무언가 패턴이 있는 건 아닐까.’


맞다.
그 생각이 맞다.
내 안에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반응 패턴이 있는 것이다.
어떤 신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이걸 의지력 문제로 보면 자책으로 끝난다.
구조 문제로 보면, 바꿀 수 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을 탓하는 문화

한 팀에서 비슷한 실수가 반복됐다.
팀장이 결론을 냈다.


“저 직원이 문제인 것 같아요. 주의 깊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해보자.


그 직원이 다른 팀으로 간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디 있었을까.
팀의 구조였다.
검토 절차가 없었다.
원인을 나누는 문화가 없었다.
같은 오류를 막을 장치가 없었다.
그런 환경에서는 누구든 실수를 한다.
다만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 표적이 될 뿐이다.


사람을 탓하면 그 순간은 편하다.
책임자가 생기고, 이유가 생기고, 해결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3개월 후에 또 비슷한 문제가 나온다.


사람을 탓하는 문화는 구조가 없을 때 더 강하게 나타난다.
구조를 바꾸는 건 어렵고, 사람을 바꾸는 건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바뀌어도 구조가 그대로면 같은 문제는 반복된다.

— RISA™ 별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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