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지켜진 아이 2

사랑

by 이수하

초등학생 때 도서실에 자주 갔고 나름 도서실 선생님과 친했다. 나는 책을 읽는 속도가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이 느린 편인데 어느 날은 나보다 먼저 완독한 친구가 아직도 읽고 있냐고 놀리자 선생님께서 그 친구에게 부드럽지만 강하게 타이르신게 기억에 남는다. 정확하게 뭐라고 말씀하셨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선생님께선 놀림 받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나를 감싸주셨다.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느리고 그건 어린 나의 콤플렉스였다. 다른 사람들은 뭐든 빠른데, 나는 뭐든 느리다. 근데 느려도 괜찮다. 느려도 괜찮아, 도서실 선생님께서 나를 감싸주신 것처럼 나도 느린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감싸주며 얘기해주고 싶다. 도서실 선생님 말고도 나를 아껴주고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주신 선생님들이 많다. 선생님들이 선생님들의 방식으로 사랑을 주고 지켜주신 것처럼 나도 오늘날의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지켜주고 싶다.


지원언니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사랑이 많은 사람, 에이미님은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따뜻한 사람이다. 내가 이런 여자들을 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 진짜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행복을 응원해준 사람들, 나에게 큰 애정을 주는 사람들에 대하여 얘기를 해보자면 오늘 하루가, 어쩌면 내일까지도 모자를 수 있다. 내가 행복을 응원받은 것처럼 나도 다른 사람의 행복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응원은 감동과 위로로 와닿고 마음을 일으켜 세우기에. 누군가 나에게 애정을 부어준 것처럼, 나도 다른 사람에게 애정을 부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사람이 사랑으로 살고 사랑으로 숨쉬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돕고 싶다.


나를 지킨 수많은 사랑들이 있다. 그 사랑들은 내 옆에 머물렀고, 머무르고 있고, 계속해서 머무를 것이다. 작은 존재가 건넨 작은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르익어 마음에 점점 크게 자리한다. 서로 미워하기엔 함께하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고, 함께하는 동안에는 이 순간이 길 것만 같지만 실은 너무나도 짧기에 더욱 사랑한다.


연애 관계에서 서로의 다름으로 많이 부딪치고 싸우기도 했지만, 많이 사랑받은 것 또한 사실이다. 나를 많이 아껴주고 사랑하는게 느껴졌다. 연애 관계에서 발생한 오해와 상처는 나를 지치게 만들었지만 나의 깊은 부분을 돌아보고 점점 잊어가는 사랑들을 되짚어보게 했다.


한 번쯤 내 마음 속 어린아이에 대해 다루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 삶의 미해결 과제로 여겼던 그 아이는 나와 함께 인생을 걸어갈 것이다. 방치하지 않을게. 내가 꾸준히 보듬어줄게.


나는 낯선 곳을 여행하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가끔은 보이지 않는 세상이 보이는 세상보다도 흥미롭다. 보이는 세상을 넘어 보이지 않는 세상을 탐구해서 외롭고 쓸쓸한 이들에게 닿을 따뜻하고 다정한 글을 쓰고 싶다. 그렇게 사랑을 추구한다. 따뜻한 온기가 천천히 한 사람에게 전달되어 천천히 세상을 적시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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