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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의 장가계

by 차주도

미혼 迷魂의 장가계


일 년에 한 번쯤 형제들 여행을 늘 준비하는데
이번 여행은 둘째 형님과 형수님 그리고 동생과 함께 쉽지 않은 조합 組合이 만들어졌다.
누님과 아내, 제수씨는 이미 다녀온 지라
결장 缺場의 아쉬움을 남긴 채
아바타 속으로 출발한다.

오전 주민센터 수업을 끝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유부초밥을 준비한 아내와 담소 談笑를 마친 후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수속절차를 끝내고
여유로운 두 시간여를
그동안 서로 바빠 나누지 못한 지난 이야기를 허심탄회 虛心坦懷하게
풀면서
마음의 갈등 葛藤을 서로 이해하며 끄덕이는 것을 보면
영락 零落없는 어릴 적 옛 모습으로 돌아간 영원 永遠한 삼 형제를
하늘에서 엄마는 흐뭇하게 보았으리라

기내 機內에서 머무는 네 시간 동안
예쁜 미소를 띤 승무원들을 슬쩍 훔쳐보는 재미와
캔 맥주를 곁들인 식사는
무료 無聊한 시간을 견디는
특화 特化된 나만의 노하우로
비좁은 공간을 활용한다.

어떤 의미를 담는 여행의 주제는
바로 답 答이 나왔다.
우리 둘째 형수님이시다
그동안 정성 精誠을 들인 헌신 獻身을
이 기회에 감동 感動을 만들어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털고
형수님에게 결코 헛되이 살지 않은 자긍심 自矜心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위 마음을 담은 기내 機內에서 쓴 시 詩를 올린다


우리가 키운 인연 因緣


쫄따구 군 시절
둘째 형 결혼식 참석 못해
축하의 시 詩 한 편 진심을 담아
편지로 보낸 지 45년의 세월 歲月.

35년 부모님 정성 精誠으로 모셨고
형제간 우애 友愛를 이슬처럼 적시던
그런 형수님과 여행하는 삼 형제.

쉽지 않은 조합 組合은
마음의 빚 갚을 마지막 기회 機會.

다시 보지 못할 장가계처럼
이 생 生에 기억 記憶을
하늘에서도 추억 追憶하기를
그런 여행 旅行이 되기를 간절히 빈다.

1. 천문산
장가계의 명소 名所로 불리는 천문산은 압도적인 풍경과 걸맞은 케이블카와 에스컬레이터의 위용 威容만으로도 ‘과연 중국이구나’
를 실감한다

서선코스의 상행 케이블카는 8인승으로 해발 1518.6미터의 험준 險峻한 산을 직진하는데
눈앞에 펼쳐지는 광대한 봉우리와 봉우리가
원시 遠視였다가 눈앞에 큰 몸짓으로 나타나 심장을 쿵쿵 치더니 다시 원시 遠視로 돌아가는 반복되는 시간이
30분 동안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장관 壯觀은 평생 잊히지 않으리라

천문산사와 귀곡잔도를 거쳐 유리잔도를 걸으며 내려본 경치는
지옥인지 천당인지 꿈속을 헤매며 언젠가 하늘에 있을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축지법을 쓰며 하늘거리는 도인 道人이 되어
유영 游泳하는 허전한 하루의 일과를 산봉우리와 안개와 구름을 벗 삼아 바람이 부는 대로 놀고 있는 노인을 보는 듯하다.

동선코스의 랜드마크는 천문동 天門洞이다
‘하늘로 오르는 문'이라 불리는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천연 석회암 동굴로
경비행기가 이 사이로 통과하는 퍼포먼스를 펼쳐 더 유명해졌다는 말이
실제로 와서 보니
신이 빚은 예술품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지 묵언 默言한다.
그래야만 내 꼴잡한 시 詩를 쓸 수 있기에.

2. 원가계
원가계는 미혼 迷魂의 산 山이다.
정신을 잃을 만큼
신비의 산 山이 불규칙적으로 솟아 있어
이승과 저승의 중간쯤 터미널로
더러 신선 神仙이 놀다 간 자리 같기도 하고,
무당 巫堂들이 영험 靈驗한 기 氣를 받는 도장 道場같기도 하고,
인간이 빚을 수 없는 조물주의 영역 領域으로
원숭이들의 놀이터 공간이기도 하다.

불규칙적으로 솟아있는 수백 개의 봉우리와 기암절벽 奇巖絶壁은
약 4억 년 전에는 바다였으나 지구의 지각운동으로 인해 육지로 솟아올라
오랜 시간 동안 침수와 자연 붕괴 등을 겪으며 현재의 절경을 만들었다니
우리네 삶도 오로지 절차탁마 切磋琢磨만이 품위 品位를 지킬 수 있으리라

3. 십리화랑 十里畵廊
모노레일을 타고 왕복으로 10리 길을 감상하니
그림 같은 풍광 風光이 펼쳐지는 기이 奇異한 봉우리와 암석 巖石을
화폭에 담았다는 뜻으로 이름을 붙인 ‘십리화랑 十里畵廊’은
마치 한 폭의 거대한 산수화 山水畵를 연상시킨다.
왜 화랑 畵廊인지의 의문은
십리(약 5km) 어느 곳을 카메라에 담아도
절경 絶景이기에 답 答이 여기에 있었다.

4. 대협곡 大峽谷
자연과 인간의 상상력이 만나 대협곡 大峽谷을 만든다.
뒤늦게 자본주의 신념 信念에 꽂힌
사회주의 중국이 어디까지 맹신 盲信할지 의심이 들지만
추진력 推進力만큼은 세계 최강임에 틀림없다.

유리다리, 유리잔도, 엘리베이터를 타고난 후
봅슬레이를 연상시키는 유리미끄럼틀로 하산을 마치고
두 시간가량의 둘레길 여행은
대자연이 만든 위대한 공간을 터벅터벅 걸으며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살아갈 날을 생각하며
마지막을 치닫는 여정에
비움의 날들이 기를 비는
치유 治癒의 길이었다.

5. 황룡동굴
삼척의 환선굴 정도의 상상은 단박에 무너졌다.
술꾼인 나에게 눈길이 간 곳은
술을 보관하는 무수한 항아리가 조명에 더욱 웅장해 보이고
왜 중국의 백주가
맛과 은은한 향이 세계 최고인지는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동굴에 까지 큰돈을 투자하여 그들만의 품질을 기울이는 노력의 결과물로 감히 단언한다.

‘미사일 발사’라는 한글이 적혀 있는 ‘정해신침'은 길이가 무려 19.2m나 되는 석순 중간이 잘록해서 무너질 것을 대비해 약 200억의 보험을 들었다는 사실만으로 큰 관심사였다.

동굴 보트 체험 역시 처음 느껴본 추억으로 신선했다
미지의 세계에 어두침침한 눈으로
먼 우주를 유람 遊覽하는 노신사 老紳士의 황혼 黃昏녁이었다.

하루 이만 보 이상을 걸으며 3박 5일을 여행한 장가계는
형제의 끈끈한 정 情과
헌신 獻身의 둘째 형수님께 감사드리는 여행의 콘셉트가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더 깊어졌으리라 믿는다.

2025.1.19
서재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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