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이 떠나 본 어릴 적 만리포해수욕장이나 선유도의 기억이 무뎌진 이후 꼭 한 번은 여행하고픈 자리를 계획 - '아내에게 감동을!' '3보1찍'이라는 명제를 걸고 행한 210장의 사진을 아내에게 전달하고 나니 제법 의미 있는 여행을 마쳤다는 여운이 들어 뿌듯하다.
여행 중 순간순간 큰아들의 기억이 마음을 건드렸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생각을 밀어버리고 이 순간의 행복이 곧 삶을 지킨 보상이라 더 집중하자는 다짐이 정신을 흩트리지 않게 했다.
음식이 맛없다는 최수희 님의 말대로 충청권의 식사는 횟집을 제외하고는 허당이었다 끼니를 때운다는 의식만으로 집착을 버리고 도착한 대천해수욕장에서 레일바이크를 탔다.
무연탄을 실어 나르는 철길을 개조하여 만든 왕복 5Km의 레일바이크를 성환, 승민, 유주와 함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힘쓰는 수놈은 앞 좌석 사랑을 구가하는 여성은 뒷좌석으로 배치하여 단합된 기를 충전하고 수산센터로 점심을 청했다
대게와 매운탕의 식사는 아침과 달리 기대이상의 맛을 충전하고 숙소인 환상의 바다로 체크인 후 젊음이 부러운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진득하게 즐기지 못하는 습관대로 흉내만 낼뿐 관심밖의 일엔 여전히 서툰 이기가 대빵이라는 지존에 가려지니 참 다행이다.
다음 날 죽도 상화원은 손녀 유주 때문에 입구에서만 눈팅하고 바다가 열리는 무창포해수욕장에서도 폭염에 전망대로 올라가 사진 몇 장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더위를 식히고는 아들내외는 상행선 서울로 우리는 하행선 선유도로 발길을 돌렸다.
군대 첫 휴가 때 친구 경학과 아내친구 재숙과 함께 떠난 선유도는 군산에서 배를 타고 엮은 추억 잡기로 자리매김되었지만 사실, 들러리의 역할로 친구를 부른 음탐을, 41년이 지난 그 자리에서 고백하니 '그땐 참 우리도 순진했다'라고 하면서 어깨를 툭 친다 마음대로 못해 성질만 났던 그때, 그 순간을 이제야 어깨 한 방의 애교로 넘기다니 너무 아쉽고 억울하다
어쨌든, 쭉 뚫린 새만금을 운전하면서 설렘은 추억을 가진 자만의 특권이라는 생각과, 바다를 메운 인간의 기술에 감탄하면서 내비에 찍히지 않은 선유도에 도착하여 옛 추억을 더듬거려 보지만 이미 기억의 저편에 있어 아내가 몇 곳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나누면 그때의 순간들이 겨우 생각이 나는 늙음을 어쩌랴!
운전대를 부안으로 돌려 영상테마파크에 도착해 보니 소송이 맞물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찍은 사진 몇 컷이 입장료의 대가였다
책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듯한 채석강은 자연이 만든 예술품으로 경이롭고 적벽강은 중국의 적벽강을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강의 이름을 지었다지만 소탈함 그 자체였다
내소사로 들어가는 입구 전나무의 은은한 향기는 마치 불경소리와 어울리는 여유롭고 잔잔한 운치로 깊은 산중에 절을 만든 불심이리라.
서울로 돌아가기 전 식사한 백합죽의 깔끔한 맛이 서해여행의 맛집을 찾자는 의도와 부합되는 소소한 기억들로 남기면서 다음 여행을 위한 충실한 삶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