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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by 차주도 Dec 27. 2024

주목 朱木 (2005.7.7~2024.10.3)

                     
풀숲에 함초롬히 이슬 머금은
작은 나무를 기억한다.
너무 당당해서 틘 세상을 보는 듯하여
지나칠 때마다 듬뿍 물을 주어
어느덧 서로 이야기하는 사이가 되었다.
태백산의 정기精氣를 가슴에 품고 보란 듯이
영험靈驗한 기氣를 받기 위해 오르는 무당巫堂들에게도 자랑하고
눈길에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에게도 연신 자랑하니

사진 찍는 명소가 되어 흐뭇하더라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 하여

언제나 영원할 줄 알았던 너를 두고
세상사 일에 끼어 놀다 보니
기쁨보다 슬픔의 자리가 커져서
잠시, 가을의 쓸쓸함을 달래려고 풀숲을 찾았더니 없어졌더라
너무 놀라 자세히 발로 비비고
손으로 뒤적이다 보니
베어졌더라
베어졌더라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던 네가
풀숲에 함초롬히 이슬 머금은 네가
베어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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