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와 카미유, 마네와 모리조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문화 특강을 종종 듣는다. 취미가 취미인지라 톡파원 24시, 벌거벗은 세계사 등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이창용 도슨트님의 미술사 강의가 특히 즐겁다. 이번 주제는 <현대 미술의 아버지, 에두아르 마네>였는데, 특별히 인상주의의 아버지, 클로드 모네까지 보너스로 다루어주셨다.
마네와 모네, 두 화가 모두 미술사에 길이 남을 거장이지만, 그들의 곁을 단단히 지켜온 연인이자 뮤즈가 있었기에 그들의 예술은 더 깊고 인간적인 울림을 갖는다. 바로 모네의 카미유 동시(Camille Doncieux)와 마네의 베르트 모리조(Berthe Morisot)다. 두 여성은 화가들의 삶과 작품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존재감을 남겼다.
클로드 모네가 카미유 도네를 처음 만난 것은 1865년, 그녀가 모델로 활동하던 시절이었다. 카미유는 그의 첫 번째 주요 모델이자 연인이었고, 모네는 그녀와 함께하는 결혼을 반대한 아버지의 지원 중단과 가난으로 고통스러운 시절을 겪었지만, 카미유의 존재는 작품 활동의 원천이자 정신적 버팀목이었다.
카미유는 모네의 여러 작품에 등장한다.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는 <양산을 쓴 여인>으로, 햇빛 아래 걷는 그녀의 우아함과 일상적 순간이 서정적으로 포착되어 있다.
가난으로 고생하던 카미유는 건강이 좋지 않았고, 3년이나 앓았지만 단 한번의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숨을 거두게 된다. 평생 빛과 색을 쫓아다닌 색채의 사냥꾼 클로드 모네는 관 속에 누워있는 그녀의 얼굴에서 꺼져가는 생명의 빛을 놓치지 않고 그려내며 그녀를 잃은 슬픔과 사랑을 서명의 하트로 담아낸다.
슬프면서도 다행으로 카미유의 죽음 이후 모네는 점차 예술적 명성을 쌓으며 풍족한 생활을 누리게 된다. 그의 화폭 속에서 카미유는 영원히 빛나는 존재로 남았다.
모네와 카미유의 관계에 관해 재미있게 재구성한 글이 있어서 공유한다.
https://biz.heraldcorp.com/article/3317160
19세기 파리, 살롱 전시가 예술의 기준이던 시절이었다. 그 틀을 깨고 새로운 예술을 만들고자 한 화가들이 있었다. 그 한가운데, 흰 드레스와 모자를 쓴 여인이 있었다. 베르트 모리조(Berthe Morisot)였다. 인상주의의 몇 안 되는 여성 화가였던 그녀는 단순한 모델이나 친구를 넘어선 존재였다. 모리조는 에두아르 마네에게 예술적 동료이자 깊은 영감의 원천이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1868년경으로, 당시 마네는 이미 예술계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었고, 모리조는 자신만의 화풍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던 젊은 화가였다. 그녀는 마네의 <발코니(Le Balcon)>에서 처음 등장했다. 흰 드레스와 모자를 착용한 채 차분히 앉아 있는 그녀의 시선은 관람자와 거리를 두면서도 묘한 친밀감을 풍겼다. 이 작품을 계기로 두 사람은 함께 스케치 여행을 떠나며 서로의 작품을 비평하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마네는 모리조를 여러 차례 초상화의 모델로 그렸다. 그 중 <Berthe Morisot with a Bouquet of Violets> 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여성 화가로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던 모리조의 내면이 은근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느껴진다. 두 사람은 친구보다 가까웠고, 연인이라 부르기에는 복잡했지만, 예술적 친밀감과 상호 존중 속에서 서로의 작품 세계를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모리조는 결국 마네의 동생 유진(Eugène Manet)과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마네와 그녀는 서로의 작품을 보여주고 조언을 주고받으며 긴밀한 예술적 교류를 이어갔다. 그들의 관계는 연인이라 부르기에는 부족했고, 단순한 친구라 하기에는 가까웠다. 예술을 매개로 한 특별한 동반자 관계였다.
이 시기의 대표작 중 하나가 <Eugène Manet and His Daughter at Bougival> 이다. 모리조는 파리 교외 별장에서 남편과 딸을 그리며, 사적인 공간과 가족의 따뜻한 공기를 화폭에 담았다. 부드러운 색채와 빛, 정원의 평온한 분위기는 그녀가 삶의 가장 친밀한 순간에서 예술적 영감을 찾았음을 보여준다.
모리조는 다른 남성 인상주의 화가들이 거리와 들판, 강가 등 야외에서 빛을 추적할 때, 실내와 정원, 가정의 풍경을 자주 그렸다. 이는 여성으로서 당시 사회적 제약 속에서도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일상 속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을 인상주의적 감각으로 승화시킨 결과였다.
모리조는 단순한 뮤즈가 아니라, 인상주의의 방향과 감각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동료 화가였다. 그녀는 훗날 인상주의 그룹 전시의 핵심 멤버로 활동했고, 여성 화가로서 독자적인 화풍을 확립했다. 일상의 장면 속에서 빛과 공기를 포착하는 섬세한 감각으로 오늘날까지 사랑받는다.
그녀의 삶과 결혼에 관한 기사를 공유한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5176378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