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스러워.

<두 마리 게> 빈센트 반 고흐

by Jieunian

정신병자. 자신의 귀를 자른 미치광이. 죽을 때까지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한 실패한 화가.

따뜻한 영혼. 후기 인상주의의 대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 반 고흐"


어렸을 때부터 사회적으로 서툴렀고,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아웃사이더.

목회자의 길을 꿈꿨지만 라틴어를 익히지 못해 신학교 입학에 실패하였고,

전도사로서 탄광에 파견되었지만 지나치게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 사람들은 그를 멀리하게 된다.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


인생에 크고 작은 실패만을 거듭하던 그는 남편을 잃은 사촌 누나에게 사랑고백을 하며 가족들을 아연실색하게 하였고,

나중에는 길거리의 매춘부를 사랑하며 그 뱃속의 아이까지 함께 부양하겠다며 동거한다.


<슬픔> 1882, 빈센트 반 고흐

'시엔'으로 알려진 여성의 소묘. 고흐와 만날 당시 매춘부였으며 알코올 중독에 5살짜리 아이가 있었고 불룩한 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임신을 하고 있었다. (고흐는 어렵고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었던 걸까?)



<감자 먹는 사람들> 1885, 빈센트 반 고흐



그의 초기작 <감자 먹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밝고, 색채가 풍부한 고흐의 그림과 달라 놀라게 된다. 어두운 톤의 이 작품은 고된 삶을 살아가는 소외된 사람들을 조명한다. 투박한 표현 속에 담긴 애정과 연민은, 주류와 동떨어진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듯하다. 작품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고흐가 예술을 통해 어떤 진실을 탐구하고자 했는지 잘 보여준다.


꿈꿔왔던 예술가 공동체는커녕 아를에 내려왔던 고갱과 크게 다툰 후 귀도 잘라버린 고흐는 잘린 귀 조각을 동네 매춘부에게 선물했다고 전해지는데, 이는 그의 정신 건강이 심각한 수준이었음을 보여주며 고흐는 '정신병자'로 낙인찍혀 더더욱 사회적으로 고립된다.

애써서 그려온 그림은 하나도 팔지 못하고, 30살이 넘어서까지 동생 테오에게 경제적으로 온전히 의지해야만 했던 남자의 자화상을 바라보면 동정심을 넘어선 묘한 사랑스러움까지 느끼게 되는 것은 왜일까.


<두 마리 게>, 1889, 빈센트 반 고흐, 내셔널 갤러리

<두 마리 게>는 고흐의 다른 유명작들에 비해 크게 관심이 없던 작품인데 내셔널 가이드 투어 시 가이드의 설명에 살짝 눈물이 맺혔었다. 게는 거꾸로 뒤집히면 혼자의 힘으로는 다시 뒤집을 수 없어 서서히 말라간다고 한다. 수 없이 깎이고 잘려나간 자존감. 말라죽어갈 때까지 다시 한번 화가로서의 삶의 의지를 불태우며 버둥거리는 한 마리의 게. 그리고 그 옆에는 그런 그를 끝까지 지지한 동생 테오를 떠올리게 하는 또 한 마리의 게가 있다. (두 마리 게는 1889년 작으로, 고흐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이다.)


keyword
이전 02화여성 누드와 아름다움: 예술의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