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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누드와 아름다움: 예술의 역할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by Jieunian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 앵그르, 루브르 박물관

불리의 향수 이름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그림. 당시에는 이 작품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었고, 발팽송이라는 화가가 그린 작품인 줄로만 알았다.

그림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기 전, 혼자 감상을 시도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인의 누드, 이상적 미의 표현, 붓질의 흔적조차 느껴지지 않는 부드러운 살결... 신고전주의 작품일까?" 그리고 역시나, 이는 앵그르의 작품이었다. 무지와 유식을 동시에 느끼게 한 순간이었다.


알고 보니 앵그르는 ‘목욕하는 여인’을 주제로 세 번의 대표작을 남겼다: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 (La Baigneuse Valpinçon)

터키탕 (Le Bain Turc)

목욕하는 여인 (La Petite Baigneuse)


이 세 작품은 각기 다른 시기와 해석으로 여성의 아름다움과 이상적 미를 탐구한 결과물이다. 이들을 비교하며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감상이 될 수 있다.




여성 누드와 아름다움: 예술의 역할

내셔널갤러리 투어 중, 가이드는 우리에게 물었다. "예술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나는 순간적으로 아름다움의 주관적 '표현'이라는 답변이 떠올랐으나, 가이드는 “예술은 소통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관객과 상호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그의 세계관을 탐구하게 되고, 때로는 새로운 관점을 얻기도 한다.


19세기 유럽은 나폴레옹 전쟁을 통해 이집트와 중동 지역과 접촉하면서 오리엔탈리즘이 미술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렘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성들이 거주하는 외부와 분리된 공간으로, 가부장적 사회구조와 결합된 독특한 제도였다. 이 공간에 거주하던 ‘오달리스크’는 하렘에서 남성을 시중드는 첩이나 여성을 뜻한다. 서구 미술에서는 종종 이들을 관능적이고 이국적인 이미지로 이상화하여 표현했다.

서구의 하렘과 오달리스크 묘사는 Male Gaze가 투영된 결과물로, 여성을 주체적 인격체라기보다는 시각적 대상, 혹은 성적 자극물로 표현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는 동양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왜곡된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앵그르의 시선

그렇다면 앵그르는 이 그림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단순한 이상화된 미의 표현일까,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싶었던 것일까? 분명한 것은, 그의 작품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는 점이다. 그가 남긴 작품들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우리가 당시의 문화적 맥락과 예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도록 만든다. 이런 점이 명화의 요건일까.


+ 불리 향수는 현재는 '이리 드 말트'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내 최애 향수 중 하나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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