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꿈
알폰스 무하 : 빛과 꿈
~ 2026. 03. 04. 더현대 서울 ALT. 1
한국- 체코 수교 35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아르누보의 거장으로서의 알폰스 무하뿐 아니라 체코의 국민화가로서 20세기 초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고 슬라브 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끌어낸 그의 폭넓고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이다.
꽤 예전 12년 전쯤 프라하 성 비투스 대성당에서 본 알폰스 무하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정말 인상 깊었다. 익숙히 보아 온 스테인드 글라스와 다른 느낌의 마치 회화 같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반적인 색유리 조합의 스테인드 글라스 방법이 아닌 유리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가공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서 아마 더 회화적으로 보였고 그래서 더욱 인상깊이 남은 거 같다.
거리의 길거리 노점에선 무하의 작은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다. 몇 개 늘어선 노점이 전부 무하였다.
그전까지 단순히 예쁜 아르누보 대표작가 알폰스 무하로만 어찌 보면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그때 또 다른 의미로 큰 작가인가 보다고 어렴풋이 생각한 기억이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 처음 만나는 알폰스 무하의 작품들은 우리가 아는 무하의 화려하고 아름답고 그 만의 독특함이 뚝뚝 흐르는 아르누보 작품들이다.
‘사라 베르나르와 아르누보의 거장’이라는 파트로 이루어진 첫 전시장은 익숙함에 반갑고 이미 아는 작품들이지만, 다시 또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작품들이 있다.
무하의 작품 중 유명한 포스터 작품들이 많은데 그의 포스터 작품들의 특징은 특유의 3:1의 긴 수직구도와 3:2의 가장 조화롭다 여긴 두 가지 구도로 주로 만들어진다. 여성을 상징적 아이콘이나 뮤즈로 등장시켜 메시지를 전달하고 주위를 다채로운 장식과 상징 모티브로 감싼 구성 방식이 바로 무하 특유의 스타일이고 아르누보의 핵심요소가 되었다.
무하는 일본, 켈트, 이슬람, 그리스 고딕, 로코코 등 다양한 양식에 영감을 받아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었지만, 근간은 슬라브에 뿌리를 두고 있었고, 1896년 이후엔 고향의 전통요소를 자신의 디자인에 통합하였다. 슬라브 전통 복식, 모라비아 민속예술에서 차용한 꽃무늬, 비잔틴 성화의 후광등으로 슬라브 민족의 색을 담아 작업을 하게 된다.
프라하 시민회관 시장홀 장식, 대성당 스테인드 글라스, 미실현작이지만 또 다른 교회의 스테인드 글라스 표본작 등의 대형 작업들이 보인다.
특히 여러 에스키스들이 전시된 <슬라브 서사시>는 20여 점, 가장 큰 작품이 6x8m에 이르는 대형 캔버스로 이루어진 연작으로 슬라브 문명의 발전에 미친 역사적 장면을 표현했다. 1차 세계대전,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로 재탄생한 그의 조국 등 그 시절 그의 조국에 대한, 민족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들로 전시 중후반을 볼 수 있다.
전시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는 <백합의 성모>는 247x182cm의 큰 작품으로 예루살렘의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될 교회 장식으로 계획되었으나 프로젝트가 무산된 작품이다.
순결의 상징 안 백합에 둘러싸인 성모의 영적인 모습과 슬라브 민속의상을 입은 실재적 소녀를 대비하여 소녀에게 성모의 영적인 힘이 축복을 내리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한눈에도 아름다운 작품이지만, 이 작품을 기점으로 나도 내가 알던 알폰스 무하에 더한 또 다른 무하를 만나게 되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이번 전시는 개개의 작품의 감상보단 전체 전시의 감상으로 ‘알폰스 무하’라는 이름에 포커스를 두고 감상하면 좋을 것 같다.
전시 앞부분 아르누보의 무하는 개별 작품 하나하나 ‘예쁘다’하며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또한 그 익숙함을 넘어 작품 수도 워낙 많아 봐야 할 것도 많고, 슬라브민속의상을 입은 작품들은 약간 환영 같은 흐릿한 이미지의 독특한 스타일이라 인상적이었고, 에스키스 작품 중에는 마치 러시아 리얼리즘 스타일의 작품들도 있어 인상적이었다.
<슬라브 서사시> 이후로는 사실 각각의 작품들이 그리 눈에 들어오진 않으나, 엄혹한 세월 슬라브 민족의 자긍심과 단결을 꿈꾼, 사회와 적극적으로 깊숙이 호흡하는 ‘작가’로의 알폰스 무하는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