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도 온도가 있다
거짓말은 흔히 나쁜 것으로 여겨지지만, ‘선의’라는 단어가 붙으면 그 의미가 모호해진다. 선의의 거짓말이란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배려가 정말 상대방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나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병에 걸린 환자에게 상태가 심각하다고 말하지 않고 희망을 주기 위해 상황을 완화해서 말하는 경우가 있다. 혹은 누군가가 애써 준비한 요리가 입맛에 맞지 않아도 "정말 맛있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거짓말들은 상대방을 위한 듯하지만, 오히려 상대방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 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중요한 결정을 놓칠 수도 있고, 요리를 한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식하지 못해 발전할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선의의 거짓말의 기준은 무엇일까?
선의의 거짓말을 판단하는 기준은 결국 상대방이 그 거짓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나의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상대가 그 말을 듣고 상처받거나 오해하게 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선의’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친구가 발표를 마치고 나에게 피드백을 요청했을 때, "완벽했어! 최고였어!"라고 말해주는 것이 선의의 거짓말일까? 친구는 나의 칭찬을 듣고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지만, 만약 객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는 발전의 기회를 놓칠 것이다. 이럴 때는 "정말 잘했어! 특히 목소리가 또렷해서 듣기 좋았어. 다만 다음엔 조금 더 천천히 말하면 더 전달력이 좋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이 더 나은 배려가 아닐까.
결국 중요한 것은 ‘거짓’이 아니라 ‘배려’다.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이 위로인지, 조언인지,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인지 고민해야 한다. 무조건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이 선의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는 것이 진정한 배려다.
선의의 거짓말을 할 때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이 말이 정말 상대를 위한 것인가?"
"이 거짓말이 결국 상대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까?"
"내가 편해지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해야 할 말은 무조건적인 칭찬도, 냉정한 비판도 아니다.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솔직하면서도 따뜻한 진실을 전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선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