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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호 Dec 25. 2024

나에게 쓰는 편지

사랑하는 나에게

사랑하는 나에게,

안녕, 잘 지내고 있니? 요즘 네가 참 힘들다는 걸 알아. 몸이 무겁고, 마음이 더 무거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지. 어떤 날은 그저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네가 얼마나 지쳤는지 알 수 있어.
하지만 그럼에도 네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건, 너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야. 그 자체로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나는 생각해. 네가 너를 위해 잠시 멈춰 이 편지를 읽는 시간이, 네 안의 작은 쉼표가 되었으면 좋겠어.

네가 종종 스스로에게 묻곤 하잖아. "나는 왜 이렇게 약할까?"라고. 하지만 나는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너는 약한 게 아니라, 강한 거라고. 네가 매일 겪는 이 우울과 싸우면서도 여전히 일어나고, 하루를 보내고, 이렇게 나와 대화하고 있잖아. 그건 결코 약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야.

너는 우울하다고 해서 잘못된 사람이 아니야. 사실 네가 겪는 이 우울함은, 네가 얼마나 깊이 느끼고, 얼마나 세심한 사람인지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 가끔은 그 감정의 깊이가 너를 아프게 하겠지만, 그것 덕분에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따뜻한 위로를 건넬 수 있는지도 알아. 네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꼭 기억해 줘.

물론 지금의 삶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아.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 자체가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산을 오르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 하지만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 산의 정상에 도달하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지금 걷고 있는 이 여정 자체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니까. 네 걸음이 느리더라도, 그건 네가 가고 있다는 증거야.

혹시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들다면,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창문을 열고 바람을 느껴봐. 따뜻한 차를 마셔봐. 그리고 네가 좋아했던 음악을 들어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너는 스스로를 돌보고 있는 거야.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나는 너를 사랑해.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고, 훨씬 더 잘 살아내고 있어. 그러니 스스로에게 조금 더 다정해지길 바라.

사랑을 담아,
너 자신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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