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표현의 어려움
심리 상담사님께 나는 가끔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지나온 두 분의 상담사님은 내가 하는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이 얘기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런 것 같아요."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느낌이 무엇인가. 그렇다고 내가 스스로를 잘 챙기지 않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건강을 생각하며 몸에 좋지 않은 커피, 술, 담배 등을 일절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커피와 술은 체질상 잘 안 맞지 않아서 하지 않는 거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원하는 전공을 골라 대학 졸업, 대학원 졸업, 칼 취업, 이직도 거의 바로 하면서 전공을 살리며 지금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가꿔왔다.
외적인 측면으로도 스스로를 관리한다. 1년 365일 밖을 나가는 날에는 꼭 선크림을 바르고, 여름엔 파스텔 톤의 옷들을 즐겨 입는다. 작은 포인트로 악세서리도 즐겨한다. 외적으로 보면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느껴지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뭘까?
나는 이 느낌, 기분을 한참 전부터 느껴왔다. 그리고 여전히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문득 어렸을 때 가족들과 모여 앉아 드라마를 봤던 때가 기억난다. 드라마를 보며 나는 곧잘 눈물을 훔쳤다. 보통 내가 눈물이 나는 경우는 두 가지였는데, 부모-자식 간의 용서 이야기나 엄마랑 아주 친근한 딸의 모습이나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엄마의 모습이다. 그 당시에는 그냥 감성적이라서 눈물이 많은가 했다. 그런데 커가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니 유독 나에게 취약한 포인트가 있는 듯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엄마와 친하지 않았다. 엄마가 나를 안아준 게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 엄마는 예전 바쁜 시대의 여느 엄마들과 비슷하게 물리적인 엄마였을 뿐 정서적인 밥을 챙겨 주지 않는 엄마였다. 엄마에게 다가가려 어떠한 대화 주제를 가지고 말을 걸어도 대답을 않거나 별로 관심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것보다는 나의 학업과 관련된 미래에, 성적에 관해서만 관심을 가질 뿐이었다. 그러면서 엄마와 개인적인 대화는 거의 0으로 수렴했고, 나 또한 엄마에게 나의 사생활과 기분, 감정에 대해 어떠한 말을 하는 것을 싫어했다.
어떠한 말을 꺼내도 별로 반응이 없으니 표현이 점점 줄었고, 엄마의 잔소리와 간섭이 지나치다 싶을 때 나는 폭발해서 화를 냈다. 그러면 그제야 엄마는 내 말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꽤 오랫동안 우리 가족의 대화는 표면적인 대화와 '화'였던 것 같다. 그나마 유일하게 마음을 표현했던 것이 '화'였던 것이다.
나는 나에 대해서 건강하게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런 방법을 배우지 못한 나에게는 자연스럽게 익혀진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난 부정적인 마음이 들 때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 특히 거절이 힘들었다. 상대의 눈치를 보고 상대가 원하는 것으로 행동하는 편이었다. 그러다가 내 불편한 감정이 쌓이면 나는 '화'를 냈다. 그렇게 난 감정과 표현 사이에 가진 표현 도구가 '화'뿐인 사람이었다. 무려 30대 초반까지 말이다.
이것이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의 주요 원인이었다. 내가 나를 건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 말이라는 도구로 나를 표현해서 스스로를 지키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연대를 느낄 수 있는 적절한 나의 바운더리를 지키는 일. 나는 나의 바운더리를 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서 내 마음을 멀찍이 둘 뿐 그 사람에게 '당신이 하는 행동은 불쾌해요.'라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느꼈다. 나를 우선으로 두지 않고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하는 것이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나는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