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큰딸에서 '나'로 살아가기까지
나 '조이'는 한국 나이 34세, 2살 아래 여동생과 8살 아래 남동생이 있는 K-장녀이다. MBTI나 혈액형 등 사람을 분류하는 수많은 분류 중에서도 나를 가장 잘 그룹화하는 범주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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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 후반 즈음 어느 명절 날,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큰엄마는 우리 엄마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삼 남매 중에 조이는 정말 거저 키웠어, 말썽 하나 안 피우고 알아서 잘 컸지."
"맞아요 형님, 조이는 정말 손도 거의 안 가고 혼자 알아서 컸어요. 고맙죠."
그렇다. 난 특별한 말썽 없이, 큰 이슈 없이, 평범하게 부모님 고생도 별로 없이 그렇게 자랐다.
결혼 몇 개월 앞두고,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이제까지 너를 키우면서 지금이 가장 말썽이다. 왜 엄마를 이렇게 힘들게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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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결혼한 지 10개월 차에 접어든 아내이다. 32살이 되어서야 나에게는 무지막지하게 어려웠던, 그렇지만 매년 새해 목표였던 원가정에서의 물리적 '독립'을 하게 되었다. 말 잘 듣는 '큰딸'을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로 심리 상담을 받게 되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러고 나서 '나'를 알아가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러던 와중 지금의 남편인 '렉스'를 만나게 되고 어쩌면 나의 안식처는 렉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중간에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녹아있을 수 있다. 처음에는 몰랐고, 알아가면서는 아쉬웠고, 그러나 지금은 이해한다. 나의 상처가 모든 과거의 전부가 아님을. 나의 타고난 기질과 선택할 수 없는 부모님이라는 주변 환경의 상호작용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은 나의 탄탄한 독립과 앞으로 스스로와 원가족, 새로 확장된 나의 가족, 남편과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아이에 대해 큰 사랑을 베풀고 나누며 살아가기 위한 나의 지침서이다. 그리고 또 나처럼 힘들어하는 이에게는 지도가 되고 싶고,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이에게는 의미 있는 과정을 떠올리게 하는 거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