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에서의 무기력감과 불안
이십 대 후반의 나의 일상은 규칙적이고도 평범한 하루하루였다. 이십 대 중반 학업을 마친 뒤 나는 부모님 댁에서 같이 살았다. 내게 주어진 방은 삼 남매 중에 가장 작은방이었다. 침대와 옷장 하나를 놓으니 금세 방이 꽉 차버렸다. 요가 매트 하나 넣을 공간은 되었지만, 요가를 하기엔 양 팔을 쉽게 뻗을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평일에는 집과 회사를 오갔고, 주말에는 약속이 있거나 집에 있었다. 체력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보통 약속은 토요일에 잡고, 일요일은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다. 재충전이라고 해도 침대 위에서 하루 종일 빈둥거리거나 드라마 정주행이나 누워서 영화를 보곤 했다. 그러다가 영화가 모두 끝난 일요일이면 알 수 없는 무기력함을 느꼈다.
혼자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난 I 성향이면서 E 성향인가 봐, 왜 혼자 집에 있으면 기분이 다운되고 무기력해질까?'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어떤 느낌이 있다. 무언가에 집중하지 않으면 무기력함이 들고,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없는... 쉬는 것조차 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쉴 때마다 무기력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쉴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의 베이스 감정이었던 무기력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바쁠 때는 못 느끼다가 일상이 비었을 때에서야 스멀스멀 올라오는 느낌들 말이다. 이러한 느낌들을 없애는 나만의 방법은 무언가로 다시 일상을 채우는 것이다. 무기력함이 드는 이유도 모른 채 이러한 불안하고 불편한 느낌을 가리기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몇 년 반복하다 보니 그런대로 이런 나의 모습에 적응했다.
그날도 나의 무기력함을 달래기 위해 새로운 것이 뭐 없을까 하는 마음에 '프립'이라는 앱으로 취미생활을 찾던 도중이었다. 미술 치료라는 말은 들어보았는데, 원데이클레스로 적당한 가격이라 한 번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안에 나타나는 나의 이야기 찾기'라는 주제로 바로 결제하고 예약을 마쳤다.
이 일이 나의 인생을 이렇게 바꾸게 될지 몰랐다. 그야말로 터닝포인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