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종합예술이다.

by 재윤

"장사는 종합예술이다."

나는 이 말을 꽤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 담고 있었다. 장사를 하다 보면 음식만 잘하면 될 거라 생각했던 초보 시절의 내가 얼마나 순진했는지 알게 된다. 가게는 하나의 몸이다. 전기, 배수, 환풍, 에어컨, 히터, 포스기. 눈에 잘 띄지 않는 이 기계적 요소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의미가 없다.


집에서 전등 하나 제대로 갈아보지 못한 사람이 장사를 시작하면 생각보다 빨리 지친다. 고장이 나면 당황하고, 사람을 부르면 비용이 나가고, 설이나 추석 같은 연휴에는 사람조차 구하기 어렵다. 나는 다행히 군 부사관 출실이라 이것저것 고쳐본 경험 덕분에 웬만한 건 손을 대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비용과 스트레스를 치렀을 것이다.


그래서 한때는 인맥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기술자를 많이 알아두면 된다고 믿었다. 문제가 생기면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거라 여겼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도움은 결국 빚이 되고, 빚은 언젠가 갚아야 할 몫이 된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이 가게의 주인은 나라는 사실이다. 최소한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돌아가는 구조인지 정도는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도움을 받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못 고치면 못 고치는 대로 인정해야 한다. 인정은 포기가 아니라, 지금의 현실을 정확히 바라보는 일이다. 만약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발버둥 친다고 전기가 더 빨리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조급해한다고 배수관이 저절로 뚫리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순간에 흔들리는 내 마음이 더 큰 문제를 만든다.


직원들은 내 표정을 보고 분위기를 읽고, 손님은 매장의 공기를 느낀다. 결국 먼저 드러나는 건 내 태도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을 힘주어 전하고 싶다. 기술보다 먼저 필요한 건 중심이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괜히 분노하지 않는 법,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무너지게 두지 않는 법. 장사는 문제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문제 앞에서 나를 지키는 일이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책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영업 중이라면 손님에게 공손히 상황을 설명하고, 흰 종이에 수기로라도 현재 상황을 적어 붙이면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진심이면 된다. 당장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기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 그 차이가 매장의 분위기를 바꾸고, 결국 그 하루의 결과를 바꾼다.


내가 이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가 있다. 고장 난 전기와 막힌 배수 이야기가 사소해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장사는 결국 내실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속이 불안하면 밖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마음이 흔들리면 아무리 좋은 기회가 와도 제대로 붙잡지 못한다. 남자가 결혼하면 더 안정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내부가 정리되어야 비로소 외부를 상대할 힘이 생긴다.


마케팅을 열심히 해서 손님이 줄을 섰다고 해보자. 그런데 배수 문제로 주방이 멈춘다. 전기 문제로 영업을 중단한다. 그 한 번의 공백이 신뢰를 깎는다. 장사는 연속성이다. 자전거처럼 페달을 멈추면 곧 기운다. 그리고 나는 이 연속성이 결국 기회를 만든다고 믿는다. 하루의 매출보다 중요한 건, 하루하루 끊기지 않는 운영이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기회는 어떻게 오는가.


나는 되묻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무엇인가.


집밥도 아니고, 유명 맛집도 아니다. 배고플 때 먹는 밥이다. 왜 그런가. 맛이 특별해서가 아니다. 필요가 정확히 채워졌기 때문이다. 장사도 같다. 기회라는 것도 거창하게 찾아오는 게 아니다. 누군가의 필요가 가장 강한 순간에, 내가 그 자리에 준비되어 있을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손님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 흔들림 없이 제공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것이 본질이다.


하루 매출 100만 원을 하는 것과 500만 원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500만 원과 1,000만 원은 또 다르다. 숫자는 배가 되지만, 필요한 식재료 부터, 감당해야 할 체력과 집중력은 그 이상으로 요구된다. 주방의 동선이 달라지고, 직원의 표정이 달라지고, 사소한 실수 하나가 곧바로 불만으로 번진다.


나는 여름 하루 매출 2,800만 원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날은 기쁨보다 두려움이 컸다. 재료는 충분한가, 직원은 버틸 수 있는가, 식기 회전은 가능한가, 클레임이 쏟아지면 감당할 수 있는가. 그날 내가 깨달은 건 이것이었다. 대박은 즐거운 이벤트가 아니라 체력 시험이라는 것.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기회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작년 해외 매장을 열었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겉으로는 확장이었지만, 안에서는 또 하나의 처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설렘은 잠깐이었고, 책임이 훨씬 컸다.


그러나 국내에서 수차례 창업을 반복하며 쌓은 경험이 나를 붙들어주었다. 메뉴를 세팅하고, 동선을 잡고, 인력을 운영하고, 위기를 수습해 본 기억들이 몸에 남아 있었다. 그 축적된 시간이 있었기에 낯선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었다.


https://youtu.be/grZ3xKoyXos?si=Ada6kwqcCYBDVPfm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영어를 더 준비했어야 했다. 그 아쉬움은 뼈아팠다. 그래서 지금 나는 매일 2~3시간씩 영어를 공부한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멈추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을 때, 언어 때문에 주저하거나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작년 싱가포르 매장은 또 하나의 발판이 되었다. 그 경험이 있었기에 태국 쪽에서도 연락이 왔다. 아직은 미팅 단계에 불과하지만,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동안 반복해 쌓아온 준비가 있기 때문이다.


기회는 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전의 시간 위에 쌓여 온 결과다. 싱가포르가 없었다면 태국도 없었을 것이다. 준비되지 않았다면, 설령 제안이 왔다 해도 망설이거나 포기했을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는 말은 멋있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하면, 반복한 사람에게만 기회가 보인다. 반복하지 않은 사람은 기회가 와도 그것이 기회인지 모른다.


장사는 드라마가 아니다. 한 번의 방송 출연이나 유명인의 방문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내부가 단단하지 않으면 파도에 휩쓸린다. 잘되는 가게는 조용히 준비한다. 그리고 운이 왔을 때, 조용히 받아낸다.


나는 이 이치를 조금 늦게 배웠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나보다 조금 일찍 깨닫기를 바란다. 망설이지 말고 경험하라. 고장도 겪어보고, 매출도 버텨보고, 실패도 맛보라. 그 경험이 결국 당신의 내실이 된다. 그리고 내실이 쌓이면, 어느 날 기회가 왔을 때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아, 내가 이걸 위해 그 시간을 버텼구나.


결국 장사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그리고 사람을 상대한다는 건, 그 사람의 결핍을 읽어내는 일이다. 배고픔, 불안, 기대, 외로움. 손님은 음식을 먹으러 오는 것 같지만, 실은 저마다 다른 필요를 안고 들어온다. 그리고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은 인간의 결핍을 이해하는 일이다. 배고픔을 해결해 주는 음식이 가장 맛있듯이, 손님의 불편과 필요를 읽어내는 가게가 오래 간다.


다이어트 중이지만 오늘만은 치팅데이라며 스스로를 허락하고 들어오는 손님도 있고, 오랜만의 모임으로 들뜬 마음을 안고 들어오는 이들도 있다. 부모님을 모시고 온 손님은 혹시나 불편하지 않을까 더 예민해져 있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나다가 들어온 손님은 그날의 기분에 따라 매장을 기억한다.


우리가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정을 모두 알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분명한 건, 그들 모두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문을 열고 들어온다는 사실이다. 그 필요가 배고픔이든, 위로이든, 관계이든, 체면이든 간에 말이다. 그 앞에서 우리가 보여주어야 할 것은 화려함이 아니라 한결같음이다. 들쑥날쑥한 친절이 아니라, 흔들림 없는 태도다.


그 필요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기술보다 먼저 태도가 필요하다. 급한 순간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 시설물이 고장이 나도 중심을 잃지 않는 자세, 매출이 폭증해도 교만해지지 않는 절제가 있어야 한다. 결국 손님은 음식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그날 그 매장의 분위기와 사람의 태도를 함께 기억한다.


장사는 나를 시험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숨길 수 없게 만드는 일이다. 아무리 침착한 척해도 바쁜 순간에는 본모습이 튀어나오고,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시설물이 고장이 나면 마음의 결이 드러난다. 손님이 몰리면 욕심이 올라오고, 매출이 떨어지면 자존감이 흔들린다. 장사는 내 실력보다 먼저, 내 성품을 세상 앞에 내놓는다.


그래서 나는 요식업이 기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을 다루는 법보다 중요한 건, 감정을 다루는 법이다. 설비를 이해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가게를 키운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결국 내가 성장하고 있었다. 매출이 오르내리는 동안 내 마음도 함께 단련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운이 좋아야 성공한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믿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몇 번의 고비를 지나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기보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운이 와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게 더 정확한 말 같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스친다. 다만 붙잡을 힘이 있는 사람만이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안다는 건 이해했다는 말과 다르다. 고개를 끄덕였다고 해서 아는 것이 아니다. 알고 있다는 건, 그 알고 있음을 내 삶에 얼마나 적용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는 말이다. 머리로는 모두 동의할 수 있다. 이 글을 읽으며 “맞는 말이네”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춘다면 아무 일도 달라지지 않는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이론으로 다 아는 것처럼 말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직접 부딪혀 보길 바란다. 이미 매장을 운영 중이라면, 지금 당신의 시선이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조용히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혹시 매출 숫자에만 매달려 있지는 않은지, 혹은 남 탓을 하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불경기라서 손님이 오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준비했는가.


결국 장사는 기술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점검할 줄 아는 사람이 오래 버틴다.


매주 일요일 오후 6시,

<인문학으로 배우는 요식업>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