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시스템이다.

미쉘린과 뽀글이의 차이

by 재윤

많은 사람들이 장사를 요리와 혼동한다. 최근 화제가 된 <흑백요리사>를 보며, 불 앞에서의 기술이 곧 장사의 실력이라고 착각한다. 접시 위에 담긴 한 접시의 완성도가 승패를 가른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것은 요리의 세계다. 장사의 세계가 아니다. 요식업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당신은 요리사가 되고 싶은가,

아니면 장사를 하고 싶은가.


음식은 당연히 맛있어야 한다. 이 말은 강조할 필요도 없다. 맛이 없으면 그 가게는 이미 탈락이다. 그러나 맛있다고 해서 장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장사는 늘 불안정하다.


하루 매출 100만 원을 하는 것과 500만 원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500만 원과 1000만 원은 또 다르다. 숫자는 배가 되지만, 감당해야 할 체력과 동선, 직원의 호흡은 그 이상으로 요구된다.


식재료 발주량이 달라지고, 주방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설거지의 회전 속도가 달라진다. 작은 실수 하나가 곧바로 불만으로 번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요리 실력이 아니라 구조다.


나는 1만 2천 원짜리 국수로 하루 2,800만 원의 매출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날 솔직히 말하면 두려웠다. 재료는 충분한가. 직원은 버틸 수 있는가. 이 매장은 이 매출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손님이 끊임 없이 몰려오는데 크고 작은 문제를 발로 뛰며 직접 하나 하나 해결했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적 내공이 없었다면 아마 그날이 나에 인생에서 최악의 날로 남았을지 모른다.


그날 내가 깨달은 것은 단순했다. 매출은 맛이 아니라 시스템이 만든다는 것.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출이 올라가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사고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것.


미쉘린 5스타 출신의 요리사가 음식점을 차린다고 모두 성공할까. 나의 대답은 NO. 단호하게 말하면, 진짜 아니다. 이 말이 거칠게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장사를 오래 해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요리 실력과 장사 실력은 다르다. 접시 위의 완성도와 매장의 운영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우리는 종종 텔레비전 속 장면에 속는다. 한 접시의 음식이 심사위원의 극찬을 받으면, 그것이 곧 성공의 증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한 접시 뒤에는 보이지 않는 조직과 체계가 있다.


호텔 레스토랑의 메인 셰프는 대부분 하루 종일 불 앞에서 직접 요리를 하지 않는다. 각 파트의 셰프들이 분업으로 움직이고, 동선은 계산되어 있고, 식재료는 미리 준비되어 있으며, 마지막에 나가는 접시는 메인 셰프의 컨펌을 거친다. 그곳은 개인의 감각이 아니라 조직과 시스템으로 완성된 공간이다. 그런 구조 안에서는 한 접시의 완성도가 빛날 수 있다.


그러나 장사를 시작하는 순간, 그 구조는 사라진다. 이제는 발주도, 재고도, 조리도, 홀 관리도 모두 혼자 감당해야 하는 구조로 바뀐다. 하나의 요리를 정성스럽게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동시에 여러 개가 나갈 때다. 대중 음식점에서는 효율이 곧 생존이다. 파인다이닝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고급 레스토랑이라도 테이블 회전과 인건비, 재료비 구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요리는 예술일 수 있다.
그러나 장사는 반복이다.


지난 글에서도 던진 화두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무엇인가. 집밥도 아니고, 유명 맛집도 아니다. 춥고 배고플 때 먹는 밥이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겨울철 야간 근무를 마치고 막사로 돌아와 끓여 먹던 뽀글이의 맛. 그것은 미쉘린의 별보다 강렬했다. 그러나 제대 후에 아무리 그 맛을 찾으려 해도 다시 찾을 수 없다.


왜 그런가. 그때의 감정과 환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맛은 절대적이지 않다. 맛은 상황과 감정 위에 얹힌 경험이다. 어떤 사람에게 최고의 음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평범할 수 있다. 그래서 요식업의 본질은 최고의 맛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크게 실망을 주지 않는 중간점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 있다.


라면이 오래 살아남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특별하지 않지만, 늘 같은 맛으로 돌아온다. 장사는 한 접시의 예술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구조 위에 서 있을 때 비로소 살아남는다.


장사가 안 되면 많은 사장님들이 메뉴를 늘린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뭔가를 더하면 해결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되묻고 싶다. 지금 메뉴 하나는 제대로 팔리고 있는가. 왜 안 팔리는지 분석해본 적은 있는가. 그 메뉴를 직원이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가. 구조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메뉴만 늘리는 것은, 기초 공사 없이 층을 더 올리는 것과 같다. 언젠가 반드시 무너진다.


물론 메뉴를 늘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서초점 오픈 당시의 일이다. 점주는 들기름 막국수를 매장에 넣고 싶지 않다고 했다. 본점에는 판매하지 않는 메뉴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본점과 직영점은 다르다. 본점은 이미 유입이 있다. 노포의 힘이 있다. 메뉴를 줄여도 손님은 온다. 오히려 가지 수를 줄이는 것이 동선과 운영에 유리했다.


반면 직영점은 달랐다. 유입을 만들어야 했고, 계절에 따른 매출 공백을 메워야 했다. 결국 들기름 막국수는 직영점의 효자 메뉴가 되었다. 감이 아니라 구조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장사는 취향이 아니라 설계다. 화장품을 떠올려 보라. 휴대폰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이미 충분히 좋은 제품이 많다. 성분이 조금 더 좋고, 카메라가 조금 더 선명하고, 기능이 조금 더 뛰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아니다. 좋은 제품이 시장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 살아남는다.


요식업도 같다. 파인다이닝이 비싼 이유는 음식 때문만이 아니다. 공간과 서비스, 분위기와 경험이 함께 가격표를 만든다. 반대로 대중 음식점은 접근성과 반복이 강점이다. 11,000원의 메뉴라도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친절하고, 조금 더 안정적이면 손님은 감동한다. 그 감동이 재방문을 만든다.


나는 요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분명히 하고 싶다. 요리는 장사의 구성품이다. 중요한 구성품이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다. 장사는 시스템이다. 주방 동선, 직원의 위치, 발주 타이밍, 원가 구조, 메뉴 구성, 계절 전략. 이 모든 것이 맞물릴 때 매출은 안정된다.


시스템이 갖춰지면 1000만 원의 매출도 힘들지만 감당할 수 있다. 시스템이 없으면 60만 원도 버겁다. 장사는 감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구조로 하는 일이다.


요리는 감탄을 만든다. 그러나 시스템은 생존을 만든다. 감탄은 하루를 살리고, 구조는 10년을 살린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한 접시의 박수인가, 아니면 오래 가는 장사인가. 장사는 감으로 버티는 일이 아니다. 구조로 반복하는 일이다. 그리고 반복할 수 있는 사람만이 결국 살아남는다.


매주 일요일 오후 6시,

<인문학으로 배우는 요식업>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