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전의 나를 돌아보며

by 서다비

고백하건대 이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나는 능동적인 사람과는 거리가 먼 타입, 즉 수동적인 사람다. 일을 만들어내서 하기보단 시키는 일을 주로 하는 직장을 선택해서 근무했고, 월급에도 그다지 욕심이 없어서 그냥 보통의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을 선호했다.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아등바등 나를 몰아치며 살기보단 욕심이나 고민, 갈등 없이 흘러가는 삶이 편했기 때문이다.


이런 삶이 잘못됐는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세상엔 사람 수만큼 다양한 성격의 사람이 있지 않은가? CEO, 크리에이터처럼 능동적, 적극적,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처럼 주어진 할일만 면서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게다가 부지런함의 대명사인 개미 또한 20~30% 정도는 논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재능 많은 악뮤 수현도 흘러가는 삶이 좋다고 하지 않았는가? 나도 이처럼 일이나 돈을 추구하는 열정적인 사람이 아닌,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을 좋아하는 느긋한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나는 이런 내 성격에 불만도 없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더 이상 이렇게 느긋하게 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내가 앞으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의 성향과 내 성향이 맞지 않 제대로 행동하지 못해 주변에서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내 성향은 수동적인 성향인데 하고자 하는 일은 창의성, 적극성을 필요로 하는 마케팅(웹디자인, 영상편집) 쪽이었던 것. 게다가 이 일을 하기 위해선 기획, 촬영, 편집, 업로드까지 전반적인 과정들을 할 줄 알고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는데, 하필이면 내가 선택한 직장은 이런 과정을 알려줄 사람이 없는 스타트업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에다가 혼자서 일을 해야한다니. 게다가 내가 만드는 일은 한 작업당 짧게는 이틀, 길게는 일주일도 넘게 걸리는 일인 데다가, 항상 새로운 콘텐츠를 고안하는 일을 끊임없이 해야 했다. 그런데 신입이, 그렇지 않아도 수동적인 성격이라 사회생활이 쉽지 않은데 성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선택해 난관이 예상될 게 뻔했다. 물론 이건 지금에서 하는 생각이고 그때 당시는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사실 나는 이런 생각 뿐이었다.

'어떻게든 하면 되겠지..!'

그 결과 근무하는 동안 정신적, 육체적으로 부딪치고 깨졌고, 일하는 기간의 1/3정도는 눈물을 흘리며 보냈다.



그래도 그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내 성향이 어찌어찌 바뀔 수 있게 된 것은, 은연중에 내가 능동적인 사람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있어 그런 사람들을 좋아했던 덕이었다. 앞서 내 성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지만, 실상은 나 스스로도 수동적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았던듯 했다. 자신이나 주변 상황을 예민하게 캐치하고 발빠르게 행동하는 사람들. 이들은 나와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했고, 그런 과정들을 보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런 성향의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내 관점이나 시야가 넓어지는 듯해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나와 정반대의 성격인 사람들과 친해졌고, 그들의 에너지와 생각들을 조금씩 받아들여 종국에는 그들과 조금 비슷해졌다.


흔히 재능이나 행동하는 사람을 비유할 때 ‘걷는 놈 위에 뛰는 놈 있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을 쓴다. 생각 또한 마찬가지이다. 눈앞에 놓인 상황을 보고 움직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이 일어나기 전부터 예상하고 미리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보고 나서야 움직이는 사람은 미리 움직이는 사람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그게 편하지 않겠냐고? 휘둘리는 사람은 언제든 대체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먼저 나서는 이들에게 나의 필요성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못한다면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 적어도 일정 부분의 시너지를 낸다거나 색다른 퍼포먼스를 내는 등 대체 가능하지 못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인간관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끌려다니는 게 편하더라도 어느 부분은 먼저 나서서 이끌어줘야 건강한 관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돌봐주어야 하는 사람보단, 돌봐주는 사람이 됐을 때 그게 더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이야기를 나눠보니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뒤에서 욕을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뒤에서만 욕먹으면 다행이다. 나중엔 앞에서까지 욕을 먹는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욕먹는 사람, 대체 가능한 사람, 휘둘려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원래 성격이 적극적이지 못한 탓에 완전히 능동적인 사람이 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어제보단 나은 내가 되길 희망하며 오늘도 한 걸음 적극적으로 나서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만난 능동적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로 인한 내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들려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