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전화 이후,
나는 이상하게도 바로 울 수 없었다.
눈물은 분명 눈앞까지 차올랐는데
끝내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이제 무너지면 안 된다’고
누군가 속삭이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전화기 너머로 들은 그 상황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던 일을 다시 이어가기 시작했다.
주방에서는
아이가 좋아하는 국이 조용히 끓고 있었고,
싱크대 위에는
아직 치우지 못한 컵과 접시들이 어질러져 있었다.
모든 것이 평소와 똑같았다.
그냥 내 상황만 달라졌을 뿐...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인 내가 울면, 아이는 어떻게 하지?”
그 생각이 눈물보다 먼저 나를 붙잡았다.
그래서 울지 않았다.
아니, 울지 못했다.
그날 밤….
아이가 잠들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흐느낄 수 있었다.
아주 조용히,
아무도 들을 수 없게...
아픔을 실감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마음이 따라올 시간을
조금 줘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부터,
내 삶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