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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의 희극

3. 1. 비극의 성숙

by 돌연해

역경이 있다면 순경順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만물의 진리이지 않나? 그렇다면 이론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아마 내 추측컨대 그것은 비슷한 비율을 이뤄야 할 것이다. (C♭)


그런데 그 범위를 줄여봤을 때, 그것은 수학적으로 그 비율이 어느 정도 깨지게 될 것이다. 그 비극, 동시에 희극을 한 번 펼쳐보랴. (F)




도전의 곡에 맞추어 새로운 것을 엿볼 것이다. 그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으나, 어쩌면 어려울 수도 있다. 역설의 역설이기 때문이다. (F♯)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이제 반갑지 않나? 복합적으로 말이다, (A♭) 우리는 그 순서를 주목할 필요가 강렬히 있다. (G)


오늘 소개할 곡은 L. v. Beethoven 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II. Adagio cantabile이다. 그 유명한 베토벤의 ―약간 속되게 말해보자면― 비창이다, 정말 유명하지 않은가?


Ludwig van Beethoven




아마 내 예상컨대, 악장이 여러 개로 이루어져 있는 곡에서 딱 한 악장만 떼어내서 소개하는 경우는 많이 없을 것 같다.

또 내 예상컨대, 이 화에서 전개하는 이 떼어냄은 더욱이 예외적일 것 같다.




먼저 언급하자면 난 이 곡을 소개하는 것이 두렵다. 왜냐하면 너무나 유명한 곡이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이 많기에 내 맘대로 무언가 말을 제대로 못 한다. 굉장히 조심스럽다는 얘기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나에겐 아직 29개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곧 이 우주를 가볍게 톡 건드려 퉁퉁 튀어 오르게 할 수 있는 비범한 무기가 29개나 남았다는 사실이 내 눈앞에 떡하니 서 버텨주고 있다.


그렇다면 한 번 이 견고한 벽돌을 바탕으로, 적잖이 중요한 것을 집게로 일단 집어보자. 이 곡의 조성이 무엇인가? 조성은 곡의 분위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곡은 C Minor로, 이 조성은 특히나 베토벤이 좋아하였던 조성이기에 주목을 해야 할 것이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서 조성이 C Minor인 곡은 딱 3곡으로, 5번과 8번, 그리고 32번이다. C Minor는 베토벤이 활동하던 고전 시대에 그다지 자주 사용하던 조성은 아니다. 만약 당시 그렇게 작곡하더라도 그 곡들을 대개 가벼운 작품과는 거리가 멀다. 극적인 음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허나 베토벤은 이러한 점이 마음에 들었던 걸까? 그는 이 점을 꽤나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그가 단지 귀에 듣기 좋은 음악이 아닌 진지하고 숭고한 음악을 추구하는 사상도 적잖이 기여하였을 것이다.


베토벤은 이 조성을 "격렬하고 영웅적인 음조"라고 표현하였다. 그리고 그 음조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강렬히 뜨거운 무기를 내던지고 있다.






시작부터 절망적이다. 1악장의 첫음은 C Minor 화음으로, 두터운 감정을 음악으로라도 담아내려 한 그의 시도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어떠한 문구가 쓰인 문을 통과한 것이다. (E♭)


비장(사실 '비창'은 오역으로, '비장'이 더 알맞다)한 첫음에 몸부림쳐 마치 뜨거운 모래 위에서 떨어지는 하늘의 불꽃들을 애써 피하려는 듯 곡 전체에 아케론이 유유하고 단단히 흐르고 있다. (A)




L. v. Beethoven 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II. Adagio cantabile


2악장은 일렁이는 액체 그 위 카론의 배에 있는 의로운 성인-망령이 그 상황을 사색하며 그곳에서 풍요로운 들판을 사유하듯 단순히(semplice) 바라보리라. (B)


그는 주변의 상황보다는 자신의 내를 따라가 보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그 내는 틀림없이 많은 윤슬과 함께 고요하고 아름다우리라. (B♭)


주변을 다시 둘러보니, 다시 새로운 듯 익숙한 곳에 와 있다. 우리는 그곳을 여행의 발걸음이라고도 부르리라. (B)


그러나 그런 내에도 아픔이 있기 마련이다. 그 기름 덩이는 보는 이의 눈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런데 찌푸리고 보는 그 기름은 오히려 윤슬 속 새로운 색을 창조하기도 한다. 우리는 눈과 마음을 찌푸리며 그 기름의 나비효과가 무엇인지 앞을 내다보게 만든다. 그 기름은 운명이라는 것이 준 작은 흠이자 도약을 위한 한 점이리라. (F)


그 액체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음악가의 날카로운 심장을 대변해 준다. 우리는 그 날카롭고 심장을 보며 매끄럽게 심장을 갈며 다듬는다. 그러면서 우리는 동시에 칼과 같은 고통과 음악이라는 다소 모순적인 무어를 느끼리라. (A♭)


그 물은 신선하지 않다. 썩은 지 오래됐다. 우리는 그런 것을 대개 버린다. 그러나 그 썩은 물은 신선하다. 왜인지 아나? 그 물은 창조되기까지 방대한 우주의 노력이 29년 동안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 우주는 마침내 생물을 탄생시켰다. 그 생물은 탄생하기 전과 후 모두와 연관이 깊게 있다. 놀라운 물이랴. (D♭)


아! 기름을 지나니 또다시 내가 보인다. (B) 그런데 이것은 특히나 더 맑으며 더욱이 아름답고 깊다. 곧 있으면 강이 될 것만 같다. 개인은 그 위에서 천천히 활공한다. 그 활공 주변엔 선선한 바람이 자연스레 불고 있다. 작은 나뭇잎들과 함께. (D♭)


다행히 그는 그 내의 신성한 광경, 끝을 보았다. 그것은 지금 있는 그 아케론 위에서도, 카론의 바로 옆에서도, 그 거대한 구렁 속에서도 평안히 버틸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을 신묘한 모양이다. 참으로 아름답도다. (C♭)




이 곡의 형식은 론도(Rondo) 형식이다. 론도는 라운드(round)를 생각하면 편하다. 주제(르프랭, refrain)가 계속 도는 것이다. 그 주제 사이에 삽입부(쿠플레, couplet)가 계속 나오면서 도는 듯한 형태를 갖춘다. (A)


론도 형식은 그 안에서도 여러 형식을 갖출 수 있는데, 그중에 이 곡은 A-B-A-C-A′-Coda의 형식이라고 볼 수 있다. 반복되는 A가 주제, B와 C가 삽입부이다. 코다(Coda)는 곡을 더 말끔히 끝내기 위해, 곧 종지감을 위해 사용되는 등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A)






이 피아노 소나타 8번은 새로운 문이다. 우리는 그 문 너머로 고전 시대의 새로운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후에 그것은 낭만 시대의 다리가 되어주는 기하학적 폭발로 투시된다. 우리는 그 새로운 형태를 기꺼이 받아들여 먼 미래를 지금 우리가 가까이 옆에 둘 수 있음에 감사해야만 한다. 물론 의무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하게 될 것이니 말이다.


그 일렁이는 액체를 보아라! 아! 그 얼마나 견고하며 도전적이며 단단한지! 모순적인 것은 ―아닌―,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움은 한 우주의 거대한 틈, 흠에서 폭포처럼 흘러나온 검붉은 피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잊지 말라, 역경이 있다면 순경順境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 줄여진 ―세상에서 가장 웅대한― 범위에서 수학적으로 이 비율은 완벽하게 산산조각 나 날아갔다. 그래도 변치 않는 것이라면, 희극과 비극이 동시에 보인다는 것이리라. (C♭, F)


직전의 연주자는 빌헬름 켐프(Wilhelm Kempff), 오늘의 연주자는 손민수. 조각조각난 비율을 그대로 보존하여 우리에게 전해주신다.


L. v. Beethoven 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F♯)

II. Adagio cantabile


I. Grave. Allegro di molto e con brio

III. Rondo. Allegro


Wilhelm Kempff | 손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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