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앞에는 목련나무 한 그루가 있다.
공동현관문을 통과해 나오면 무조건 그 옆을 지나간다.
바쁜 외출길에 그의 존재는 느낄 새가 없지만
집으로 들어갈 때.
꼭 한 번은 올려다보게 된다.
그렇게 1년 365일 중 약 300일은 목련을 본다.
그렇다.
우리 집 목련나무는 항상 꽃봉오리가 맺혀있다.
사람도 버티기 힘든 살벌한 겨울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그것도 꽤 많이
하얀 꽃봉오리가 매달려있다.
8월 말, 이제야 숨통이 트이는 건조한 공기가 돌 즈음
나무에 하얀 꽃봉오리가 있는 걸 발견한 후로
엄마랑 나는 집에 같이 들어갈 때마다 그 나무를 올려다본다.
- "지구 온난화, 그런 거 때문인 거 아냐?"
- "그럼 저기 목련나무도 이래야지, 왜 얘만 이래?"
흠.
정말 알 수 없다.
두 나무 사이는 50미터 정도 될까.
저 목련나무는 얌전한데, 유독 얘만. 얘만 이렇다.
웃긴 건 또 꽃을 피우지는 않는다.
남들 다 피고 질 때 얘는
피어나지도, 그렇다고 지지도 않는다.
그렇게 봉우리만 꼿꼿이 세운 채 오늘이 몇 월인지 잠시 헷갈리게 하는 웃기는 놈이다.
아마 사람이었다면 똥고집이 어마어마했을 거 같다.
처음엔 그저 신기했는데
자주 보니 '쟤는 진짜 왜 저래..' 싶다가도
또 보면 ' 안쓰럽네..' 그런다.
필 거면 피고 질 거면 지지 이도저도 못하고 끙하고 있는 게 차라리 올라가서 톡 떼어주고 싶을 지경.
그리고 다시 3월.
난 은근히 목련을 응원하는 중이다.
' 올해는 힘 좀 써서 펴보자. 피더라도 무거운 꽃잎 조금만 더 붙들다 천천히 떨어져 보는 거야! '
목련은 달려있을 때는 뽀송뽀송한 사또밥 같기도, 고소한 팝콘 같기도 해서
내 마음도 뽀송 고소 해진다.
워낙 무거운 잎에 툭툭 떨어지는 소리까지 내며 바닥에 붙고 나면
과일 껍질 썩어 문드러지듯 진한 갈색을 내보이며 지저분하게 사라진다.
이 목련나무도 그걸 알아서 이러는 걸까?
처참한 엔딩이 두려워 차마 꽃을 피우지도, 지지도 못하고
저렇게 온 힘 다해 몸을 웅크려 봉우리로 나를 지키고 있는 걸까.
기특하게 봉우리는 또 많이도 만들어놓은 이 나무가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이 갈까.
" 몸에 힘을 풀어도 돼. 폈다 금방 져도 돼.
져버리는 게 두렵다고 펴보지도 못하는 건 너무 슬프잖아."
목련은 지금 두려움과 싸우는 중이다.
나의 못난 면이 들킬까 두려워 세상 찬란하게 피어날 나를 막아선다.
뽀얗고 흰 꽃봉오리.
너는 그 자체로도 나에겐 신비이자 응원인 것을.
너는 알까.
어제보다 오늘
꼭 쥐고 있던 꽃잎 사이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음을 보았을 때
찰나일지라도 마음 힘껏 용기를 더해보려 했던 것을.
너는 알까.
바닥에 떨어져 보여주기 싫어할 그 모습까지
"예쁜 목련 꽃잎이네." 하고 바라봐주기로 다짐한 것을.
그러니 마음 놓고 이번엔 꽃잎들을 열어보기를.
이왕이면 발가락 끝까지 온몸으로 기지개를 켜듯!
잎사귀 하나하나 태양을 찌를 기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