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심 교수님이 먼저 말문을 여셨다. "고생했네~!"
논문 학기(마지막 학기)가 종료되기 한두 달 전쯤 본심사에 대한 공지가 올라온다. 이번에도 역시 주심 및 부심 교수님과 일정을 잡아 본심사 계획을 제출하고 강의실 대관 신청을 해야 한다. 어쩐지 이번 대관 신청은 어렵지 않았다. 예비 심사 때는 원하는 강의실이 다 꽉 차서 옆 건물로 가야 하나 고민하다 겨우 빈자리를 하나 찾았었는데 이번에는 널널하다. 그만큼 예비 심사 이후 본심사까지 이어지지 않은 논문들이 있다는 얘기다. 마냥 기뻐하기도 이르다. 나도 본심사가 통과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석사학위, 특히 특수대학원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다소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많다. 뭐 석사학위인데 그렇게까지 해. 아니면, 직장 다니면서 병행하는 특수대학원인데 교수님이 그렇게까지 요구한다고? 진짜 너무하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본인이 잘하기로, 그리고 어떻게든 마침표를 찍겠다고 결심했으면 자신을 믿어야 한다. 그들이 나 대신 논문을 써줄 것도 아니고 심사를 대신 받아줄 것도 아니며, 학위수여식에 참석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비단 학위 논문뿐만이 아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내가 무언가를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고 성장하려고 할 때 의외로 옆에서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이 적다는 점이다. 굳이 고르자면 가족 정도다. 그러니 남 이야기에 별로 신경 쓰지 말자.
아무튼 본심사가 시작되었다. 5분 이내로 발표할 준비도 마쳤고, 논문은 거의 완성 단계에 다다랐다. 정말이지 두 학기 동안 나를 갈아 넣었다. 설마 본심사 때 뭘 수정하라고 할까? 설마..라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 아직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자신 있게 가즈아!'라고 생각했지만 발표 중 약간씩 떨리는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아.. 회사에서 훨씬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때도 이렇게 안 떨었는데 왜 이럴까? 어쨌든 5분 내 짧게 발표를 끝냈고 주심(지도 교수님)과 부심을 쳐다보았다.
부심 교수님이 먼저 말문을 여셨다. "고생했네~!"
이 한마디에 마음이 눈 녹듯이 녹았다. 그다음 말은 이렇게 이어졌다. "이걸 어떻게 했대? 특히 통계 부분이....... 블라 블라(칭찬)......"
지도 교수님은 가만히 듣고 계셨다.
본심에 대한 총평은 칭찬이 70% 정도였고 나머지 30%는 열린 결말에 대한 제안이었다.
그리고 부심 교수님께서 갑자기 인준서를 가져오라고 하셨다. 원래 순서는 본심사 이후, 본심사 때 내용을 바탕으로 수정한 후 최종본을 들고 교수님을 다시 찾아뵈어 인준서에 서명을 받아야 하는 절차이다.
부심 교수님께서 호탕하게 "뭐 다시 서명받으러 오려면 귀찮잖아~" 이러면서 인준서를 출력해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부랴부랴 행정팀에 가서 양해를 구한 후 인준서를 들고 교수님께 가서 서명을 받았다.(지도 교수님께서 행정팀에 같이 가주셔서 너무나도 든든했다... 너무 감동이었다.)
진짜 끝난 것이다. 서명받은 인준서를 들고 처음 든 느낌은 얼얼함이었다. 물론 책자 인쇄와 최종본 송부가 남았지만 말이다. 아직도 본심사 당일의 긴장한 기운과 기쁨의 결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논문은 이런 맛에 쓰나 보다.(마지막 말은 약간의 허세가 있는 것을 인정한다. 물론 끝났으니 나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