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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심사 이후 찾아온 위기, 전화위복이란 이런 걸까?

인생은 늘 쉽지 않더라.

by 킴익스피어

석사학위 논문 심사는 보통 예비심사와 본심사로 이루어진다. 프로포절이라고 얘기들 하는 예비심사는 주심과 부심에게 연구의 개요를 말씀드리고 이런 방향으로 마무리 지으려 한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예비심사가 무난하게 잘 통과하여 심사 이후 큰 방향이 흔들리지 않고 논문을 마무리한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인생은 늘 쉽지 않더라.


나는 예비심사 전까지 지도 교수님(주심)께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았고 교수님의 가이드를 잘 따르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부심 교수님과는 한번 면담하였고, 부심 교수님께서 면담 중 통계 관련하여 이런저런 큰 방향성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는 듯하였지만, 구체적으로 지적하지는 않으시기에 '데이터를 좀 더 신뢰성 있게 백업하면 되겠지?' 정도 생각을 했다.


예비심사 당일, 부심 교수님께서 다시 한번 그 얘기를 꺼내셨고, 나는 나름대로 보완한 내용을 열심히 설명드렸다. 예비심사가 끝나고 지도 교수님께서 따로 부르셔서 몇 가지만 추가로 보완하자고 하셨고, 속으로 '오! 이 정도면 선방이네!'라고 생각했다. 논문 본심사까지 두 달도 안 남은 상태에서 결론과 서론 그리고 Abstract까지 마무리하려면 지금 방향을 튼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예비심사 후 보완한 내용을 가지고 지도 교수님과 면담을 진행하였다. 지도 교수님께서 평소와는 다르게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다 질문을 하셨다. 특히 부심 교수님께서 지적하셨던 통계 부분이었다. 나는 지도 교수님의 질문 공세에 말을 버벅거리며, 겨우 대답을 했다. 지도 교수님께서 평소보다 면담 텀(기간)을 오래 주셨고 보완이 다 되면 메일로 보내라고 하셨다.


조금 안이하게 생각한 것이 문제였던 것일까? 논문을 작성하면서 몇 번의 고비가 있었는데, 이때가 가장 큰 고비였던 것 같다. 정확히 이 시기에 어깨에 담이 온 것 같다. 스투레쓰!!!


stress.jpg?type=w773 출처: hidoc.co.kr


어쩔 수 없다. '전부 손보자.'라고 결심했고 통계의 조작적 정의부터 하나씩 다시 작업했다. 백데이터는 연도를 다시 세팅하여 필요 자료를 추가로 수집하였고, 추가 수집한 내용을 포함한 자료로 다시 통계를 돌렸다. 결괏값이 기존에 작성하던 방향이랑 달라지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며 몇 날 밤을 그렇게 보완작업에 들어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통계 기초 부분이 엄청나게 탄탄해졌으며, 오히려 결괏값도 더 나아졌다.(교수님은 미리 알고 계셨던 것일까?)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내가 한다면 한다. 보여주게쒀.'라는 마음으로 강건성 검정(Robustness test) 부분까지 별로로 추가했다. 새로운 통계 기법을 공부해서 말이다.


다음 면담 때, 지도 교수님 표정이 어떠셨을지 말 안 해도 알 것 같지 않은가? 항상 티는 별로 내지 않으시지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왜 나는 이렇게 지도 교수님을 만족시키는 데 기쁨을 느끼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암튼 이렇게 하나의 고비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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