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사이클과 유망 투자 자산
투자자들의 첫 번째 고민은 항상 '지금 뭘 사야 하나?'이다.
위험 자산인 주식으로 수익을 추구해야 할지, 채권 투자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할지, 부동산이나 원자재 같은 실물자산이 좋을지, 이도 저도 아니면 현금을 보유하고 때를 기다려야 할지... 늘 고민이다.
물론 정답은 '분산 투자'이다.
변화무쌍한 시장에서 한 자산에 집중 투자하지 않고 여러 자산에 나누어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분산 투자가 모든 자산을 동등한 비율로 투자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핵심 자산을 선정하여 높은 비중을 투자하고, 나머지를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방법이 적절하다.
여기서 다시 처음의 고민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핵심 자산은 무엇일까?'
경제는 반복적인 사이클 속에서 순환하며 움직인다.
경기 회복기로 시작해서 호황기를 거친 다음, 경기가 서서히 둔화되고 마침내는 침체기에 들어선다.
그리고 다시 회복기부터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된다.
이러한 경제 순환 사이클에 따라 투자도 사이클을 형성하는데, 각 경기 국면별로 유망한 투자 자산이 다르다.
경기 회복기와 둔화기의 유망 자산이 다르고, 경기 호황기와 침체기의 유망 자산이 다르다.
따라서 지금이 경기 국면의 '어디에 있는지'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핵심 자산을 달리 선정할 수 있다.
투자 자산은 주식, 채권, 실물자산 그리고 현금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경기가 침체기의 막바지 내지 회복기의 초입에 이르면 주식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의 경기 부양정책들이 나오고, 물가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며, 금리 수준도 낮다.
저금리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낮을 뿐만 아니라 리파이낸싱(쉽게 말해, 고금리대출을 저금리대출로 갈아타서 비용을 줄이는 것)을 통해 재무적 수익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경기가 바닥을 기면서 기업실적이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고, 오히려 경기 회복 전망에 따라 기업 실적 전망은 개선되기 시작한다.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 성장률 살아나고 기업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면서 주가가 오르고 주식 거래량이 늘어난다.
주식이 유망한 것은 회복 국면을 지나 경기호황 국면까지 이어진다.
소비가 늘고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지속된다.
이에 시중 자금도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강한 상승 추세장이 펼쳐진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물가가 상승하므로 현금의 실질 가치(구매력)는 하락하는 반면 원자재와 같은 실물자산 가격은 상승한다.
따라서 주식과 함께 실물자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호황기에는 자금수요 증가에 따른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호황기가 막바지에 이르면, 기업들의 투자가 피크에 달하고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면서 원자재 수급불균형 상황이 발생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된다.
이때 기업 실적은 최고조에 달하지만 주가는 이미 이를 선반영함에 따라 고평가 국면에 접어들고 주식의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
경기 호황이 끝나고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위험자산인 주식과 원자재에 대한 비중을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
경기 둔화에 따라 기업 실적 전망이 하향되고, 실적 둔화 우려가 부각되기 시작한다.
호황기에 발생했던 원자재 시장의 가수요가 사라지면서 원자재 가격 조정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금리는 여전히 상승을 지속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채권도 아직은 적절한 투자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현금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것이 최선이다.
수익보다는 위험 관리에 치중해야 한다.
그러다 경기 둔화가 심화되어 경기침체로 넘어가는 단계에서는 채권이 좋다.
경기 둔화가 심화되면 물가 하락과 더불어 기업 투자가 줄고 채권발행이 줄어들면서 시장 금리가 하락하는데,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면 정부에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책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시장금리는 더욱 하락하게 되고 채권가격은 상승한다.
경기 침체 초기에는 기업 리스크 증가로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므로 안전한 국채 등이 유망하다.
투자등급 회사채나 하이일드채권 등은 침체 후반기로 가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렇듯 경기 순환 국면별로 핵심 투자자산을 선정하고, 현재 경기 국면에 따라 어떤 자산에 높은 비중을 둘지 판단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이런 흐름은 하나의 패턴일 뿐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경기가 둔화할 듯하다가 호황국면을 이어가기도 하고, COVID19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둔화 국면을 건너뛰고 갑작스레 침체국면에 빠졌다가 또 빠르게 회복되기도 한다.
투자 흐름도 마찬가지이다. 사이클대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경기 국면별로 핵심 투자자산을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여러 자산이 시기를 겹쳐서 움직이는 경우도 흔하다.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동시에 가격이 상승하거나 동시에 하락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투자가 수학공식처럼 답이 딱 떨어진다면, 인풋(input)과 아웃풋(output)이 항상 일정하다면 얼마나 쉽겠는가?
하지만, 시장은 살아 있는 생물이고, 투자는 심리게임이며, 시세는 시세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 경기가 어느 국면에 있고, 현 국면에서 유망한 자산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 차이이다.
회복기, 호황기, 둔화기, 침체기의 유망 자산이 다른 만큼 기대수익률과 위험이 다를 수밖에 없다.
경기국면 별 유망자산을 안다면, 현재 경기국면 판단을 통해 당면하게 될 수익과 위험 수준을 예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목표수익률 수준을 적절히 조정함으로써 불필요한 위험 부담을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기 회복기(주식)와 호황기(주식, 원자재)의 목표수익률이 10% 였는데, 경기 둔화기(현금)나 침체기(채권)에 그 목표를 유지할 수는 없다. 목표를 고수하면 달성이 불가능하거나, 목표 달성을 위해 비중을 줄여야 할 주식 비중을 오히려 높이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경기국면에 맞게 목표수익률을 조정하고 경기국면 별 핵심자산 투자비중을 높게 가져가면 적절한 수익 추구와 함께 위험 관리를 병행할 수 있다.
최소한 경기 국면에 부적합한 자산에 집중 투자하여 큰 낭패 보는 것은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