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11월 27일 이었을까?
출근을 위해 아파트 밖으로 나왔을 때, 길바닥이 젖어있는걸 보고 '새벽에 비가 왔구나' 생각했다. 다행히 출근하는 시간에는 비가 오지 않아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긴 했지만.
그런데 오전에 책상에 앉아 있으니, 천둥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가까이에 벼락이 여러 차례 내리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창 밖을 확인하니 비도 제법 내리고 있었고.
점심 시간이 되어 동료와 함께 밥을 먹고, 회사 로비를 걸었다. 날이 춥거나 더울 때는 늘 건물 안쪽을 산책하니까.
건물 로비를 한바퀴 크게 돌면 한 5분쯤?
천둥 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았다.
아까 천둥 많이 치드라구요.
맞아요. 저도 들었어요. 비도 많이 내리고. 날씨가 추웠으면 첫 눈이 왔을텐데
그쵸. 비도 제법 왔으니.
문득 하나의 생각이 스쳤다.
근데 눈이 오면 번개가 안치나요?
네? 똑같은 구름일텐데. 그냥 내리다가 날이 추우면 눈이 되는거 아니에요. 근데 생각해보니 눈이 오는 날 번개가 치는걸 한번도 본적이 없는거 같네요.
그쵸? 저도 눈오는 날에는 천둥소리를 들어본적이 없는거 같아요.
뭐가 다른거지? 어차피 비구름이고 추우면 눈이 오고, 안추우면 비가 오는걸텐데.
바닥이 차면 번개가 안치는 걸까요?
그러게요. 이따가 올라가서 찾아봐야겠어요. 괜히 궁금하네.
저도요. 분명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을거에요. 지금껏 한번도 본적이 없으니.
이런저런 대화 중에 눈오는 날에 번개가 치는가?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나는 점심 시간이 끝나고 오후에 책상에 앉아있다가 그 생각이나서 AI에게 물었다.
‘눈오는 날에는 번개가 안치니?’
AI는 아주 드문 현상이라고 알려주었다. ‘뇌설(thundersnow)’이라는 이름과 과학적인 이유까지도.
나는 그 설명을 쭉 읽고 흥미가 생겼다.
적란운, 층운 그리고 번개에 대해서.
적란운처럼 감정의 높고 낮음이 심한 사람은 번개가 치고, 층운처럼 감정이 높낮이가 작은 사람은 번개가 치지 않는다? 아니, 드물게 친다?
층운같은 사람이 번개가 칠만한 일은 뭐가 있을까? 구름, 번개, 겨울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눈보라치는 겨울날처럼 고요하고 쓸쓸한 느낌.
적란운 같은 사람과 층운 같은 사람 사이에 위험한 관계 이야기.
구름, 번개, 겨울하니, 장소는 그냥 제주가 떠올랐다. 제주의 눈 속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빼곡한 눈보라 속에서 번개가 번쩍이는걸 보고 뇌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둘.
그들 중 한명은 적란운 같은 사람, 한명은 층운 같은 사람.
그럼 어떤 관계가 이 이야기에 어울릴까?
처음에는 비밀 연애를 하는 사내 커플을 떠올렸다. 비밀스럽긴 했지만 격렬한 느낌이 안 들었다. 20대 대학생 커플? 격렬할 순 있지만 일반적이었다. 중년부부? 중년부부와 뇌설?
그러다가 금지된 관계를 갖는 두 명이라면?
눈과 번개.
그 두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의 금지된 시간.
그런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을 하고있다가 금요일 첫 문장을 썼다.
‘제주 공항의 문이 열리자, 잿빛 하늘이 머리 위까지 내려앉아있는 듯했다.’
그리고 드물게 아무 일정도 없던 주말에 컴퓨터 앞에 앉아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토요일에는 금요일 써두었던 초안으로 1화와 2화를 끝냈다. 그리고 일요일에 3화와 4화를 내리 써내려갔다. 뇌설, 금지된 관계를 쓰다보니 수위 조절이 쉽지는 않았다.(노필터 버젼은 서랍에만..) 그렇게 4화까지 쓰고나니 두 사람이 어떤 마음일지가 보였다. 그 마음에 대해 간단하게 내용을 적어두었다가, 월요일에 5화를 끝마쳤다.
충동적으로 쓴 글이었지만 꽤 마음에 들었다.
12월 1일 월요일 밤에 1화를 올리고, 2일 아침에 나머지를 다 발행했다. 5주를 끌 수도 있었지만, 한번에 읽는게 더 좋을것 같았다.
(수위 문제가 있는 회차는 오늘만 무료 옵션으로…)
과연 다른 사람들도 마음에 들어할까?
눈보라치는 겨울날처럼 고요하고 쓸쓸한 느낌.
적란운 같은 사람과 층운 같은 사람 사이에 위험한 관계.
눈과 번개에 대한 이야기를…
뇌설 단편 브런치북 -> 마음에 드셨다면, 하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