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아니고 선희
2화. 써니 아니고 선희
어느 비 오는 토요일, 손님이 뜸한 틈을 타 그녀가 털어놓았던 이야기를 기억한다.
그녀가 이 바의 뒤편으로 숨어버린 건 3년 전, 야심 차게 준비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개성이 없다'는 혹평을 듣고 탈락한 직후였다.
“이름만 대면 아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는데, 최종 예선에서 '목소리에 사연이 너무 많다', '요즘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투박한 창법이다'라는 말을 듣고 떨어졌어. 정석대로 배운 애들 사이에서 내 목소리는 그저 시장통에서 배운 소음 같았나 봐."
그녀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직 그 꿈을 포기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내가 처음 이 바에 왔을 때, 난 말 한마디 안 했거든. 오디션에서 '표정에 감정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낙방한 뒤였으니까. 그런데 영감님은 내가 내미는 칵테일 한 잔을 보고는 대뜸 그러시더라고. '자네, 아주 훌륭한 배역을 맡았군. 바텐더라는 가면 뒤에 숨은 고독한 예술가라니. 그 눈빛은 훈련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야'라고."
그래서 그녀는 이 바를 무대로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무대의 주인공 ‘써니’가 되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위스키 잔을 닦을 때도 마치 무대 위에서 정교하게 계산된 소품을 다루는 배우처럼 움직였고, 손님을 응대하는 목소리에도 낮고 일정한 톤의 연극적 울림이 있었다. 그녀가 서는 무대는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는 극장이 아니라, 끈적한 알코올 냄새와 삶의 비린내가 뒤섞인 바 테이블 안쪽이었지만 그녀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영감님은 참 이상한 분이셨어."
그녀가 내 잔을 채우고 나직하게 읊조렸다. 영감님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영감님은 언제나 그녀에게 '특별한 관객'이 되어주었다.
“영감님 말이야.”
그녀는 바 테이블에 두 손을 받친 채 말을 이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