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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민 Dec 28. 2024

삼성 리더십의 현주소

리더의 자리와 가깝지 않은 이의 푸념


명확한 리더십이 사라지고 난 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리더들과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임원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태 - 이것은 딱히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시대와 상황이 변한 것일 뿐




12월 3일 밤, 어처구니없던 계엄과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탄핵 관련된 일련의 흐름을 지켜보며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나에게 이득인가, 손해인가'라는 것이다.

내가 세상을 몰라서 그랬던 것인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해득실로 중요한 결정을 한다는 것에 꽤나 놀랐으며, 한편으로는 '아 그래서 저런 비상식적인 모습들을 보이는구나'라고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해득실은 따지지 않는 꽤나 괜찮거나, 착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나 역시 이해득실을 따질 줄 알고, 나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당연히 선호한다. 하지만 나에게 이익이 되고 공동체에는 손해가 되는 사안이라면, 어느 지점에선가 고민을 할 것이다.

 '무엇이 더 옳은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맞는가?'라고


예전 삼성에는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던 리더가 있었다.(왕회장님이라 불리는) 그는 단순히 비전과 목표만 제시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일련의 흐름, 구체적인 프로세스까지도 머릿속에 확실하게 그리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탁월했던 건 사람 보는 눈이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러므로 인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일을 진행한다고 판단되면 확실하게 break를 걸 줄도 알고, 다시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지시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하게도 리더의 생각을 읽고, 거기에 맞추어 결과를 내는 것이 정말 중요했을 것이다. 조직구성원으로서 어떤 경우든 리더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리더가 원하는 결과를 내는 것, 그것이 자기 자신과 삼성이라는 조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시기였던 것이다.

- 리더가 제시한 비전이 회사가 만들 수 있는 최상의 결과로 나타났다.


이 시기에는 앞서 언급한 '나에게 이익인가'가 절대적인 판단 기준인 사람들이 유리하다. 다른 고민 없이 나에게 이익인 상황을 빠르게 캐치해서(-윗사람의 의중을 읽어서) 좋은 결과(-윗사람이 보고 싶어 했던 결과)를 내놓은 것이 본인 이득의 최대치가 될 뿐만 아니라 소속된 조직에게도 저절로 이득이 되었을 것이고, 결국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승승장구'하며 승진이라는 과실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이게 맞는 건가'라고 한번 더 생각하는 사람들은 앞에서 말한 부류보다 자신이 더 나은 조직구성원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리더가 제시한 것들을 의심하고 그 의심의 결과가 좋은 쪽으로 결론이 나야만 한다.(이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며, 고약한 리더는 결과를 보고도 인정을 하지 않는다.) 굳이 그렇게까지 비딱하게 행동하지 않고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해낸다 하더라도, 리더의 의중을 빠르게 간파하여 이득을 쫓아 움직이는 이들보다는 언제나 한발 늦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그들은 조직에서 뒤처지는 부류(업무적으로 정말 탁월한 역량을 가졌더라도)가 되어버리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불만은 없다. 모든 구성원들이 항상 옳은 것으로 증명되는 리더의 비전을 경험하기 때문이고, 리더의 지시를 잘 따르고 거기에 잘 맞추는 사람들이 결과적으로도 항상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10년, 20년 유지되는 상태에서 훌륭한 리더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면, 그리고 뛰어난 통찰력을 통한 의사결정 능력이 전하다면  그 조직의 임원 및 관리자들은 모두 자신의 이득( ==조직의 이득)에 밝은 사람으로 꽉 차게 된다. 다시 말해, 윗사람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로 채워지게 되는 것이다. 조직구성원들도 서로서로 바로 윗사람의 의중을 읽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아우성일 것이다.

삼성은 이런 상황에서 초일류기업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리더와 함께 달려왔고 결국 성공했다.


문제는 뛰어난 리더가 사라졌을 때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초일류기업이라는 목표는 남아있지만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해 그리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시대에 맞는 디테일을 제시해 주는 리더십이 사라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바뀌는 외부 환경과 최신 기술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회사의 새로운 리더들은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변화하지 못하고 기존에 성공했던 방식에 머물게 된다. 는 당연한 결과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나에게 이득인가?'에 밝은 것이지, '무엇이 옳고,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는 잼뱅이인 사람들로  위만 바라볼 줄 알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혁신적인 리더십이 사라진 상태, 그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할 사람의 능력이 '나에게 이익인가? 손해인가?'에 치우쳐져 있다면, 그들의 선택은 안전하게 이전에 하던 방식으로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내는 것, 그것으로 자신의 얻어낸 리더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된다.


변화된 상황,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정답인지 '지시'가 없는 상황에서 임원들은 어떻게 될까? 그들은 눈에 보이는 성과, 그럴듯해 보이는 데이터에 집착하게 된다. 바로 옆에 있는 팀장보다 내 성과가 조금이라도 좋으면 그만이다.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그럴듯해 보이는 것, 눈에 띄는 결과물, 돈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는 것들이 그나마 마음에 안도를 가져다주는 항목들이 되고(KPI라는 이름으로), 미래를 위해 필요한 기술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인력에 대한 투자는 비용증가일 뿐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음으로 인해 언제나 뒷전이 된다.

임원들은 전과 다름없이 본인의 이익을 위한 일들(위를 바라보고 맞추는)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지만(그것이 그들을 그 자리로 이끈 성공의 방정식이고 남보다 나은 능력이므로 태도가 변할리 없다) 나타나는 결과는 왠지 예전과 같이 않다.


그 밑에 조직구성원들은 변하지 않는 임원들에 의해 점점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위해 역량을 집중한다. 하지만 전에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보장이 되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조금씩, 조금씩 느끼게 된다.(회사 경영성과가 나빠지고 내가 받는 복지나 급여가 전처럼 만족스럽지 않다) 더 나아가 본인들의 노력이 조직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뒷걸음질이 되는 상황들도 자주 맞닥뜨리게 된다.

- 위에서 강조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일정을 당기고, 유리한 Data만을 모아 보지만 그 결과는 처참하다. (개인의 이익!= 조직의 이익)

이런 상황들에 의문을 품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자고 주장하는 이들도 가끔 생겨나지만, 그들의 윗사람은 그런 움직임을 견제하기 바쁘다. 그 주장이 맞는지 틀리는지보다 '나에게 이익인지 손해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나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일처리 방식이나 주장들을 애써 외면하고, 깎아내린다.


과거에는 나의 이익을 추구하면 조직 전체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이 fact였다면, 과거의 리더십이 사라진 현재는 개인의 이익추구가 조직에게 해가 되는 경우도 자주 발행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 내부의 성공방정식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은, 제대로 된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 이들은 어떻게 될까? 이전에 조직(==개인)을 위해 일한다 믿었던 윗사람들이 이제는 자신(!=조직)만을 위해 일하고 있고, 이해되지 않은 일처리들이 아무렇지 않게 겉보기만 좋은 모습으로 포장되는 상태에서 자신은 불평불만자가 되어있으니, 그곳에서 버텨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능력이 있는 사람 순으로 삼성을 그만두고 다른 곳을 찾아 떠난다. 외부에서는 능력과 경험까지 갖춘 이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으니, 그들은 결국 외부에서 더 높은 급여와 만족스러운 업무 성과(HBM이 좋은 예이다)를 만들어 낸다.

나와 무엇인가 맞지 않아서, 조직 돌아가는 상황이 옳지 않다고 판단되어 조직을 떠난 것이(공동체 위주로 생각하단 이들이) 오히려 자신에게 이익으로 돌아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 물론 이탈 후 잘 풀리지 못한 경우도 있고, 임원들은 그런 사례를 들어 이탈을 막곤 한다.


지금의 삼성이 위와 같지 않다고, 인정하지 못한다고 하는 이들도 많이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점점 언급하고 있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느낀다. 명확한 리더십이 사라지고 난 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리더들과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임원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태 - 이것은 딱히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시대와 상황이 변한 것일 뿐


이건희 회장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천재 한 명이 10만 명 먹여 살린다"


천재 한 명이 올바른 자리에 있다면 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실제로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이 되면서 그것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천재가 없을 때'는 그럼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10만 명이 넘는 임직원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에서 이건희 회장이 말한 천재 한 명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현재의 삼성에서 그 천재가 올바른 자리에 있는가? 미래를 위한 비전과 그걸 실현해 내기 위한 디테일한 프로세스들을 제시하고 감시해야 하는 자리에 지금 자리 잡고 있는 이는 과연 1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천재인가? 혹 그 자리에 천재가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지난 세월의 성공방정식을 갈아엎어야 하지 않을까? 무엇이 정답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오답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유지한다면 시간이 갈수록 좋은 성과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얼마 전에도 내부에서는 "방향은 맞으나, 속도가 나지 않는다"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방향과 속도를 말하기 전에 방정식이 맞는지부터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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