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게 말하면' 지는 세상인가요?

무례함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거리두기

by 생각이 과함

어느 날 방문한 서비스 센터에서 겪은 일입니다.

제품의 결함에 대해 정중하게 설명했으나

돌아온 것은 "기다려라"는 무기한 방치였습니다.

옆자리에서 거칠게 항의하던 사람에게는

당황하며 즉시 문제를 해결해 주더군요.


묘한 허탈함이 밀려왔습니다.

왜 예의를 갖추면 오히려 더 무시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까요?


사회학자 조셉 버거(Joseph Berger)는

'지위 특성 이론(Status Characteristics Theory)'을 근거로 이를 설명합니다.

인간은 타인을 마주하는 찰나에

성별, 연령, 외모 같은 외적 지표를 통해

상대의 영향력을 무의식적으로 계산한다는 것이죠.


무례한 상대에게

'어린', '여성의', '부드러운' 등의 특성은

곧 요구사항을 과소평가해도 괜찮다는 사회적 "할인율"과 같이 작동합니다.


또한, 수크빈더 오비(Sukhvinder Obhi) 교수의 '권력과 거울 뉴런' 연구에 따르면,

스스로가 권력을 가졌다고 느끼는

소위 '갑'의 위치에 선 사람들은,

타인의 행동과 감정을 읽어내는 '거울 뉴런 시스템(Mirror Neuron System)'의 활성도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상대가 당신을 자신보다 아래 단계로 인식하는 순간,

당신이 아무리 정중하게 불편함을 호소해도

그의 뇌는 그 신호를 제대로 수신하지 못합니다.

아마 비뚤어진 특권 의식에 취해

뇌의 공감 장치가 일시적으로 고장 났기 때문이겠죠.


심리학의 성격 5 요인 중 '우호성(Agreeableness)'은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훌륭한 자질입니다.

하지만 갈등 상황에서 지나친 우호성은

"이 사람에겐 함부로 해도 안전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연습해야 할 것은

화를 내는 것(Aggressive)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단호함(Assertiveness)'입니다.

친절은 유지하되, 무례한 상대 앞에서는 언제든 단호함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무례한 상대를 마주했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감정의 주권을 뺏기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가 던진 날카로운 말이나 성의 없는 태도에 휘둘려 감정적으로 맞대응하는 순간,

대화의 주도권은 다시 상대에게 넘어갑니다.

상대의 무례함을 '그의 인격적 결함'으로 규정하고

내 마음과 분리하세요.


친절은 품격이지 결코 약점이 아닙니다.

우리는 여전히 다정할 것이지만, 우리의 친절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습니다.

"나의 정중함이 당신에게 나를 무시할 권리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명확히 할 때, 비로소 우리는 무례한 세상 속에서도 단단한 어른으로 서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