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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by 봄비

쌀쌀한 초봄,

씨감자 한 알

땅속에 묻어둔 것뿐인데

씨감자 한 알이

뻗어 내린 줄기에

감자들이 알알이 태어나

형제가 되고 자매가 되었다.


처음에는 씨감자가 양분을 내어주더니

나중에는 땅속 지렁이와 봄비와 햇살이

부지런히 감자들을 키웠다.


포슬포슬 땅속에서 자라던 감자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어둠을 견디고

뜨거운 공기 속에서

점점 굵어져갔다.


초여름 가는 빗소리에

씨감자는 점점

흙빛으로 변해가고,

맑은 속살을 드러낸 감자들은

포슬포슬 익고익어

단단하게 여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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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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