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예술의전당 나들이
어머님들과 청주로 나들이를 갔다.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꽃꿈할매 그림책 전시회'가 있어서다. 매주 그림 그리는 걸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박종0 어머님은 아직 기력을 찾지 못해 못 가시고 세 분의 할머니와 송명0 아줌마와 함께 청주 예술의전당으로 향했다.
청주 서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3년 동안 프로젝트로 할머니들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면 누군가는 기록을 하고. 그림을 그려 한 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그 과정의 사진과 책 전시, 소리책(오디오북)까지 만들어 전시했다. 구경을 하면서 안내하는 분에게 우리도 자발적으로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 책 출판을 기획하고 있다고 하니까 너무 대단하다고 한다. 내가 생각해도 우리의 모음이 대견하다. 자발적인 모임이기 때문이다. '꽃꿈할매' 프로젝트는 사회복지관에서 강사를 모시고 하는 수업이었지만 우리는 같은 마을에 살면서 자발적으로 글쓰기, 그림 강사가 되고, 영상 제작을 했기 때문이다.
또 우리 마을 어르신들은 시나 글도 직접 쓰고(일부 이야기는 구술하신 것을 받아적긴 했지만), 그림도 다른 그림을 보고 그리지 않고 어르신들이 생각한 것을 직접 그렸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노언0 어머님은 청주 어머님들의 그림책을 보면서 "우리 거랑은 천지차이여. 우리 건 창피햐. 배운 사람들이라 우리랑 다르네."라고 겸손 아닌 겸손의 말을 계속 하셨다. "어머니,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어머님들 글이랑 그림이 훨씬 낫구만." 나는 할머니에게 우리 게 훨씬 더 잘했다고 강조했지만 어머님은 받아들이지 않으셨다.
우리 어머님들은 주로 물감으로 색칠을 했는데 꽃꿈할매들은 색연필로 색칠을 하셨다. 우리는 예산이 부족해서 다같이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내지만 한 분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내시고, 오디오북까지 제공되는 건 좀 부러웠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우리의 프로젝트가 얼마나 대단하고, 우리 마을 어머님들 한 분 한 분이 참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맛있는 곤드레밥을 먹었다. 어머님들이 남기지 않고 싹 비우셔서 좋았다. 나는 송명0 아줌마를 보은에 모셔다 드리고 왔다. 보은에서 합창 연습을 하시기 때문이다. 즐겁고 의미있는 나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