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동안의 여름방학을 끝내고 우린 9월에 다시 만났다.
그런데 그 사이에 박종0 어머니가 아프셨다. 봄 내내 건강하셨는데 여름 말미에 몸이 많이 안 좋아지셔서 기력을 찾지 못하셨다. 전화도 받지 못하실 정도였다. 몇 번 집으로 찾아가 보았지만 다시 회복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어쩔 수 없이 남은 분들과 수업을 이어갔다. 9월부터는 글쓰기보다 그림 그리기에 속력을 냈다. 어머님들이 전에 그린 그림에 배경색을 입히고 글에 따른 그림을 새로 그리기도 했다. 그림 그리기는 글쓰기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박종0 어머님이 안 계시니 허전했다.
노언0 어머님은 여전히 머리가 아프시다고 하고, 김성0 어머님은 그림 그리는 게 힘들다고 하시고, 권영0 어머님은 밭의 풀을 뽑아야 한다며 할 일이 많다고 하셨다. 그래도 송명0님은 꾸준히 나오셔서 어르신들 힘들다, 못한다 하시면 옆에서 계속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다. 교사인 우리도 열심히 여태까지 너무 잘하신다며 폭풍 칭찬을 하며 다독였다. 그런데 칭찬은 괜히 한 소리가 아니었다. 진심에서 나온 말이었다. 할머니들이 지금껏 잘 따라와 주셔서 자기만의 개성 있는 그림을 그리고, 솔직한 옛이야기들을 들려주셔서 얼마나 풍성한 시간이었던가!
점차 책에 들어갈 내용들이 채워졌다. 그렇게 가을은 서서히 우리 마을 이야기책 할머니과 함께 우리 곁에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