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

어릴 적,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안다고 믿었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하고 망설임 없이 정의를 내리곤 했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에 대해 점점 깊이 들여다볼수록, 문득 알게 되었다. 나의 주인은 내가 아니란 사실을.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온전히 내 것이라 여긴 몸, 뇌, 입—그러나 정작 그것들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 몸은 내가 원하는 모든 행동을 순순히 따라주지 않았고, 내 입은 언제나 내가 의도한 말만을 내뱉지 못했다. 말은 뒤늦은 후회를 낳았고, 그 후회는 침묵을 배움이라 말해주었다. 침묵만이 성숙에 다다르는 길처럼 느껴졌다.

나의 뇌조차도 내가 고른 생각만을 허락하지 않았다. 원치 않는 상념과 두려움이 거센 파도처럼 밀려와 나를 잠식했고, 나는 그 속에서 "이러지 말아야지"라며 내 안의 나를 다독여야 했다.

그렇다면, 정말로 나의 주인은 누구인가?

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니, 하나의 단어가 뚜렷이 떠올랐다. 나의 주인은 나의 습관이었다.

나는 나의 행동을 모방하고 반복하며 살아간다. 그 반복은 익숙함을 낳고, 익숙함은 어느덧 정체성이 된다. 습관은 무언의 명령자가 되어 나를 조종한다. 그리고 그것은 멈추기 어려운 힘이다.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도, 나는 그 고리를 벗어날 수 없다.

‘익숙함’이라는 감정은, 삶을 살아가며 가장 경계해야 할 무언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익숙해서 나쁜 말을 무심코 내뱉고, 익숙하다는 이유로 내 몸을 해치는 행동을 반복한다. 익숙해진 사랑은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게 만들고, 때로는 외로움보다 역겨움에 가까운 감정까지도 견디게 만든다.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며, 스스로를 포장한다.

나는 습관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행동, 아침에 눈을 떠 책을 펼친 나의 몸짓, 매일 반복되는 작고 조용한 의지들—이 모든 것이 나라는 존재를 빚어내는 습관이다. 결국, 내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짧은 한 순간일 뿐이다.

이동진 작가의 말처럼, 인생 전체를 내 뜻대로 조율하려 할수록 고통은 커진다. 그러니 해답은 단순하다. 오늘 하루, 이 짧은 시간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 인생은 결국 되어지는 대로 흘러가지만, 단지 이 하루를 정성스럽게 살아낼 수 있다면, 나는 조금 더 내가 원하는 나에 가까워질 수 있다.

나는 선하고, 순수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한 길은 거창하지 않다. 단 하나의 선한 행동을 더하고, 하나의 순수한 생각을 더 품는 것. 그것밖에 없다. 때때로 나쁜 마음이 불쑥 끼어들지라도, 다시 마음을 다잡아 한 번 더 순수한 행동을 시도해 보는 것. 그렇게 말로, 행동으로, 생각으로 쌓여가는 작은 조각들이 결국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나라는 사람을 완성해 간다.

결국, 인생이란 긴 시간의 여정 속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오늘’이라는 아니 ‘지금 이 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다.

오늘 하루, 내가 조금 더 선한 말, 순수한 행동, 맑은 생각을 내 안에 담을 수 있다면, 나는 조금 더 내가 되고 싶은 나에 가까워진다. 그 작은 걸음들이 모여 정체성이 되고, 삶의 방향이 된다. 지금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이 바로 그 전부일지 모른다.

인생은 물처럼 흘러가고, 나는 그 흐름 위에서 오늘 하루만큼은 성실히, 정성스럽게 살아가려 노력한다.

My master is not me.

When I was younger, I thought I knew exactly who I was. I could easily say, “I’m this kind of person.”

But the more I thought deeply about it, I realized something strange—

I am not the master of myself.

I believed my body, my brain, my mouth were all mine.

But none of them really listened to me.

My body didn’t always do what I wanted.

My mouth didn’t always say what I meant.

And most of the time, it left me with regrets.

So I learned to stay silent. Silence felt like the only mature choice.

Even my thoughts didn’t belong to me completely.

Unwanted images, pain, and fears came rushing in, uninvited.

And I had to whisper to myself, “Don’t be like this. Come on, not this again…”

So who really is my master?

One word came to me: habit.

I am made of habits.

The things I do over and over again shape who I am.

And the more I repeat something, the more natural it feels,

until it becomes my identity.

And once it’s part of me, it’s really hard to stop.

Why? Because it’s comfortable.

Comfort can be dangerous.

I realized that being too used to something can lead me into repeating bad words, bad actions.

Even love—when we get used to someone’s kindness, we start to take it for granted.

Sometimes, we stay in a relationship not out of love, but just to avoid loneliness—

even when the feeling we get is closer to disgust than love.

And yet, we call that "love" and try to make ourselves believe in it.

I am my habit.

The act of writing this, reading a book first thing in the morning—

those are all habits too.

And they are slowly shaping me.

The only time I can truly control is a small moment—just today, maybe even just this hour.

As the writer Lee Dong-jin said,

Trying to control your whole life only leads to more suffering.

The answer?

Live today sincerely. Just today.

Life will flow however it wants.

But if I can live this one day with care,

I might get closer to the person I want to become.

If I want to be kind and pure,

the only thing I can do is to try one more kind action,

think one more pure thought.

Even if ugly feelings creep in,

I can still take a breath and try again.

That’s how good habits form.

And those habits become who I am.

So in the long journey called life,

the most important moment is now—this one day.

If I can fill it with just a bit more kindness, just a bit more clarity,

then I'm becoming the version of me I dream of.

Maybe this moment, as I read and write,

is everything.

Life flows like water.

And on that water, I’ll try to float gently,

and live today with c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