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둥절! 크루즈 탐험기 [4]

by sinwolrang

[4편] 드디어 땅을 밟다! 기항지 투어 시작~


전일 항해를 마친 다음날부터 크루즈에 탑승한 모든 승객에게 땅을 밟을 기회가 주어진다. 이번 크루즈는 일본 남서부 해안지역인 가나자와, 마이즈루, 사카이미나토 항에 각각 한나절씩 정박했다.


예약한 기항지 투어는 3일 일정으로 크루즈가 기항하는 지역에 맞춰 짜여 있었다. 자유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기항지 투어를 신청한 사람들이 하선하고 나면 마지막으로 하선해 자유롭게 기항지 여행을 할 수 있다.


일본 크루즈 터미널에서 이뤄지는 입국 심사는 약식으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애초 크루즈 승객들은 하선할 때 검사하고 자시고 할 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하게 사람이 모이면 장사치들도 모여든다. 크루즈가 한 번 정박하면 꽤 많은 돈이 그 지역에 뿌려진다. 그러니 그들 입장에선 크루즈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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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일정은 이시카와현 중심 도시인 가나자와였다. 겐로쿠엔 정원→유노쿠니노 모리→나가마치 무사 마을 거리→히가시차야 거리를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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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일본 3대 정원이라는 겐로쿠엔이 가장 인상 깊었다. 자연의 풍광을 차경해 자연스러운 조경을 하는 한국 정원과 달리 아기자기하고 정갈하게 꾸민 일본 정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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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쿠니노 모리라는 공예마을에 있는 단체식당에서 먹은 점심 메뉴는 흰쌀밥에 미소 돼지고기 채소 찜, 미소 해물탕, 싱싱한 단새우 회를 먹었다. 메뉴 구성은 단출했지만 짭조름한 음식이 들어가자 살짝 물리기 시작한 크루즈 음식으로 더부룩했던 속이 편안해졌다. 지방 소도시라 그런지 음식들이 소박하고 자극적이지 않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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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차야 거리는 관광객들만 분주히 스치듯 지나갈 뿐 정작 보고 싶었던 게이샤를 만나보지는 못했다. 무사 마을 거리는 영화로웠던 옛 시절의 흔적만 조금 남아 있을 뿐 관광객들의 인적마저 드문 아주 조용한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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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일정은 쿄토부 북쪽 항구도시인 마이즈루로 일본 해상자위대 기지가 있는 지역이었다. 아마노하시다테 공원과 전망대→ 차온지→모토이세코노→ 아카렌카→토레토레 어 시장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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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일본 3대 절경이라는 아마노하시다테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이 기억에 남는다. 리프트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 허리를 굽혀 가랑이 사이로 3.2km 길이의 모래톱 위에 소나무가 빼곡히 자란 길을 바라보면 마치 그 길이 하늘과 연결된 다리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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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빌려 모래톱 소나무 숲길을 달려본 것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특별했던 경험으로 남는다. 자전거를 타고는 맑고 순수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행복해하던 아내 얼굴이 아직 잊히지 않는다.


30년을 같이 살고 있지만 생전 처음 본 얼굴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 저 사람도 본성은 저렇게 순수하고 티 없이 맑은 사람이었겠지!", "나를 만나 억세게 살아오느라 까마득히 잃어버린 모습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자 아내에게 미안한 맘이 들어 "웃지만 말고 앞이나 똑바로 보고 달려~"라고 괜스레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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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렌털 가게 여사장님 부탁으로 박스 종이에 한글로 '보증금 2000엔은 돌아오시면 다시 돌려 드립니다'라고 써드린 일 또한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여행은 명산 절경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사람을 만나며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이야기가 있어야 감동이 배가 되며 더 오래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두 번째 기항지에서 점심은 아마노하시다테 전망대 근처 단체식당에서 먹었다. 흰쌀밥과 미소된장국, 메밀국수, 생선구이, 생선튀김, 계란말이, 채소 샐러드, 단새우 회가 나왔다. 첫날보다 메뉴 구성이 훨씬 다양하고 맛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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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아카렌카로 이동하는 중 일본 해상자위대 기지에 정박해 있는 군함에서 펄럭이는 욱일기를 보자 심장박동이 빨라짐을 느꼈다.


역시 가깝고도 먼~ 이웃임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과거 일제의 만행을 마냥 두려워하며 미워할 순 없지만 뼈아픈 역사의 교훈만은 영원히 기억해야 함을 이국 땅에서 절실히 느꼈다. 이날 마지막 여정으로 크루즈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 근처 토레토레 어 시장에서 간식으로 생선초밥으로 배를 채우고 다시 승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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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일정은 돗토리현 서부 해안 마을인 사카이미나토 지역을 여행했다. 과자의 성→유시엔→마쓰에 성→미즈키 시게루 로드를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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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곳을 둘러보았지만 하얀 벽체와 돌과 나무를 사용해 쌓아 올린 마쓰에 성 천수각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천수각 6층 망루에서 내려다본 마쓰에 시내와 신지코 호수는 아직 막부시대 강력한 권력자인 쇼군의 발아래 엎드려 있는 듯 일본 특유의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평화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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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에 성벽 앞 해자에는 나룻배가 운행되고 있었다. 이용객은 적었지만 봄이 되면 마쓰에 성벽과 만발한 벚꽃 그림자가 드리운 해자를 나룻배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보는 낭만을 즐기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릴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돗토리 사구를 보고 싶었지만 이번 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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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마쓰에 성 근처 단체식당에서 먹었다. 흰쌀밥과 지역 명물인 재첩 미소된장국, 메밀국수, 채소 튀김, 한치회, 연어 회, 단새우 회, 닭 가슴살 채소 조림, 생선 간장조림, 어묵, 장아찌, 재첩 조림이 나왔다. 투어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여행사에서 특별히 배려한 듯한 음식이었다. 이번 기항지 투어에서 세 번의 현지식은 모두 만족할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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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정원으로 유명한 유시엔은 아름답고 신비로운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여백 없이 가득 찬 조경 때문인지 답답함과 함께 피로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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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만화를 테마로 한 '미즈키 시게루 거리'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듯 보였다. 거리는 한산했고 활력이 없어 보였다. 몇몇 가게를 제외하고는 많은 가게 문이 닫혀 있었으며, 요괴 기념품들은 먼지에 뒤덮여 빛바랜 채 옛 영화를 꿈꾸며 진열대 위에서 괴상한 모양으로 졸고 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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