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로마 관광객들은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관습처럼 던지는가? -
영화 ‘애천’은 1954년도에 제작된 영화이다. 로마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일하는 세 명의 미국 여성들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영화의 원제는 ‘Three Coins in the Fountain(분수 속의 세 개의 동전)’이며, 우리나라 개봉 제목은 일본의 개봉 제목인 ‘愛の泉’ (아이노 이즈미, ‘사랑의 샘’)에서 가져온 것으로 생각된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목소리로 영화 속에서 감미롭게 흐르는 동명의 노래는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하였다.
흑백 TV 시절 주말의 명화 시간에 본 영화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은 바로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분수가 트레비 분수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애천과 트레비 분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영화를 통해서 트레비 분수가 유명해지게 되었고, 트레비 분수 때문에 70년이 더 지난 시점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 영화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수십 년 전에 신문에서 로마를 방문한 일본 관광객들이 너도 나도 애천이 어디 있냐고 물어봐서, 트레비 분수에 관련 안내문을 설치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확인 차 챗GPT에 물어봤는데 공식적인 기사나 기록을 찾을 수 없다고 답변한다.
트레비 분수에서 시작해서 트레비 분수로 끝나는 영화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를 찾게 된다는 트레비 분수의 전설은 영화 애천의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한다. 로마에서 근무하는 세 명의 여성은 트레비 분수 앞에서 각자의 소원을 빌며 동전을 던진다. 최근 로마에 도착한 마리아는 최소한 1년 동안 로마에 머물 수 있기를 바라며 동전을 던진다. 다른 여성 프랜시스는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사람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희망을 실어 동전을 던진다. 그리고 아니타는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동전을 던지지 않는다. 분수 앞에서 동전을 던지며 각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희망을 품는 것이다.
세 명의 인물들은 로마에서 사랑을 찾는 과정에서 다양한 감정과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이제 자신들의 사랑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각자의 길로 가려는 그 순간, 마치 동화처럼 트레비 분수 앞에서 세 쌍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다. 트레비 분수에서 시작해 트레비 분수 앞에서 끝나는 영화인 것이다.
관광객들이 분수에 와서 동전을 던지는 것을 관행으로 만든 영화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관행은 고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마인들은 여행 중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샘이나 강에 동전을 던지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 전통이 시간이 지나면서 트레비 분수에도 적용되었다. 그리고 영화 애천에서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를 찾게 된다는 전설을 강조하고 또한 분수를 배경으로 영화가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면서,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행위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영화 개봉 이후 로마를 찾은 관광객들은 트레비 분수 앞에서 습관적으로 주머니 속의 동전을 찾아 로마에 다시 오기를 기원하며 동전을 던지는 것이 당연한 관행으로 여기게 되었다.
뜻했던, 뜻하지 않았던 영화 애천은 트레비 분수를 각광받는 관광 명소로 만들었고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것을 하나의 관습으로 만들었다. 로마시의 입장에서는 영화를 통해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었고, 동시에 분수 속의 동전을 수거하여 부수입도 올리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2023년 기준으로 분수에서 수거한 동전의 가치는 23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6백30만 원어치의 동전을 분수에서 획득한 것이다.
제품/서비스의 사용을 고객들의 습관으로 만들기
영화 애천이 동전 던지기 관습을 만든 것처럼, 기업이 자사의 제품/서비스 사용을 고객의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의식적인 노력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로 여기고 반복적으로 사용한다면 고객은 다른 대안을 찾아볼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고객 이탈률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냄으로써 시장에 안착하고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P&G의 페브리즈이다(찰스 두히그 저, 습관의 힘 참조). 페브리즈는 처음 출시될 때 ‘악취 제거’라는 기능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을 하였다. 광고에서는 지독한 냄새가 나는 상황(반려동물 냄새, 담배 냄새 등)을 보여주고 페브리즈가 이를 완벽하게 제거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초기 판매 실적은 매우 저조했다.
P&G의 마케터들이 직접 고객들의 집을 방문하여 그 원인을 파악하였고,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고객들이 냄새에 둔감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지독한 냄새가 나는 집의 주인들은 정작 자신들의 집에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악취를 인지하지 못하는데 굳이 악취 제거제를 살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둘째, 언제 페브리즈를 사용해야 할 명확한 '신호'나 '계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아도, ‘언제 페브리즈를 뿌려야 하지?’라는 의문이 해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한 P&G는 마케팅 전략을 180도 전환했다. P&G는 고객들이 페브리즈를 언제, 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신호와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도록 유도했다. 예컨대, 악취 제거'가 아니라, ‘청소 후 상쾌한 마무리’에 초점을 맞춰 광고를 했다. “청소를 다 마치면 페브리즈를 뿌리세요. 기분 좋은 향기가 집안에 가득할 거예요!"와 같은 메시지를 통해 고객들은 ‘청소 끝 = 페브리즈'라는 새로운 습관 고리를 형성하도록 한 것이다. 사람들은 냄새 자체를 의식하지 못해도, 청소 후 '뭔가 부족한 2%'를 채우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었다. 페브리즈는 이 심리적 니즈를 파고들어 ‘깔끔한 마무리를 위한 필수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습관적인 사용의 필요성을 부각한 것이다. 그리고 계속하여 청소가 끝난 직후만이 아니라 빨래를 마친 후, 퇴근한 후 집에 들어왔을 때, 잠자리를 정돈한 후 등 ‘무언가를 끝낸 후의 깨끗한 상태’가 페브리즈를 사용할 신호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전략 전환은 페브리즈의 극적인 성공을 이끌었다. 고객들은 페브리즈를 단순히 냄새를 없애는 제품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의식이자 깨끗하고 상쾌한 기분을 완성하는 제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페브리즈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을 형성하며 섬유 탈취제의 대명사가 되었다. 패브리즈는 제품의 기능적 측면을 넘어 고객의 습관을 이해하고, 그 습관 속에 제품을 자연스럽게 동화시킴으로써 엄청난 시장을 창출하고 강력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일관성을 가지고 꾸준히 사용하는 습관을 가진 고객을 창출하는 것은 기업의 최우선 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