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톡데일 패러독스

- 근거 없는 낙관과 오만이 가져오는 위험 -

by BYC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마가렛 미첼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1939년에 만들어진 영화다. 당시 최고의 제작비와 배우를 투입하여 제작한 이 영화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영화 중 하나이며, 그 생명력을 잃지 않고 오늘날에도 회자되고 있는 고전 걸작이다. 1940년 제1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비비안 리) 등 8개 부문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고려했을 때 전 세계 최고 흥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 중학교 시절에 극장에서 이 영화를 두 번 보았다. 그리고 몇 년 전 극장에서 재개봉된 것을 다시 보았다. 오랜만에 다시 영화를 보니까 남부 중심적 사고에 대한 일부 거부감도 있었고, 새롭게 와닿았던 부분도 있었다. 새롭게 느낀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영화 전반부에 남부 청년들과 남자 주인공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남부의 낙관, 그리고 패배


노예 제도를 두고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남과 북, 이러한 와중 파티에 참가한 남부 청년들은 양키 놈들의 모욕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으며, 이제 그들 허락이 있든 없든 노예를 부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무력 응징을 통해 놈들이 항복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북부에 산 경험이 있는 버틀러에게 의견을 묻는다.


버틀러는 “말만으로는 전쟁을 이기기 힘들다. 북군은 공장, 조선소, 석탄광, 그리고 우리 항구를 봉쇄하고 우리를 굶주리게 할 함대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면화, 노예들 그리고 오만뿐이다.”라고 말한다. 이에 남부 청년들은 변절자의 말은 듣지 않겠다면서 크게 반발한다. 버틀러는 심기를 건드린 것에 대해 사과의 말을 남기며 쫓기듯이 자리를 떠난다.


전쟁이 터진다. 이를 통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되고, 살고 있던 터전이 모두 불타고 황폐화된다. 사람들은 전쟁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인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번역이 무척 초월적이었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라는 여주인공의 유명한 대사가 등장한다.


남부 청년들은 남부가 북부보다 군사적으로 뛰어났다고 생각했다. 특히, 로버트 리 등 웨스트포인트 출신의 노련한 장군들이 많다는 사실이 이러한 생각을 더욱 부채질했다. 그리고 북부가 산업화된 사회로서 전쟁 경험이 부족하고, 전투를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영화 속 “양키 놈들은 우리처럼 싸울 줄 모르죠. 그들은 언제나 뒤돌아 도망칠 거예요.”라는 대사에 잘 나타나 있다. 전쟁을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우리가 쉽게 이길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만연한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점점 장기화되면서 남부는 북부의 무기 등 강력한 물자 공급 능력 앞에서 점점 전쟁에서 밀리게 되고 패배를 맛본다. 그리고 남부의 화려한 삶,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가치관과 문화 등이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린다. 냉정하게 현실을 분석하지 못하고 승리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적인 태도와 오만은 분명 남북전쟁에서 남군이 패하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된다.


스톡데일 패러독스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라는 말이 있다. 짐 콜린스가 자신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 소개해 널리 알려진 이 용어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5년부터 1973년까지 8년 동안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었던 스톡데일 장군의 경험에서 유래하였다. 스톡데일 장군은 어떻게 그 상황을 겪어 낼 수 있었냐는 콜린스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는 거기서 풀려날 거라는 희망을 추호도 의심한 적이 없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경험을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내 생애의 중요한 성공 계기로 전환시키겠다고 굳게 다짐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견뎌내지 못한 사람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낙관주의자들입니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나갈 거야.’라고 말하던 사람들 말입니다. 그러다가 크리스마스가 가면 ‘부활절까지는 나갈 거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부활절이 오고 다시 부활절이 가지요. 다음에는 추수감사절, 그리고는 다시 크리스마스를 고대합니다. 그러다가 상심해서 죽지요.”


살아남은 사람들은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라는 신념을 잃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고 대응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낙관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것이다.


기업에서도 낙관과 오만은 쇠퇴로 가는 첫걸음


이윤기는 그의 저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영웅들이 몰락하는 이유가 바로 오만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천하무적의 영웅을 벨 칼은 영웅의 내부에 있다. 상승을 거듭하여 정점에 오른 영웅이 앓게 되는 고질병이 하나 있다. 오만이라는 이름의 병이다. 오만이 찾아들면서 영웅은 하강의 주기로 진입한다.”


기업에 있어도 낙관과 오만은 쇠퇴로 가는 첫걸음이다. 성공에는 운이나 호의적 환경 역시 일정 부분 작용한다. 그런데 과거 성공에 취해 낙관과 오만에 젖은 기업은 기존 성공을 가져온 특정 기술이나 프랙티스가 미래에도 성공을 이끌 것이라고 맹목적으로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 환경 변화나 새로운 도전을 경시하다가, 결국 쇠퇴의 길로 들어선다.


전화기를 발명한 벨(Alexander Graham Bell)은 자신의 기술을 당시 최대 통신회사인 웨스턴 유니언(Western Union)에게 판매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초기 전화기는 통신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당시 CEO였던 오톤(William Orton)은 “그 전자 장난감을 가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죠?”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면서 그 기술을 구매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하지만 벨이 설립한 통신회사는 설립된 지 30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높은 이윤을 올리는 회사 중 하나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DVD 대여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지만 넷플릭스가 시작한 온라인 스트리밍이라는 혁신을 무시한 블록버스터 (Blockbuster),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스스로 개발하고도 기존 필름 사업의 성공에 안주하여 디지털 전환을 늦춘 코닥 (Kodak) 등도 과거 성공에 대한 오만과 미래에 대한 낙관으로 핵심 경쟁력을 잃고 쇠퇴로 접어들었다.


성공에 취해 우리가 왜 성공했는지에 대한 예리한 이해와 통찰력을 잃어버린 기업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장 변화, 기술 혁신, 소비자 행동 등 외부 환경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 필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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