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드웨이』: 의사소통의 힘

- 미드웨이 해전의 승패를 결정지은 의사소통 방식 -

by BYC

[예전 타 잡지에 기고한 글을 수정/보완했습니다.]


영화 미드웨이(2019)는 2차 대전 당시 태평양 전쟁의 전환점이 되었던 미드웨이 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미드웨이 해전에서 승리함으로써 태평양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미국이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정보전에서의 승리로, 이를 가져다준 핵심 요인이 바로 의사소통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군의 경직적 의사소통


미드웨이 해전 당시 일본군 총사령관 야마모토는 전투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전략 결과를 검토하는 워 게임이 진행되는 방에서 큰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그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한 대답은 전투 교리를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즉, 일본군은 항모로 미드웨이를 공격하고 미군 항모가 진주만에서 출항하면 곧장 선회하는 전략을 구사했는데, 젊은 장교 측에서 미군 항모가 진주만이 아니라 미드웨이 섬 북동부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일본군이 미드웨이를 공습할 때 항모를 격침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기습을 예상 못한 미군에겐 불가능한 전략이기 때문에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야마모토는 미군이 진주만에서 출항하는 시나리오로 전략을 다시 수립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미군의 유연한 의사소통


미군을 보자. 당시 미군을 지휘하고 있었던 니미츠에게 가장 골칫거리였던 것은 일본 함대가 과연 어디로 오느냐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한 치열한 정보전이 벌어지고 있었고, 휘하의 암호 해독반은 일본이 미드웨이 섬을 점령하고 그곳을 발판으로 하와이와 미 서부해안으로 진출하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는 워싱턴의 전문가들이 분석한 내용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었다. 니미츠는 직접 암호 해독반을 찾아 워싱턴과 의견이 다른 이유를 파악했다.


담당자는 워싱턴이 틀렸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결혼식 청첩장을 보지 못하더라도 출장 뷔페 및 최고의 밴드가 예약된 날, 장미가 동이 나는 날 등을 보면 날짜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감청 정보는 확답을 주지 않지만 단서를 제공한다면서 자신들의 분석이 맞다고 강변한 것이었다. 니미츠는 그의 의견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워싱턴을 설득할 근거를 찾아보라고 지시하였다. 암호 해독반은 미드웨이 섬의 해수담수화 장치가 고장 났다는 정보를 일부로 흘리고, 이에 일본군이 반응하자 확신을 가지게 된다. 니미츠는 만족하면서 이제 예식장(미드웨이)에 올 하객(일본 해군)의 규모를 알아보라고 명령한다.


의사소통 방식이 승부를 결정


창의적 혁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개진하고, 치열한 토론과 대화를 통해 발상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아무리 발생 확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해당 요소가 승리에 미치는 결정적 요소인 경우,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본군은 다양한 의견 제기를 아예 막아버리고 기존 교리와 제한된 방식에 의해서 전략을 수립하였다. 따라서 예측하지 못한 적의 공세를 받게 되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만약 일본군이 젊은 장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대책을 마련하였다면 미드웨이 해전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반면, 니미츠는 사실 워싱턴의 분석 의견을 반영하면 의사결정도 용이해지고 책임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부하들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부하들을 신뢰하면서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보다 심도 있는 분석을 요구하였다. 따라서 부하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기탄없이 개진하고, 자신들의 창의적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업무를 수행해 나갔다. 결국, 일본군은 적의 움직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로 전쟁에 임한 반면, 반면 미군은 적의 공격 위치와 시간을 정확히 알고 미리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승부가 이미 결정 난 것이다. 수평적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느냐 아니냐 라는 작은 차이가 전쟁의 승패를 갈랐다고 할 수 있다.


창의력과 유연성을 키우는 수평적 의사소통 필요


리더들이 조직 내 원활한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이유는 몇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자신의 지식,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부하들의 의견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 부하들이 내는 의견의 대부분이 아직 완벽하지 않고 실행에 있어 많은 문제점이 있다. 또한 실제 부하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일을 처리하여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거나 오히려 성과가 좋은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성공 체험이 축적되다 보면,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의사소통보다는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바를 실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둘째, 자신이 잘 모르는 경우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편견에 사로잡힐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잘못된 근거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본인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기존의 관행에 얽매여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기술, 지정학적 상황, 경쟁사의 움직임 등 세상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만을 실행하는 경우 조직을 큰 위기에 빠트릴 수 있다. T모델에 집착했던 포드자동차, 필름에 얽매였던 코닥, 스마트폰 시장을 놓쳤던 노키아 등 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세상에 갇혀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왜 그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하는지 이유를 파악하고 맞는 방향에 맞추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바꿔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리더들은 일반적으로 조직 내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논쟁과 갈등은 종종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거나, 결정이 되더라도 실행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안에 대한 다양하고 충분한 의견 교환 및 비평을 하지 않을 경우 중요한 사항을 간과하게 되고, 대안의 분석 및 이의제기를 억제하고 합의를 쉽게 이루려고 하는 집단사고(Groupthink)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너무 쉽게 이루어진 동의는 오히려 바람직한 의사결정에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 반면 리더가 다양한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의견을 종합하여 필요한 결정을 적시에 명확하게 내린다면 업무적 갈등은 조직 성과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아직도 우리의 조직 문화에서는 소통은 없고 지시만 있는 경우가 많다. 회의 참석자 중의 직급이 제일 높은 사람만 이야기하고 나머지 참석자들은 열심히 받아 적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인 것이다. 이러한 의사소통 방식은 환경이 안정적인 상황 하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이슈가 없었다. 하지만 경영 환경의 복잡성이 커지고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과거와 같이 리더가 모든 것을 판단하고 지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향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수평적 의사소통을 통해 다양하고 이질적인 생각들을 결합하여 새롭고 창의적인 결과물로 연계해 나가는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keyword
이전 17화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톡데일 패러독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