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바론 요새』:
유연/신속한 조직 운영

- 특공대 조직에서 배우는 애자일 조직 운영의 원리 -

by BYC

나바론 요새(The Guns of Navarone, 1961)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연합군 특공대 조직의 탁월한 활약을 그린 영화이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그레고리 펙(앵무새 죽이기, 1963), 데이비드 니븐(세퍼레이트 테이블, 1959) 그리고 남우조연상을 2회 수상한 앤서니 퀸(혁명아 사파타, 1953 / 열정의 랩소디, 1957) 등 초호화 배역이 등장한다.


오래전 명절이 오면 TV에서 단골로 틀어주던 이 영화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영화 속 특공대 조직이 최근 기업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애자일 조직(Agile Organization)과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애자일 조직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포티파이(Spotify)가 이 조직 구조를 활용하여 변화하는 고객 니즈에 다양한 기술을 융합하여 효과적이고 민첩하게 대응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기업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기존 조직으로 해결이 어려운 중요 이슈에 대응


전쟁이 한창인 1943년 그리스 케로스 섬에 영국군 약 2천 명이 고립되어 일주일 내로 탈출하지 않으면 전멸될 위기에 처한다. 연합군은 이들을 구하기 위해 함대를 보내려 하지만 케로스의 유일한 길목인 나바론 섬에 장착된 강력한 대포로 인해 접근이 불가능하였다.


나바론 섬에 있는 대포를 파괴하기 위해 연합군은 폭격 비행대를 통한 공격을 실행하였지만 실패만 거듭할 뿐이었다. 나바론 섬에 있는 독일군 요새가 깎아지른 절벽 위 돌출부 안에 있어 대포는커녕 요새 입구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비행 중대장은 “비행기에 TNT를 가득 채우고 그 동굴로 자살 다이빙을 하지 않는 한 공중 폭격을 통해 대포를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한다. 뭔가 지금과 다른 특별한 방법을 빠른 시일 내 찾지 못하면 한 케로스 섬의 영국군은 전멸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연합군은 특공대를 조직한다.


특공대 조직이 기존 군대 편제로 해결이 어려운 임무를 맡는 것처럼, 애자일 조직도 기존 조직 구조로 대응이 쉽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다. 예컨대, 기업들은 직면한 환경의 복잡성이 커지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미래 유망 사업의 조기 발굴, 경쟁사 대비 신상품 조기 출시, 상품 개발 리드타임 단축, 납기 준수 등의 효과적 실행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그런데 기존 조직 운영 방식으로는 이러한 대응이 쉽지 않은 경우가 종종 발생하였다. 이에 등장한 것이 바로 애자일 조직이다.


여러 기능 분야의 구성원들을 한 팀에 배치


연합군은 작전을 지휘할 로이 프랭클린 소령, 그리스어와 독일어에 정통하면서 전쟁 전 세계 최고의 등반가였던 키이스 멀로리 대위(그레고리 펙), 폭탄 전문가인 밀러 중사(데이비드 니븐), 그리고 그리스 레지스탕스 조직을 이끄는 스타브로스(앤서니 퀸) 등으로 구성된 특공대를 조직한다. 작전 수행에 필요한 모든 역할과 기능을 가진 사람들로 팀을 구성한 것이었다. 작전 내용과 특공대 구성원에 대한 설명을 들은 멀로리는 “모두 최고들이니 작전실패는 없겠죠”라고 말한다. 이렇게 대포 파괴를 위한 드림팀이 구성되고 작전이 시작된다.


애자일 조직 역시 특공대 조직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기능의 구성원들을 하나의 팀으로 묶는다. 즉, 고객 가치 제고와 관련된 영업-개발-공정-생산 등 여러 기능 분야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동일 조직에 배치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단위 조직에서 고객이 원하는 니즈를 책임지고 완결적으로 대응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기존 기능 위주의 고립된 사일로에 갇혀 협업이 어려웠던 일들을 보다 신속하고 적시에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유연하고 주도적인 움직임 강화


정예 멤버로 구성된 특공대는 어선을 타고 적진으로 침투하는 작전 계획을 수립한다. 하지만 상황은 언제나 계획한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배를 타고 가다 불시에 검문을 당해 전투를 벌여야 했고, 엄청난 폭풍과 폭우에 배가 좌초되어 어쩔 수 없이 배를 버리고 상륙해야만 했다. 육지에 도착해서 마주친 것인 까마득한 높이의 절벽이었고, 겨우 올라가서 보초병을 처치하지만 그 과정에서 특공대의 지휘관인 프랭클린 소령이 큰 부상을 당하게 된다. 이에 특공대는 멀로리 대위를 지휘관으로 정하고 작전을 계속 진행한다. 이후에도 특공대는 레지스탕스와 접선 중에 독일군에 포로로 잡히는 등 여러 위기에 처하지만 임기응변을 발휘하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목표 달성을 위해 유연성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실행해 나가는 것이다.


애자일 정신 중의 하나가 고객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곳에 정보와 권한을 이양하고, 고객 접점에서 자율적으로 즉시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 조직과 달리 애자일 조직은 위계적 명령체계를 가능한 지양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리더가 중심이 되어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스스로 움직인다. 즉, 문제 해결이 요구되는 현장에서 관련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여 이슈를 확인하고,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면서 최종 산출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책임이 있는 곳에 권한을 주고 고객 요구에 맞춰 신속하게 일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목적이 달성되면 팀이 해체


특공대는 대포를 폭파하는 데 성공하고 연합군은 무사히 영국군을 철수시킬 수 있었다. 임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임무가 끝났으니 이제 살아남은 특공대원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멀로리 대위와 밀러 중사는 다시 현직으로, 스타브로스는 그리스에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기로 한다. 그들의 역량이 필요한 새로운 특공대 조직이 만들어져야 함께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애자일 접근법 역시 목적이 달성되면 팀은 해체되고 새로운 문제 해결을 위한 팀이 만들어진다. 애자일 조직에서는 팀원, 프로젝트 기간 그리고 원하는 결과도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화한다. 특공대, 애자일 조직 모두 시작과 끝이 매우 유연한 것이다. 다만 애자일 조직의 경우, 고객에 대한 최적의 가치/서비스 제공을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최근에는 장기적, 지속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모습이 많아지고 있다.



애자일 조직 운영의 효용성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예컨대, 고객의 선호와 해결 방안이 자주 변하고, 해결책이 알려지지 않았으며, 부문 간 협력이 필수적인 경우 활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반면, 고객에 대한 개발, 생산, 서비스 제공 방식이 안정된 기업은 애자일 조직의 활용 필요성이 낮다. 애자일 조직을 선도적으로 적용해서 유명해진 스포티파이는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 방식이 안정화되자 애자일 조직을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애자일 방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경험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과의 모든 상호 작용과 프로세스를 식별하고, 고객 가치 제고를 위해 우리 조직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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