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도적 전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 -
한산: 용의 출현(2022년 개봉)은 명량, 노량과 더불어 이순신 장군의 3대 해전으로 불리고 있는 한산대첩을 다룬 영화이다. 영화로는 명량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들어졌지만 한산대첩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몇 달 안 되어 치러진 전투로 3대 해전 중 시기상으로 가장 앞선다. 압도적인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이 해전에서 대승을 거두고 일본의 기세를 크게 꺾음으로써 조선은 전열을 정비하고 임진왜란의 전황을 변화시키는 모멘텀을 얻을 수 있었다.
“적을 끌어내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싸운다
한산대첩이 일어나기 직전의 전황은 우리에게 매우 불리하였다. 개전 후 얼마 안 되어 한양을 점령한 일본군은 수군의 전력을 집결하여 우리 해군을 격파하여 보급로를 확보하고 명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상황 속에 우리 수군은 공격이냐 수성이냐로 격론을 벌이고 있었다. 특히 원균은 시답잖은 승전 몇 번 했다고 다들 치기가 넘쳐난다며, 철옹성 같은 수성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강력히 주장하였다. 의견을 경청하고 숙고하던 이순신은 중요한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다며 출전을 명하고, 한산도 앞바다에 이르러 적들이 견내량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날뛰는 적들보다 그냥 멈추어 있는 적을 처리하는 것이 쉽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순신은 우리의 판옥선들이 싸우는 데는 적절치가 않다며 적들을 한산도 앞바다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몇 척의 배들을 보내 전투를 벌여 적들을 유인하는 데 성공하고, 학익진을 펼쳐 바다 위에 성을 구축함으로써 대승을 거둔다. 한산대첩에서 승리한 주요 원인은 적들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았고, 그들이 싸우고 싶어 하는 장소에서 전투를 치르지 않았으며,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싸웠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업 경쟁 상황에서도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강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싸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넷플릭스(Netflix)가 처음 비디오/DVD 대여 산업에 뛰어들었을 때 해당 산업을 지배하던 최강자는 바로 블록버스터(Blockbuster)였다. 오프라인 대여점을 꽉 잡고 있는 블록버스터와 같은 방식으로 경쟁할 수 없다고 판단한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 연체료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고객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DVD를 우편으로 배송해 주고 우편함에 반납하도록 하며 연체료는 받지 않는 파격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이에 더하여 최신 영화 중심으로 대여 서비스를 하던 블록버스터와 달리, 과거의 명작들을 고객에게 추천하는 방식으로 마니아 층을 늘렸다. 넷플릭스는 DVD 우편 배송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그리고 콘텐츠 제작까지 발 빠르게 변화를 꾀함으로써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쟁 패러다임을 선도적으로 바꾸어 나갔다. 블록버스터는 파산에 직면했고, 넷플릭스는 현재 매출 40조 및 시장가치 170조에 달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으로 급속히 성장하였다.
“진을 완성하는 것이 먼저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해전이 시작되고 적의 함선이 다가오기 시작하자 원균은 부하들에게 빨리 화포를 쏘라고 명령하였다. 그런데 이순신은 함포 사격을 권하는 부하들에게 진을 완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발포를 명하지 않았다. 전투가 최고조에 달하고 적의 배가 지척에 이르자 원균은 다시 발포하라고 명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포탄이 떨어졌다는 대답뿐이었다. 반면 이순신은 때를 기다려 발포를 명하고 다가오는 적선들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었다. 승리를 위해서는 적절한 타이밍을 파악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미국의 투자자인 빌 그로스(Bill Gross)는 자신의 테드 강연에서 아이디어, 팀의 실행력/적응력, 비즈니스 모델, 자금 확보, 타이밍 등이 스타트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타이밍이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에어비앤비(Airbnb)이다. 에어비앤비가 사업을 시작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았다. 누구도 자기 집을 외부인에게 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 경기 불황 속 사람들이 자금이 필요한 시기에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자금 확보를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자기 집을 빌려준 것이다. 반대로 아이디어가 아직 무르익지 않고 인프라도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선발주자가 되려고 서두르면 너무 앞서가서 종종 실패에 직면한다. 전략적으로 다양한 계획을 세워 수정/보완하면서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구선은 다릅니다”: 차별적 다름을 확보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벌일 수 있다 하더라도 적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우리만의 차별적 강점이 없다면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것은 쉽지 않다. 이순신 장군이 가지고 있던 차별적 다름은 바로 거북선이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 수군의 전술은 적함으로 올라가 근접전을 벌여 배를 뺏는 것이었다. 그런데 거북선은 옻칠한 나무 지붕에 쇠못을 빼곡하게 박아 적의 난입이 거의 불가능하였다. 게다가 근접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강력한 화력을 가지고 있었고, 적선과 부딪혀 배를 침몰시킬 수 있는 강력함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영화에서는 거북선의 위용을 경험한 일본군이 거북선이 배에 부딪칠 때 머리가 박혀 움직이기 어렵다는 단점을 파악하여 대비책을 마련했지만, 거북이 목처럼 머리를 넣었다 빼었다가 가능하도록 거북선을 개량함으로써 적의 의표를 찔러버렸다.
일본과 홍콩 시계 업자의 공세에 밀려 위기에 처한 스와치(Swatch)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감각과 문화를 시계에 담는 것을 차별화 포인트로 설정하였다. 따라서 스와치는 시계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3개월, 늦어도 6개월마다 당시의 이슈와 감성을 반영한 새로운 디자인의 시계를 만들어 내도록 하였다. 고객이 시계를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가 아닌, 패션 액세서리로서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즌에만 해당 디자인의 시계를 생산함으로써 각각의 모델에 대한 희소성을 높였다. 또한 고객이 부담 없이 여러 개의 시계를 구입하여 기분과 상황에 맞춰 착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혁신을 통해 가격을 낮추었다. 스와치는 패셔너블한 고급 이미지의 스위스 시계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스위스 시계 산업을 다시 부흥시킬 수 있었다. 다르다고 언제나 경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지만 경쟁에서 승리하는 기업들은 남과 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헛되지 않게 꼭 좌수사에게 전해주시오”: 정보가 승리의 원동력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정보는 전쟁의 승패를 가름하는 중요 요소이다. 당시 일본 수군을 지휘하던 적장은 조선말을 잘하는 부하를 보내 거북선과 이순신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도록 하였다. 물론 우리도 적진에 많은 스파이를 침투시켜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잘못된 정보를 흘려 적의 의사결정에 혼란을 주기 위해 노력하였다.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이를 통해 일본 함대의 출동 시기, 특히 왜군이 육로를 통해 좌수영을 친다는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여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줄이고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기업에 있어서도 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기업들은 시장과 고객 변화의 물결을 이해하고, 이러한 변화가 현재 및 미래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통찰력을 줄 수 있는 정보 획득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외부 전문가 150~200명이 참석하는 아마존의 MARS(Machine Learning, Automation, Robotics, Space) 컨퍼런스, 구글 검색 키워드의 상위 랭킹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구글의 자이트가이스트(Zeitgeist; 시대정신) 컨퍼런스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통해 기업들의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동인이 바뀌었나? 경쟁사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새로운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고객가치 창출 관점에서 사업에 반영할 만한 아이디어가 무엇인가? 등에 질문을 던지고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정보가 부족하면 시장을 선도하고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