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두려움을 용기로

-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이순신 장군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 -

by BYC

영화 명량(2014년 개봉)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3대 해전 중 하나인 명량대첩을 그리고 있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가장 먼저 만들어졌지만 역사상으로 한산대첩 이후 5년이 지난 1597년 9월 실제 해전이 발생하였다. 이 영화는 1,76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내 흥행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명량이 가장 먼저 영화화된 이유는 아마도 극적인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살고자 하면 필히 죽을 것이다! 또한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니!”, “아직 신에게는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어록이 모두 이 영화에 등장한다.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를 이끌고 명량 바다에 나서, 마치 거짓말처럼 330척의 왜군 함대에 대승을 거둔다. 단순한 전투의 승리를 넘어 나라의 존망이 걸린 순간에 이룬 기적과도 같은 승리인 것이다.


독버섯처럼 퍼져버린 두려움


칠천량 해전에서 원균이 이끄는 조선수군이 전멸하고, 왜군은 기세를 몰아 남원성과 전주성을 함락시킨다. 그리고 일본수군은 남해와 서해를 거쳐 직접 수도 한양을 공략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러한 때에 원균의 모함으로 투옥되어 고문을 당하고 백의종군 중이던 이순신이 다시 수군통제사로 임명된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배는 겨우 12척뿐이었다. 조선수군의 전력이 바닥을 친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선조는 “적은 수와 고단한 군대로 적의 대군을 감당키 어려울 터이니, 수군을 파하고 도원수 권율이 이끄는 육군에 합류하여 싸우라.”는 교지를 내린다.


군사들은 죽음이라는 극심한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특히, 휘하 장수인 배설은 “칠천량에서 나는 봤소이다. 적들이 얼마나 날래고 간악해졌는지. 무려 일만이 죽었소. 정녕 남은 수군의 종자까지 박멸해 버리시려는 게요.”라고 말하면서 무모한 싸움을 멈추고 교지대로 움직이자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다른 장수들도 싸움을 포기하고 훗날을 도모하자고 말한다. 극심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배설은 꿋꿋하게 싸우려는 이순신을 암살하려 하고, 도망가다 죽임을 당한다.


조선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해전


이순신 장군의 아들로 아버지를 보좌하던 이회는 묻는다. “아버님은 왜 싸우시는 겁니까?” 이순신은 “의리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쫓아야 하고, 그 충은 백성에게 있다.”라고 대답한다. 이회가 다시 싸움에 대한 복안이 있느냐고 묻는다. 이에 이순신은 “복안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이미 독버섯처럼 퍼져버린 두려움이지. 그런데 만일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 용기는 백배 천배, 큰 용기로 배가되어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극한 두려움에 빠진 저들을 그런 용기로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이 죽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순신은 진영에 불을 질러 물러설 곳을 없애버린다. 그리고 "목숨에 기대지 마라. 살고자 하면 필히 죽을 것이다! 또한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니!"라는 역사적 명언을 남긴다. 드디어 전투에 돌입하는 조선수군, 하지만 좁은 울돌목 해협을 타고 들어오는 촘촘한 적선들은 본 군사들은 잔뜩 겁을 먹는다. 이순신은 초요기(전장에서 대장이 장수들을 부를 때 사용한 깃발)도 걸지 않고 직접 선봉에 서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치열하게 싸우는 이순신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군사들은 점차 속에서 끓어오르는 뭔가를 느끼고 싸움에 참전한다.


압도적 전력의 차로 인해 이순신의 대장선이 위기에 빠진 절체절명의 순간, 때마침 물살이 바뀌면서 울돌목에 휘몰아친 회오리는 일본수군의 진형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배들을 서로 충돌하게 만든다. 백성들은 물살에 휩쓸린 이순신의 대장선을 어선으로 끌어당겨 구한다. 마침내 이순신은 결단을 내려 12척의 판옥선이 일제히 적선을 향해 돌진하는 충파 전술을 구사한다. "저것들이!! 다 같이 죽자는 것이냐!" 왜군 지휘관은 절망적으로 외친다. 조선수군의 필사적인 돌격에 일본수군은 대혼란에 빠지고 결국 후퇴 신호를 울린다.

이순신은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고, 군과 백성과 함께 적을 물리친 것이다. 명량해전 승리는 조선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승리하고 말할 수 있다.


앞에 나서 죽기로 싸워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다


칠천량 패전 이후 군사들은 죽음이라는 두려움에 떨며 크게 동요한다. 전쟁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생존 본능과 관련된 두려움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미 도를 넘은 두려움으로 인해 탈영자가 속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아 있는 군사들도 불안, 좌절감, 무기력감, 절망감, 분노, 슬픔 등 다양한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면서 전투력이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두려움은 이순신 휘하의 장수들의 예에서도 보듯이 잠재적 위험을 과대평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실제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의욕이 꺾이고 회피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다.


이순신도 군사들에게 망령처럼 깃든 두려움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문제는 탈영자를 엄벌에 처하고 용기를 가지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 두려움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군과의 전투가 임박해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 훈련, 심리 지원 등을 통해 두려움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순신은 왜군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죽음을 각오하고 솔선수범하여 앞서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투에 임한 이순신은 선두에 서서 직접 전투에 참여하고, 심지어 부상을 입으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모습에 군사들도 ‘장군도 저리 싸우는데 우리가 어찌 물러서겠는가’라는 강한 동기를 부여했다. 그리고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 죽음을 무릅쓰고 필사의 각오로 적과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또한 구경하던 백성들도 죽음을 무릅쓰고 전투에 참전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만약 이순신이 뒷전에 머물면서 군사들의 싸움을 독려만 했다면 이러한 위대한 승리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 리더는 실패의 두려움을 극복해야


상황은 다르지만 기업의 리더들도 두려움이 있다. 즉,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려 기업 성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자신의 평판이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자신이 내린 의사결정이 항상 옳다고 확신하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도하게 필요한 정보를 찾고 수많은 분석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래도 확신이 들지 않으면 의사결정을 미룬다. 이러한 경우 실패 확률은 낮출 수 있지만, 타이밍을 놓쳐 기대했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다. 실패를 두려워해 변화를 위한 의사결정을 제때 내리지 못하면 기업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 등의 베스트셀러를 저술한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유능한 경영인은 결정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결코 미루지 않는다. 실패한 결정 10개 중 8개는 판단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제때 결정을 못 내렸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실패하는 기업들의 특성 중 하나가 과도한 조심, 즉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 리더는 정확함에 매몰되기보다는 추진 방향이 옳다고 생각하면 결단력 있게 방향을 제시하고 앞서 실행해 나가야 한다. 리더는 위기 앞에서 회피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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