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순신은 왜 끝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았는가?-
『노량: 죽음의 바다(2023년 개봉)』는 2014년 『명량』, 2022년 『한산: 용의 출현』에 이은 김한민 감독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노량대첩은 명량대첩 후 약 1년이 지난 1598년에 발생한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로, 부제에서 시사하듯이 이순신 장군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왜군의 수장이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몸이여. 이슬로 와서 이슬로 가는구나. 천하인의 꿈이여 꿈속의 꿈이로다"라는 유언을 남기고 사망한다. 일본군은 조선에서 퇴각을 준비한다. 영화는 일본군의 철군 과정에서 벌어진 마지막 해전에서 조선 및 명나라 수군, 일본군 사이의 복잡한 전략과 관계 그리고 위대한 승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미 끝난 전쟁이다"
일본군 장수 고니시는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에게 사자를 보내 철수를 위한 협상을 시도한다. 그는 “대국의 아량으로 퇴로를 열어 주신다면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간청한다. 진린은 고니시의 제안에 "평화에는 그만한 대가가 필요한 법이니 화친 따윈 꿈도 꾸지 말라"라고 강경하게 대응했지만, 내심 고니시의 제안을 고려한다. 이미 끝난 전쟁인데 애꿎게 자신들의 전력을 훼손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고니시는 이천 개에 가까운 수급과 평양에서 가져온 진귀한 보물들을 진린에게 제공하면서 자신이 예교성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잠시 봉쇄를 풀어달라고 요청한다. 고니시는 이순신의 공격에 대비해 약간의 무력시위만 할 것이며, 명나라 군사들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는 것이 이 전쟁을 올바르게 끝내는 것이라 생각한 이순신은 진린이 고니시에게 퇴로를 열어주려는 것을 알고 강하게 반발한다. 진린은 이순신에게 이미 충분한 공을 세웠다면서 더 이상의 희생을 만들 필요가 없지 않으냐 말하며 화친을 주장한다. 하지만 이순신은 절대 이대로 원수를 놓아 보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함께 싸울 수 없다면 조명연합을 해체하겠다고 말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떠난다. 조선과 명나라 사이에 갈등이 고조된다.
"각오했던 바요. 여기서 멈출 수 없소"
고니시는 살마군이라는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군대를 이끌고 있는 다이묘 시마즈에게 도움을 청한다. 고니시의 요청을 받은 시마즈는 함대를 이끌고 예교성으로 향한다. 이순신은 이러한 움직임을 예측하여 길목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시마즈의 함대가 도착하자 즉시 전투를 벌인다. 이순신은 구선들을 내보내 기세를 장악하고 화공을 활용하여 적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 그리고 그들을 유인하여 관음포 안으로 끌어들인다.
진린은 밤새 전투가 끝난 후 “노야 이쯤 하고 돌아갑시다. 밤새 부순 적선이 무려 100척이 넘소. 이 정도면 그간의 원한은 진정 충분히 갚은 것 아니겠소”라고 말하면서 전투를 멈출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이순신은 “도독과 그대의 군사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오. 남은 적들은 우리 수군이 맡을 것이니, 조심히 돌아가시오”라고 말하면서 전투를 계속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 이에 진린은 “정녕 다치고 저 상한 병사들이 보이지 않소이까, 이대로 더 전투를 할 수 있다고 보시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순신은 각오했던 바이며,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다시 시작된 전투. 좁은 포구에 갇힌 일본 함대는 이순신의 집중 공격에 큰 피해를 입는다. 하지만 일본 수군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진린도 "상황이 달라졌다! 최대한 밀어붙여라!"라고 말하며 적극적인 참전을 결정한다. 시마즈는 “이순신을 잡아야 이 전쟁이 끝난다”라고 외치며 마지막 저항을 시도한다. 하지만 참전하리라고 믿었던 고니시도 전황을 보고 배를 돌리고, 결국 시마즈의 군대는 큰 피해를 입고 퇴각한다.
시마즈의 강력한 함대가 이순신과 진린의 연합군에 패배함으로써, 일본의 조선 침략은 사실상 종결된다. 이순신의 수군은 마지막 해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7년간의 임진왜란을 마무리한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아쉽게도 이순신은 그 해전에서 적의 유탄을 맞고 전사한다.
독한 리더 이순신
어떻게 보면 노량해전은 피할 수 있었던 싸움이었다. 일본군, 명군, 심지어 조선의 많은 사람들도 이 싸움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였다. 이순신이 한탄한 것처럼 너나 할 것 없이 최대한 전력을 아껴 전쟁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린은 왜군과의 전투를 준비하는 이순신을 보며 “저리 한들 제 임금이 기뻐나 할까?”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이순신은 끝까지 일본군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았을까?
이순신이 이처럼 일본군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았던 것은 그가 독한 리더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독한 리더는 매우 큰 야망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야망이 그 자신의 이익이나 감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의명분, 국가, 국민을 우선시하는 특징을 보이는 사람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진린은 이순신을 설득하기 위해 포로로 잡고 있던 그의 아들을 죽인 일본군을 그에게 건네며, 이들에게 원한을 풀고 전쟁을 여기서 멈추자고 한다. 하지만 이순신은 저자들은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며 자리를 뜬다. 이순신에게는 가족의 원한을 갚는 것보다 더 큰 목표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목표가 외부 여건이나 상황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즉, 자신이 속한 조직의 운명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려 하고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해 나가려 하는 것이다.
영화 한산의 마지막 장면에 한 부하 장수가 이순신에게 실로 완벽한 승리였다고 말한다. 그러자 이순신은 “더 나아가자. 지금 우리에게는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한다. 과거의 승리에 심취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만들어야 할 승리를 위해 더 고민하고 만들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영화 노량에서도 치열한 전투 속에서 한 부하 장수가 이순신에게 “장군, 꼭 이리까지 하셔야겠습니까?”라고 묻는다. 이에 이순신은 “말하지 않았느냐. 저들을 이대로 보내면 장차 더 큰 원한들이 쌓이게 될 것이다. 절대 이대로 이렇게 끝내서는 아니 된다. 이렇게 적들을 살려 보내서는 올바로 이 전쟁을 끝낼 수 없다. 반드시 놈들을 열도 끝까지라도 쫓아서 기어이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순신은 단순히 일본군을 물리치는 것을 넘어, 다시는 조선을 침략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그들의 전력을 완전히 궤멸시켜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설픈 퇴각 허용은 훗날 또 다른 침략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전쟁을 명확하게 종결하고 조선의 평화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승리가 필요하다는 의지였던 것이다. 물론 7년 동안 조선 곳곳을 유린한 대가를 치르게 함으로써 백성들의 원한을 갚고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었을 것이다.
독한 리더로서 이순신은 명확히 추구하는 가치와 장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의 달성을 엄격하게 실행해 나간 것이다. 외부 압력이나 실행의 어려움이나 한순간의 편안함을 들어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면, 오히려 국가와 국민들의 미래에 매우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순신의 굳건한 원칙 준수와 솔선수범은 그의 부하들이 목숨을 걸고 그를 따르는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전쟁을 여기서 멈추자는 자신의 설득을 듣지 않고, 함께 싸우지 않겠다면 조명연합을 깨자는 이순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조명연합을 깨지 않고 결국 전투에 본격 참여해 함께 승리를 이끈 진린의 의사결정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대의와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건 이순신의 독한 리더십은 오늘날의 비즈니스 리더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혁신 실행에는 많은 저항과 어려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을 위한 최고의 완성도를 지닌 상품/서비스를 만들려는 야망을 가지고 치열하게 실현해 나가는 리더는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 조직의 지속적 성장을 담보하는 큰 원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