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 창의적 대응

- 창의적 산출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

by BYC

[예전 기고했던 내용을 수정/보완했습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국내 2018년 개봉)은 가상현실의 메타버스(Metaverse)를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1992년 미국 SF작가 닐 스티븐슨이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언급하면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미래 2045년, 사람들은 메타버스 세상인 오아시스에 접속해서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원하는 어느 곳이든 가고 꿈꾸던 일들을 하면서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 위안을 얻고 있다. 어느 날 오아시스의 창시자인 할러데이는 메타버스 속에 숨겨둔 3개의 열쇠를 찾는 미션을 성공하여 이스터에그를 획득한 사람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오아시스의 지분을 모두 주겠다는 유언을 남긴다.


주인공인 웨이드 와츠를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이 미션을 해결하기 위한 도전에 나서게 된다. 그런데 세 가지의 미션 해결과 관련된 키워드는 우리가 창의적 산출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다


키워드 1 : 거꾸로 가보는 건 어때


참가지들이 해결해야 할 첫 번째 미션은 레이싱인데, 길을 가로막고 있는 킹콩 같은 괴물을 뚫고 나가는 것이 너무 어려워 미션이 시작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아무도 완주한 사람이 없었다. 주인공 와츠 역시 미션을 해결하지 못했고, 미션 해결의 단서를 얻기 위해 시간만 나면 오아시스의 창시자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담겨있는 할러데이 저널을 방문하여 전체 데이터를 여러 번 반복해서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와츠는 영상 속에서 할러데이가 그의 동료에게 “거꾸로 가보는 건 어때? 앞으로만 갈 필요는 없어, 최대한 빠르게 거꾸로 페달을 꾹 밟는 거지”라고 말하는 것에서 영감을 얻게 된다. 다시 레이싱에 참가한 와츠. 출발 신호가 울리자 모든 참가자들이 페달을 밟고 앞으로 달려 나갔지만 그는 전속력으로 후진하여 지하로 연결되는 통로를 발견한다. 이를 통해 와츠는 미션을 달성하여 첫 번째 열쇠를 획득하게 된다. 룰을 만드는 것을 싫어하고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이 오아시스에 넘쳐나기를 원했던 할러데이의 의도대로, 당연히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상식을 깨고 뒤로도 갈 수 있다는 역발상을 펼침으로써 와츠는 미션을 달성할 수 있었다.


역발상적 사고는 획기적인 창의적 산출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독창적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호기심을 가지고 기존 현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발상을 전환하는 것이 종종 필요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조직은 오랜 기간 동안 조직을 운영해 나가면서 유사한 가치, 신념, 지식 등의 ‘지배적 논리(Dominant Logic)’라고 불리는 고유의 사고 패턴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지배적 논리는 마치 생명체의 유전자처럼 구조, 제도, 의사 결정 프로세스 등 조직 내 제반 경영 활동에 깊이 코드화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 관성과 타성에서 벗어난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과 아이디어의 발현을 가로막는다. 따라서 기존의 낡고 보편적인 사고를 거꾸로 뒤집어 보는 역발상을 의도적으로 계속 시도해 보는 것은 새로운 시장 창조 및 경쟁 우위 확보의 좋은 모멘텀을 제공해 줄 수 있다.


키워드 2 : 부족한 용기


첫 번째 미션 해결을 통해 와츠는 두 번째 미션 해결의 단서가 부족한 용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와츠는 할러데이의 과거 자료들을 다시 살펴보다가 그가 좋아하던 여자 친구가 있었고, 할러데이가 데이트 도중 그녀에게 키스하고 고백할 기회가 있었지만 용기를 내지 못해 그녀와 헤어지게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부족한 용기가 이러한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와츠와 그 동료들은 할러데이가 그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했던 극장을 찾아가 어려움을 헤치고 미션을 해결한다.


역발상 등을 통해 아무리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하더라도 실제로 해보기 전까지는 성공 여부를 알기 어렵다. 역발상적 아이디어는 지금과 다른 패턴으로 사고를 하거나 일을 추진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조직 구성원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여 과감하게 도전하지 못한다. 또한 주위의 동료나 상사 역시 회사의 규정 또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다양한 이유를 들어 반대하거나 만류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관성과 타성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는 점차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할러데이 역시 거절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고백을 하지 못했고, 용기를 내지 못한 과거를 후회하고 되돌리고 싶어 했다.


키워드 3 : 이기는 게 아니라 플레이하는 게 중요해


세 번째 미션은 둠이라는 행성에서 컴퓨터 게임을 통해 열쇠를 획득하는 것이었다. 오아시스를 집어삼키기 위해 갖가지 악행을 서슴지 않는 기업 IOI는 행성에 장막을 씌우고 자신의 구성원만을 게임에 참여시켜 열쇠를 획득하려고 하였다. 와츠는 동료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싸워 행성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열쇠를 얻기 위해서는 게임에 이기는 것이 아니라 계속 플레이를 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다 우연히 숨겨진 픽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그는 열쇠를 찾고 이스터에그를 획득한다. 단순히 목표를 달성하여 무조건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게임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하는 것이 성공에 다가갈 수 있었던 핵심이었던 것이다.


다양한 시도와 실험은 기업이 창의적 산물을 만들어 내는 데 있어도 중요하다. 기업이 아무리 시장의 변화를 눈여겨보고 리더가 뛰어난 통찰력을 가졌다 해도, 미래 환경을 정확히 예측하여 명확한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여 성공에 이르는 것은 쉽지 않다. 종래 안정적 산업이라고 여겨졌던 분야조차 지금은 워낙 변화가 빠르고 무작위적이라 어떤 것이 크게 성공할지 예측하거나 디자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꿀 만큼의 아이디어나 사업적 성공은 단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와 삶을 영위하면서 나오는 작은 아이디어들이 누적적으로 쌓이면서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예컨대, 하워드 슐츠는 이탈리아에서 우연히 카페에 들어갔다가 바 스타일의 실내 구조와 바리스타가 개별 고객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만드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때 마신 카푸치노 맛에 감동하여 새로운 모델의 카페를 설계하였고 이것이 바로 지금의 스타벅스이다. 또한 제프 베조스는 전자 상거래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인터넷 판매에 적합한 상품을 고민하다가 책을 떠올렸고, 즉시 회사를 그만두고 아마존을 창업하였다. 1994년 온라인 서점을 시작으로 연관된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 아마존은 온라인 전자상거래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 미디어 콘텐츠, 로봇 제조, 우주 개발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통해 가능성을 엿보다가 되겠다 싶으면 과감히 뛰어들거나, 예측이 틀려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이를 신속하게 되돌릴 수 있는 역량 확보가 필요한 것이다.


메타버스: 가상과 현실의 소통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메타버스 세상에 대해 아직 명확하게 합의된 정의는 없다. 그렇지만 메타버스의 미래는 우리의 물리적 삶과 디지털 삶이 융합될 가능성이 높다. 영화에서 할러데이는 “내가 오아시스를 만든 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서야. 거기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몰랐던 거지. 하지만 현실은 무섭고 고통스러운 곳인 동시에 근사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 현실은 실재하니까(Reality is real)”라고 말한다. 그는 오아시스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세상과 소통하기를 원했다. 현실이라는 기반, 그리고 현실 세계와의 소통 없이는 가상의 자신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 메타버스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을 인식하고 확장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통해 다른 사람과의 소통과 연결, 업무 효율성 등이 더욱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은 가상 및 물리적 환경의 상호 연계와 공유된 경험을 통해 미래 산업이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를 인식하고 적절한 준비를 해 나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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