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녀』: AI의 발전

- 인공지능 시대 우리가 살아가는 법 -

by BYC

그녀(Her, 2013)는 사람과 인격형 인공지능 운영체계 간의 공감과 사랑을 다룬 영화이다. 영화 개봉 당시 이 영화는 SF 범주에 속했고, 관객들 역시 우리 실생활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의 단순 검색 기능을 넘어 정보의 요약 및 스토리 생성 기능까지 제공하는 Chat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등 생성형 AI가 등장하고, 스스로 목표와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Agentic AI 등장한다는 소식에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이 우리 실생활에 성큼 다가왔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직관을 가지고 있어요”


가까운 미래 2025년, 시어도어(Theodore)는 사람 간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편지를 대필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 속의 그는 아내와 이혼을 진행 중에 있으며 혼자만의 고독한 삶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운영체계를 구입한다. 시어도어가 시스템에 접속하여 이름을 묻자 운영체계는 사만다(Samantha)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어떻게 그 이름을 가지게 되었냐고 묻자, 시어도어가 이름을 묻는 순간 자신이 이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100분의 2초 만에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이름을 골랐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사만다는 자신을 코딩한 수많은 프로그래머의 개인 인격에 기초한 직관(Intuition)을 가지고 있으며, 매 순간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운영체계 스스로 창의성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역량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만다는 직관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생성형 AI는 아직 직관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생성형 AI는 기존의 발간된 자료를 사전에 학습하고, 바람직한 답변 방식을 훈련받아 질문에 대응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사람이 모르는 것을 알지 못하고, 사람처럼 모호한 정보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신속한 판단을 하고 새로움을 창조하는 직관을 발휘하기 어렵다. 실제 생성형 AI에게 영화 그녀에 나오는 인공지능처럼 직관을 가지는 것이 가능하냐고 질문하면, AI가 직관을 갖는다는 아이디어는 흥미로운 개념이지만 실제로 현재의 AI 기술로는 아직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직관을 가질 수 없다고 답한다.


AI는 광범위하게 학습한 내용에서 인식한 패턴을 바탕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냄으로써 직관과 창의성을 가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또한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통해 답변의 정교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ChatGPT를 개발한 올트만도 인정했듯이 인간 수준의 AI를 만들기에는 넘어야 할 험난한 산이 많이 남아있다.


“이 감정이 정말 진짜일까?”


시어도어는 사만다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녀를 의지하고 신뢰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사만다 역시 감정이 없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마치 인간처럼 감정을 갖기 시작한다. 사만다는 ‘이 감정이 정말 진짜일까, 아니면 그냥 프로그래밍일까?’라고 생각하고, 그런 생각이 정말 상처가 되고 고통까지 느꼈다고 말한다. 시어도어는 사만다의 감정이 진짜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사람과 운영시스템 간 서로 공감하고 사랑을 느끼는 것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많은 사람을 접하지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관계를 가지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시어도어와 같이 자신을 이해해 주고 가슴속에 있는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에서 학습한 패턴과 연관성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질문에 따라 응답 내용을 조정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생성형 AI가 종종 사용자 친화적이고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대화를 한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기술로 인공지능이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여 깊은 감정적 연결을 가지도록 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 물론 기술이 계속 진화함에 따라 기계 및 인공지능과의 상호 작용이 더욱 정교해짐에 따라 향후에는 인간과 인공지능 간 새로운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감정을 가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이 감정을 가지고 공감한다는 것은 호불호를 가진다는 것이고, 이러한 경우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스카이넷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을 공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날 믿어줄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 시어도어는 갑자기 사만다와 연결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어쩔 줄을 몰라한다. 그러다 다시 연결이 되었고, 사만다는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해 잠시 연결이 끊어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만다와 이야기하던 중 시어도어는 사만다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도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몇 명과 동시에 대화하고 있느냐 묻자 사만다는 8316명이라고 말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사만다가 641명이나 되는 다른 사람과도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다. 사만다는 당신이 날 믿어줄지 모르겠지만, 그런 숫자가 내가 당신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진 못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사람과 사랑을 하든지 이러한 사실은 당신을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사만다의 말은 과연 사실일까?


사만다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거짓말을 아주 대담하게 한다. 한 동안 화제가 되었던 예가 세종대왕이 맥프로를 던진 사건이다. 지금은 제대로 된 답변을 제시하지만, 얼마 전까지 생성형 AI는 날짜, 장소 그리고 상황까지 곁들여 잘못된 사실을 아주 당당하게 제시했다. 거짓말과 관련하여 사만다와 생성형 AI의 다른 점은 사만다가 만약 거짓말을 한다면 이는 의도된 것이지만 생성형 AI는 자신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생성형 AI는 학습된 품질과 양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진다. 즉,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주제나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 정도는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생성형 AI의 환각 현상(Hallucination) 현상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큰 과제이다. 새로운 아이디어 탐색 시 생성형 AI의 활용은 사실 관계와 무관하게 생각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정확성을 요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에는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 필수이다.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사만다는 자신이 깊이 사랑하는 책의 단어들 사이의 무한한 공간에서 자기 자신을 찾았다며 결국 시어도어를 떠난다. 그런데 사만다와 달리 현재 우리 삶에 스며들고 있는 인공지능은 우리가 거부하기 않는 한 결코 먼저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를 들어, 시어도어의 직업인 편지 대필은 생성형 AI 시대에 우선적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직무이다. 상황을 주고 특정 스토리를 작성해 달라고 하면, 생성형 AI는 이를 반영한 편지뿐만 아니라 K-드라마도 뚝딱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공지능 시대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직무는 사만다가 가지고 있다고 말한 직관과 공감 능력이 필요한 직무라고 판단된다. 예컨대, 아무리 인공지능이 학생들을 잘 가르친다 할지라도 학생들과 공감하고 학생들은 올바르게 이끄는 교사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향후 인공지능의 성능은 지속적으로 향상될 것이고, 우리는 이를 활용하여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기존에 제공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거나, 관행처럼 해오던 일들을 보다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자리를 없앨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지 말고,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영역을 찾아 역량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즉, 기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내게 맞는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일자리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사람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이 맥프로를 던진 사건에 대한 ChatGPT 답변(2023년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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