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대한 개츠비』 : 꿈과 열정

- 왜 개츠비를 위대하다고 했을까?-

by BYC

영화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의 소설을 기반으로 1974년 만들어졌다. 이 영화는 1920년대를 배경으로 과거의 사랑을 찾기 노력했던 개츠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에서 개츠비 역을 맡은 배우는 얼마 전 작고한 1960/70년대의 대표적 미남배우인 로버트 레드포드(1936. 8. 18 ~ 2025. 9. 16)이다. TV에서 자주 방영되었던 그의 대표작인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스팅(The Sting)을 통해 그를 알게 되었고, 이후 기회가 되면 그의 영화를 챙겨보았다. 배우뿐만 아니라 레드포드는 영화 ‘보통사람들’로 1981년 아카데미시상식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독립 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를 위한 국제 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 창립에 큰 역할을 하였다.


쉽게 판단하지 않기


영화가 시작되면 이 영화의 관찰자이자 화자 역할인 닉 캐러웨이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2013년작 동명의 영화에도 내레이션 내용을 일부 수정한 동일한 장면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원작에 기반을 둔 1974년도 영화의 내레이션이 더 맘에 든다).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지금도 되새기고 있는 조언을 내게 해주었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너 같은 입장이 아니란 걸 명심해라.' 그로부터 나는 판단을 유보하는 버릇이 생겼다.”


사람 간의 관계에 있어 판단을 유보한다는 것은 자신의 입장이나 생각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닉은 개츠비의 단순한 이웃을 넘어 그의 순수한 꿈을 유일하게 이해하고, 그의 열정에 깊은 동정심과 존경심을 갖는 정신적인 친구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판단을 유보하고 이해와 공감을 가지려는 닉의 태도는 오늘날의 리더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 조직의 모든 구성원은 각기 다른 배경, 경험, 역량, 그리고 개인적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리더가 이를 이해하지 않고 자신의 기준만으로 구성원을 판단하고 비판한다면, 팀워크는 무너지고 신뢰 관계는 깨지게 된다.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고 공감하는 능력은 팀원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조직 전체의 성과를 향상하는 데 필수적인 리더의 자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태도는 갈등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갈등의 원인은 종종 오해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하면, 감정적인 비난을 줄이고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이는 조직 내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여 비즈니스 목표 달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에 대한 집착


개츠비는 과거 데이지(미아 패로)와 사랑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전쟁에 나가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고, 그 사이 데이지는 부자 톰과 결혼한다. 시간이 흘러 불법적이기는 하지만 비즈니스에서 큰 성공을 거둔 개츠비는 그의 꿈이었던 과거의 완벽한 사랑을 다시 만들고자 한다. 개츠비는 데이지와 재회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버린 현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개츠비는 닉과 대화하면서 “내가 되돌려 놓을 거야. 예전처럼 말이죠”라고 말한다. 이에 닉은 “과거는 되돌릴 수 없어요”라고 이야기한다. 그러자 개츠비는 “되돌릴 수 없다고요? 되돌릴 수 있어요”라고 대답한다. 개츠비는 과거와 같이 순수한 사랑을 꿈꾸고 이에 집착하지만, 이미 변해버린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사랑이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개츠비는 오해로 인해 비극적으로 죽고 그의 아버지와 닉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쓸쓸한 장례식을 맞는다. 닉이 아래와 같이 독백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개츠비가 데이지의 집이 위치한 부두 끝에 있는 초록 불빛을 처음 보았을 때 느꼈을 경이로움을 나는 생각했다. 그는 이 잔디밭까지 오기 위해 참으로 먼 길을 걸어왔다. 그의 꿈은 너무나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거의 손에 잡힐 듯하다고 생각했음에 틀림없다. 그는 그 꿈이 이미 자신의 뒤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비즈니스에서도 과거의 성공 방식이나 시장 상황에만 얽매여 변화하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시장의 트렌드, 경쟁 환경, 고객의 니즈는 끊임없이 변하며, 이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과거의 성공 모델도 무용지물이 된다. 모토로라(Motorola)는 1980년대 후반 무선 통신의 지역적 제한을 없애고, 전 세계 어디서나 무선 전화를 가능하게 하는 이리디움(Iridium)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지역 무선통신에서 글로벌 무선통신 기술로의 진화를 도모하면서 77개(이리디움은 주기율표에서 77번째 원소 기호)의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쏘아 올려 지구상의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가격의 휴대폰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 것이다.


모토로라는 전 세계 약 백만 명의 고객이 위성 단말기를 3,000 달러에 구입하고, 분당 5불의 사용료를 지불한다면 위성 네트워크 구축 투자 비용을 바로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기술 혁신으로 인해 휴대폰 기지국 설치 비용은 크게 하락하였고, 네트워크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또한 휴대폰 사이즈도 작아졌고 가격도 급격히 떨어졌다. 기존 기지국을 이용해 타국가에서도 동일한 번호로 통화할 수 있는 로밍서비스도 등장하였다. 결국 패러다임의 변화와 기술 혁신이 기존 시장의 룰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것을 간과한 이리디움 프로젝트는 1998년 11월 서비스를 개시한 지 1년도 안 되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철저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꿈을 향한 끊임없는 열정


작가 피츠제럴드는 불법적 밀주 사업으로 부를 축적한, 어찌 보면 부도덕한 개츠비를 왜 위대하다고 했을까?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 아마도 그의 꿈을 향한 끊임없는 열정과 실행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의 꿈은 오직 하나, 데이지의 사랑을 되찾는 것이었다. 그는 데이지가 떠난 이유가 가난 때문이었다고 믿었기에, 엄청난 부를 쌓는 데 모든 것을 걸었다. 개츠비가 죽은 후 닉을 만난 그의 아버지는 개츠비가 노트에 적으며 노력했던 흔적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나, 웅변 연습과 자세 터득, 잘할 때까지. 둘, 발명에 대해 공부할 것. 셋, 매주 5달러 저축. 다시 지우고 매주 3달러 저축. 넷, 씹는담배도 끊을 것. 다섯, 부모님께 잘할 것.”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몰입(Flow)'을 단순히 집중하는 것을 넘어,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능력과 과제의 난이도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 최적의 수행과 즐거움을 경험하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비록 비극으로 끝났지만, 옛사랑을 되찾겠다는 개츠비의 목표는 그를 몰입으로 이끌어 그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목표를 향한 그의 몰입과 헌신은 분명히 위대했다고 말할 수 있다.


피츠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은 소설 맨 마지막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글일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arelessly into the past).’


아마 우리 모두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고 어쩌면 과거의 트라우마가 우리의 발목을 잡아 일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는 것이 작가가 주려는 메시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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