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효율성이다. 우리 사회는 효율성을 좇고, 효율성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효율 바라기'이다. 특히 한국은 '빨리빨리 사회'라고 불릴 정도로 효율성의 측면에서는 다른 나라와는 비교가 안되는 국가이다. 효율성을 사랑하는 현대 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나라인 한국. 이러한 표현은 틀리지도 않았고, 한편으로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과연 그럴까?
중학교 시절, 나의 아버지는 내게 '빨리'는 원래 거쳐야 할 절차를 빠트린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참 인상깊은 말이다. 특정 항목의 시간을 줄여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지만, 아예 특정 항목을 빼버림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현대 사회에 만연하다. 실제로 공사 현장과 공장에서 발생하는 안전 사고의 주요 원인이 '거쳤어야 할 절차의 부재'이다. 심지어 특정 항목의 시간을 줄여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필요할지 모르는 무언가를 빼거나 혹은 줄이는 것을 말하고, 효율성이 높다는 것은 그 무엇이 없거나 적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효율의 부작용은 비단 사회에만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있다. 과거에서 현재로 올수록 컨텐츠의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유튜브를 보면 과거에는 무편집 동영상이 유행이었지만, 점점 편집된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이후에는 15분에서 20분 정도 소요되는 편집 동영상이 일반적인 영상 컨텐츠로 자리 잡았다. 몇 년 전부터는 '너덜트'나 '숏박스' 같은 3분에서 6분 정도 걸리는 짧은 숏박스 같은 짧은 컨텐츠들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몇 초도 안되는 숏츠나 릴스가 유행하고 있다. 실제로 지하철에 가보면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손가락을 수시로 스크롤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짧은 컨텐츠는 바쁜 현대 사회의 사람들이 빠르게 볼 수 있고, 재밌는 부분만을 골라 즐길 수 있게 해주기에 매우 매력적이다. 또한 주변 지인들에게 공유하기도 편하고, 손가락으로 슥 내리면 곧바로 예상하지 못한 색다른 컨텐츠를 볼 수 있는 장점도 갖췄다. 즉, 매우 효율적인 컨텐츠이다.
하지만 이 짧은 비디오 컨텐츠는 생각의 간략화와 도파민 중독의 문제점을 갖는다. 먼저 생각의 간략화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다. 짧은 비디오 컨텐츠가 나오기 이전에도, 우리는 영상 컨텐츠가 사람들이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만든다는 경고를 수없이 들었다. 텔레비젼을 바보 상자라고 옛날부터 부른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짧은 영상 컨텐츠는 텔레비젼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주제로 오래 이야기하는 긴 영상 컨텐츠도 생각없이 보기 마련이지만, 보다 보면 한 번씩 생각에 잠기곤 한다. 반면에 짧은 컨텐츠는 잠시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는다. 생각이 들기도 전에 바로 다음 숏츠 영상으로 넘어간다. 보고 있는 것이 시시각각 변하니, 생각 또한 시시각각 변하게 된다. 생각이 자주 바뀌는 뇌는 오랫동안 한가지에 몰두하고 고민하기란 쉽지 않다. 자연스레 말도 짧아지게 되고, 말을 길게 해보려고 해도 자신의 말 속에서 사람은 길을 잃게 된다. 결국 성찰과 탐구와 같은 고차원적 사고활동이 어려운 일이 된다. 순간적인 판단과 생각도 삶에 있어서 중요하지만, 길게 바라보고 사유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숏츠나 릴스 같은 짧은 영상 컨텐츠는 우리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을 놓치게끔 만든다.
도파민 중독도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숏츠나 릴스 영상이 사실 엄청나게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이는 짧은 비디오 컨텐츠가 대단한 즐거움이 아니더라도 약간의 도파민을 인간에게 즉각적으로 주기에, 사람은 그곳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도파민을 즉각적으로 얻기란 원래 쉽지 않다. 높은 성적을 얻어 성취감을 얻기 위해서는 긴 시간 동안 노력해야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나의 애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구애와 자기계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숏츠나 릴스는 손가락만 휙 움직이면, 즉각적으로 도파민을 인간에게 제공한다. 이러한 도파민 중독은 사실 마약과 다를 바가 없다. 마약이 국가 차원에서 금지된 이유는 마약이 가져오는 육체적 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마약에 취하면 생산적인 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청나라가 과거에 아편을 금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뇌과학자들이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해결하고자, 대중들에게 제시하는 해결책이 바로 '도파민 디톡스'이다. 도파민 디톡스는 별다른 노력이 없이 즉각적으로 도파민을 얻는 행위를 다 끊고, 시간이 걸리는 노력을 통해 도파민을 얻는 행위만을 오랜 기간 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도파민 디톡스를 실천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SNS 없이 하루를 보내본다면,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나 알 수 있다. 또한 운동과 독서처럼 힘들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활동들을 통해 뿌듯함과 사유의 기쁨을 느끼는 것은 익숙치 않다. 하지만 도파민 디톡스를 하루라도 실천을 해본다면,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도파민 디톡스를 실천하는 날을 조금씩 늘려보고, 실패하더라도 도파민 디톡스 날의 빈도를 높인다면 효율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효율적인 것은 분명히 이로운 측면이 있다. 유한한 우리의 인생에 보다 더 많은 것들을 빨리 가져와주니 말이다. 허나 우리의 인생은 빨라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로 채워지지 않고, 느려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로도 채워진다. 그것은 의미, 사랑, 연대, 사유, 성찰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때때로 천천히 무언가를 얻어가는 능력도 중요하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이라는 시인의 <그 꽃>이라는 시이다. 나의 생각은 이미 오래전에 그의 시로 노래됐다. 겸손을 표하며 이 단락을 마무리한다.